'무너진 하얀거탑' 국립암센터 채용비리 적발, 3명 중 2명 부정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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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19-01-2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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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제위원·면접관, 필기시험 문제 유출·면접질문 미리 알려줘…175명 '들러리' 된 꼴

경기 고양시 소재 '국립암센터' 외부 전경 [아주경제DB]


암 연구와 치료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해온 국립암센터에서 채용비리가 적발돼, 임직원들 스스로 위상에 먹칠을 했다. 

23일 경기북부지방경찰정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경찰은 국립암센터 채용시험 문제 유출 혐의로 초음파실 수석기사 A씨(44·여)와 영상의학과 일반영상실 소속 B씨(39)를 구속하고, 여기에 관여한 직원과 문제를 받은 채용 지원자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 채용비리로 지난해 국립암센터에는 정규직 2명과 임시직 1명이 부정입사했다.

출제위원과 면접관들은 이전에 함께 일했던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 위해 사전 모의, 문제를 유출하며 부정입사를 도왔다. 이들과 연줄이 없던 다른 지원자 175명은 그야말로 채용 '들러리' 역할을 한 셈이 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월 실시된 암센터 보건직 채용과정의 초음파과목 출제위원이었다. 그는 자신과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던 청년인턴 C씨와 임시직인 D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자신이 출제한 30문항을 유출해 보여줬다.

그러나 해당 시험에서 D씨만 합격하고 C씨는 탈락했다. 이에 A씨는 지난해 3월 C씨가 임시직으로 채용될 수 있도록 면접 질문내용을 미리 알려줬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면접위원인 E씨에게 청탁을 넣어 C씨가 최고점을 받고 합격하도록 만들었다.

또 B씨는 담당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몰래 출제 문제를 빼돌려 함께 일하던 임시직에게 넘겨 정규직 합격을 도왔다. 내부자들에게 문제를 공유 받은 일부 임시직 직원들이 유출된 문제를 다른 임시직에게 공유한 정황도 확인됐다.

이들이 부정을 저지른 지난해 국립암센터 영상의학과 보건직 채용 시험은 정규직 3명 채용에 178명이 지원, 약 60: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임시직 전형의 경우 1명 채용에 26명이 지원해 26:1의 경쟁률이었다.

이번 국립암센터 채용비리 문제 유출 과정에서 대가성은 적발되지 않았다. 유출에 관여한 간부들은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채용을 돕고 싶은 마음에 문제를 유출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보건복지부에 채용과정의 공정성 확보 방안을 마련할 것을 건의했다고 전했다. 또한 다른 공공기관 채용 과정에도 부정이 있었는지 파악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공공의료기관에서 실력이 아닌 개인적 인연과 온정으로 부정을 저지른 사례"라며 "필기시험 문제 출제와 보관에 대한 구조적 문제도 확인된 만큼, 공정성을 확보할 방안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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