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교의 페널티] 고개 숙인 ‘빙상 대부’ 전명규, 누굴 위한 사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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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 기자
입력 2019-01-2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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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계 절대강자'로 불리는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전 빙상연맹 부회장)가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빙상계 폭력·성폭력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누굴 위한 사죄인가.

‘빙상 대부’로 불리는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가 고개를 숙였다. 국민들에게 사과했고, 제자인 심석희에게 사죄했다. 그러나 그가 자처한 긴급 기자회견의 골자는 자신의 억울함을 해명하기 위한 변명의 자리였다. 전 교수는 최근 불거진 성폭력 은폐 의혹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했다. 

전 교수는 빙상계 비위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빙상계를 좌지우지한 절대강자로 군림해왔다. 파벌 싸움, 승부조작 의혹 등 빙상계에서 수년간 터져 나온 병폐의 논란에는 늘 ‘전명규’의 이름이 배후로 거론됐다. 이번엔 성폭력 은폐 의혹에 휩싸였다.

21일 무소속 손혜원 의원과 젊은빙상인연대는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빙상계 성폭력 가해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는 이유는 가해 코치들이 전명규 교수 휘하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날 오후 전 교수는 서울 올림픽파크텔 서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과 관련된 성폭력 은폐 의혹에 관해 전면 부인했다. 다만 전 교수는 “늦게나마 국민께 참회하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국민들께 아픔을 드린 데 대해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한다. 감내하기 힘든 시련을 겪은 제자 심석희에게도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선 전 교수에게 듣고 싶은 말은 ‘보여주기식 사과’가 아니었다. 그동안 끊임없이 논란이 된 빙상계의 썩은 병폐의 배후로 지목된 그의 책임 있는 목소리였다.

그러나 전 교수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전 교수는 “성폭력과 관련해서는 알지 못했다. 조재범 전 코치의 상습 폭행도 몰랐다”고 부인했다. 심석희가 한국체대 입학 후 선수촌에서 훈련했다며 책임을 돌리기 바빴고, 국회에서 공개된 명백한 녹취록이나 문자메시지 공개에도 “잘 모르겠다, 말씀드리기 힘들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근거 없는 침묵만 늘어놨다. 조 전 코치의 옥중 편지도 모두 “형을 감면받기 위한 거짓”이라고 반박했고, 심지어 젊은빙상인연대의 주장과 관련해선 단체의 ‘진정성’마저 의심했다.

‘사죄’가 아닌 ‘반박’을 위한 이 자리는 오직 전 교수의 확실한 입장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빙상계 독점적 권력을 쥐고 있는 전 교수가 최근 쏟아지고 있는 폭로에 맞서 대응한 건 ‘밥그릇 지키기’를 위한 근거 없는 반박과 무책임한 침묵뿐이었다.

얼마 전 체육계 성폭력 사태의 ‘책임론’에 입을 닫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기자회견과 다르지 않았다.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공식 석상에 선 전 교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고개를 숙이는 퍼포먼스를 펼쳤고, 빙상계 적폐 논란과 관련해선 그 어떤 책임 있는 발언도 하지 않았다. 

전 교수는 ‘한국체대 교수직 사퇴 의사가 있나’라는 질문에 “진지하게 고민해보겠다”고 두루뭉술하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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