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연초부터 이상징후] 수출 너마저…경제심리 붕괴로 이어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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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길 기자
입력 2019-01-2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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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대 기둥' 반도체ㆍ대중수출 주춤

  • 기업들 "올 사드보복 때만큼 힘들 것"

[사진 = 아주경제DB]


한국경제가 연초부터 이상징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생산, 고용, 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 붕괴 속에 사상 최초로 6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외롭게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출마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수출 양대 기둥인 반도체와 대중(對中) 수출이 최근 주춤하면서 올해 수출 둔화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지만 새해 첫 달 중후반까지 성적은 이를 감안하더라도 충격이 적지 않다.

자칫 "수출마저 무너졌다"라는 분위기가 퍼져 경제 심리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아이클릭아트]


◆반도체 '슈퍼사이클' 종료?··· 예견된 수출 악화

지난해 사상 최초 6000억 달러 돌파라는 새 역사를 쓴 수출은 사실 올해 어느 정도 둔화가 예상됐다.

반도체는 지난 2년간 호황기를 마치고 조정기에 접어들었으며,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중국 경기가 둔화하면서 대중 수출도 마이너스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예상했다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 충격은 메가톤급이다.

올해 들어 20일까지 수출은 257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6% 감소했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1월 수출은 작년 12월(-1.2%)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게 된다. 두 달 연속 감소는 2016년 9월(-6.0%)과 10월(-3.2%) 이후 처음이다.

수출 감소세의 가장 큰 원인은 반도체 수출 부진이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29.4%나 증가하며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견인했다. 반도체 수출은 2016년 11월부터 작년 11월까지 2년 동안 매월 두 자릿수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마지막 달인 12월에는 -8.3%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이 감소한 것은 2016년 9월 -2.6% 이후 27개월 만이다. 반도체는 이달 1∼20일 전년 대비 28.8%나 줄었다.

그동안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가능하게 한 공급 부족이 해소되고 가격이 하락하면서 반도체 수출이 눈에 띄게 둔화한 모습이다. 또한, 작년 실적이 워낙 좋아 올해 실적이 더 안 좋아 보이는 기저효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수출 감소가 2년간의 초호황기에 뒤따를 수밖에 없는 일시적인 조정이라고 보고 있다.

반도체 수요가 완전히 사라지거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근본적인 경쟁력이 약화한 게 아닌 만큼 재고 물량이 소진되는 하반기에는 반도체 수출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에 새우등 터진다··· 대중 수출도 불안

중국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총수출 6054억7000만 달러 가운데 26.8%인 1622억4000만 달러를 차지한 최대 수출 종착지다.

대중 수출은 2016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여파로 전년 대비 9.2% 감소를 기록했지만, 이후 상승세로 전환하며 작년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그러나 작년 11월 -2.7%로 감소했고, 12월에는 -13.9%를 기록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 경제가 타격을 입으면서 한국의 대중 수출도 본격적으로 영향받기 시작했다는 관측이다.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제품의 약 80%는 중국 기업이 수출용 완제품 등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중간재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면 중간재 수출도 감소한다. 무역분쟁으로 미·중 경제성장이 둔화하면 자연스럽게 한국산 제품 수입도 감소한다.

실제로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의 중국 수출은 22.5% 감소했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중국 진출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경기실사지수(BSI) 조사에서 기업의 43.9%가 미·중 무역전쟁 때문에 현지 수요 위축과 글로벌 교역 둔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조사에 참여한 기업들은 올해 1분기 경영상황이 '사드 보복'으로 힘들었던 2016년 1분기만큼 나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제1차 민·관합동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산업통상자원부]


◆정부, 수출 둔화세 막으려 안간힘··· "민·관 합동 총력 수출지원체제 가동"

정부 역시 수출 둔화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으로 판단, 수출 둔화세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앞서 정부는 무역보험 등 수출기업에 대한 정책금융을 작년보다 12조원 늘어난 217조원으로 책정하고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찾아다니며 해결책을 모색하는 '수출투자활력 촉진단'도 신설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 정책만으로는 급격한 수출 둔화세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대응책 강화에 나섰다. 산업부는 21일 서울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관계부처 차관급, 수출지원기관, 업종별 협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민·관 합동 수출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정기적인 수출점검회의를 하고 있지만, 장관이 주재하고 관계부처 차관급까지 참여하는 수출전략회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선진국 경기와 세계무역 성장세 둔화, 반도체 시황과 국제 유가 하락 등 대외 수출여건이 우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민·관 합동 총력 수출지원체제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수출지원체제는 범부처 수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수출전략회의와 기업들의 수출 애로를 해결하는 수출통상대응반, 수출활력촉진단으로 구성된다.

정부는 분기별 수출전략회의에서 수출 지원과 통상 현안 대응, 규제혁신 등 범부처·기관 협업이 필요한 과제를 논의하고 수출 활력 제고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린다.

통상교섭본부장이 주재하는 수출통상대응반은 수출 상황을 상시 점검하고 수출 마케팅, 무역금융, 통상분쟁, 자유무역협정(FTA) 등 업계의 수출·통상 애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다.

수출활력촉진단은 중소기업부, 지방자치단체 등과 합동으로 지역·업종별 수출 현장을 찾아가 현장에서 수출 애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현장 대응을 맡는다.

코트라(KOTRA) 무역관과 해외공관 상무관, 종합상사 등 민·관 해외 네트워크도 강화한다. 정부는 수출업계 밀착 지원으로 2년 연속 수출 6000억 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성 장관은 "정부와 유관기관, 업계가 일체가 돼 2년 연속 수출 6000억 달러를 달성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면서 "정부도 단기 수출 활력 회복방안과 함께 수출 품목·지역 다변화와 고부가가치화 등 중장기 수출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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