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만 칼럼] 북한의 새로운 길과 기회비용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입력 2019-01-21 05:0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사진=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의 북·중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새해 벽두부터 한반도를 둘러싼 기싸움은 다시 시작되었다. 2월 말에는 제2차 북·미 회담도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 평창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한 대화의 물꼬가 터지면서 남북, 북·중, 북·미정상 회담이 연이어 열렸다. 이후 남북한 분단체제 구조가 순조롭게 평화체제로 전환되리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한반도 주변국가들의 선택적 협력이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위대한 합창인 것 같았으나, 그 합창이 여기저기서 서로 다른 목소리로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파열음의 원인은 한반도문제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중국,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는 북한, 끊임없이 구애의 손길을 보내는 한국,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일본, 이 모든 것을 물리적으로 막아 보겠다는 미국의 입장 때문이다. 이 불협화음은 현상을 유지하려는 세력과 현상을 새롭게 개편하려는 세력들이 서로를 불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들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새해 신년사에서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진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북한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에 대한 기회비용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최고 목표는 북·미 간의 적대관계 청산과 이를 통해 정권의 안정과 경제지원을 보장받겠다는 것이다. 북·미 간 적대관계가 청산되지 않고서는 북한 경제는 사회주의 프로젝트의 실패라는 쓴맛을 보게 될 것이고, 북한주민들은 희망이 없는 삶의 고통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현 시점에서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커다란 장기판을 벌이는 것은 나름대로 국가발전 로드맵과 연관이 있다. 즉, 김일성 시대는 주체사상으로 무장시켜 우리식 사회주의의 토대를 만들었고, 김정일 시대는 선군사상으로 무장하여 핵·경제 병진노선을 통해 안보문제를 해결해갔고, 김정은 시대는 선대의 주체사상과 국가안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후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함으로써 정권의 정통성을 계승하려는 의지가 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김정은 시대의 북한 사회는 장마당이 증가되어 시장경제의 맹아가 싹트고 있고, 통신도구가 발달하여 정보의 교류가 원활해지고,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으로 인해 북한사회가 점진적으로 시장화의 매력에 젖어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사회주의 경제강국 건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선대와는 달리 27개의 경제특구 지정을 통해 확고한 개방 의지를 보여주는 등 경제중심의 실용노선으로 점차 선회하고 있다. 즉, 2018년을 변곡점으로 북한은 내부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인민들에게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함과 동시에 국제적으로 고립된 안보환경을 개선하여 체제 안정을 도모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인민들의 신뢰와 국제적 지원이라는 이 두 가지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김정은 정권은 불가피하게 생존의 임계점이 도래하여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같은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때가 오면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세계체제로부터 이탈이 가져오는 체제 봉쇄와 포위가 동 체제에 편입될 때 수반되는 체제 왜곡보다 기회비용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결국 현재의 북한경제 위기 및 침체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은 자본주의 세계경제로의 편입과 시장경제 수용을 통해 국가자본주의로 북한 사회주의 시스템을 개혁·개방하는 것 이외엔 다른 대안이 없는 것이다. 북한의 개혁·개방은 외부의 의도적 간섭 없이 자기조직화를 통해 스스로 사회경제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외부의 충격이 필요하다. 이러한 외부의 충격은 우호적인 주변 환경을 조성하여 북한 지도층이나 사회구성원들이 새로운 정상국가의 일원이 되고 새로운 국제질서에 부응하기 위한 조건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향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관계가 선순환되어 한반도 비핵화에 커다란 진전이 있다면 북한의 대외경제관계도, 개혁·개방의 속도도 빠르게 진행되어 정상국가화될 것이다. 이때가 오면 북한정권은 자본주의 세계체제로의 편입을 통해 주민들에게 물질적 인센티브를 강조하여 주민들이 열심히 생업에 종사할 것이고, 이미 준비된 27개의 경제특구가 순조롭게 가동되어 한국경제도 숨통이 트일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경제는 단기간 내 국제적 생산자본과 금융자본 그리고 기술이 대규모로 유입되어 국가와 시장이 연합한 연합·종속적 발전이 가능한 새로운 자본축적의 성장공간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예상되는, 김정은 위원장이 언급한 '새로운 길'에 대한 기회비용은 한반도의 비핵화임이 자명한 결론이므로, 서로를 믿되 서로를 검증하는 불가역적인 대담한 조치들을 생산해내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