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갈등의 골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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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19-01-15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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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부 대기업 초과 근무 논란... 국내기업 4곳 중 1곳 여전히 해결 못해

  • 제도 시행 두 달여 앞두고 막판 조율 진통

[사진=연합뉴스]


‘주 52시간 근무제’ 본격 시행이 불과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재계 간, 노사 간, 노·노 간 갈등은 더욱 첨예해지는 양상이다. 자신들의 주장을 막판 제도 조율에 반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재계 30위 내에 속하는 대기업 A업체의 노동조합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52시간 위반’이라는 제목의 글은 불과 닷새 만에 조회수 1000건을 넘어서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A 업체의 일부 부서가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를 편성하고 있는 내용이 골자다. 해당 조합원은 노조에서 철저히 조사해 인원 충원과 재발 방지를 해줄 것을 촉구했다.

노조 게시판이라는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댓글도 달렸다. ‘기간도 충분했는데 준비 안 하고 막상 하려니 인원 부족을 느낀 것 아닙니까’, ‘저처럼 애 키우기 힘든 사람은 잔업 1시간이라도 더하고 싶고, 아직 결혼 안 한 동생들은 잔업 1시간이라도 덜 하고 싶을 것입니다’ 등등이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업체 노조위원장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B 위원장은 해당 글과 관련해 "사전에 노사 간 협의를 진행했다”며 “현재 주 52시간 생산으로는 일부 부서가 납기를 맞추기가 어려워 부득이 초과 근무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노사는 2019년도 인력운영과 관련해 전사적으로 현황 파악을 하고, 협의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정부는 올해 초부터 노동의 질 향상과 휴식권 보장을 위해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키로 했다가 3월까지로 연장한 바 있다.

이에 맞춰 A 업체도 지난해 정시 출퇴근제 등을 통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지만, 이를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 업체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용자 입장에선 연구개발(R&D) 등 각 부서의 특성에 따라 일이 일시적으로 몰리는 곳이 있어 주 52시간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노동자 역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제도라곤 하지만 임금 축소 등의 문제로 반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주 52시간 제도 시행에 앞서 폐지했던 휴일근로수당을 두 달여 만에 부활시켰다. 시범운영 기간 동안 사내 민원을 수렴하고 구성원 설명회 등을 거친 결과물이다. 반도체 제조 회사 특성상 연구와 개발, 제조 업무에 야간·연장 근무가 불가피한 직군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강력한 시행 의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는 의미다.

실제 국내 기업 4곳 중 1곳은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받고 있는 대‧중견기업 317곳(지난해 12월 기준) 중 24.4%가 "주 52시간 초과근로가 아직 있다"고 답했다.

응답기업 10곳 중 7곳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애로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는 △근무시간 관리 부담(32.7%) △납기‧R&D 등 업무차질(31.0%) △추가 인건비 부담(15.5%) △업무강도 증가로 직원불만(14.2%) △직원 간 소통약화(6.6%) 순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로 응답기업들은 '탄력적 근로시간제'(48.9%)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선택적 근로시간제(40.7%) △재량근로제’(17.4%) △간주근로제(14.5%) 등을 뒤를 이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대‧중견기업의 어려움도 상당한 가운데 대응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더욱 클 것"이라며 "남은 시간 정부가 현장애로를 면밀히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종화 경기대 무역학과 교수는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시대적 화두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도 “다만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의 입장도 정부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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