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부동산시장 집중분석] 신도시 '맏형' 분당과 판교…"역세권 따라 계급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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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입력 2019-01-0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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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뛰어난 강남 접근성 및 자족기능 갖추면서 '준(準) 강남권'으로 자리매김

  • 역세권 주요 단지 작년 한 해 2억~3억원 안팎 상승…고강도 규제로 현재 거래는 뜸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일대 전경. [사진=김충범 기자]


#. "분당과 판교는 역세권에 따라 주택 계급이 나뉜다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이들 노선이 서울 강남권을 다이렉트로 연결하기 때문이죠. 역으로부터 반경 3㎞ 이내냐, 5㎞ 밖이냐에 따라 주택 가격이 결정된다고 보면 됩니다."

분당과 판교는 닮은 점이 많다. 두 곳 모두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해 있으며 각각 1·2기 신도시를 선도하는 도시로 성장했다.

서울 강남 배후 신도시로 서울 주택 시장의 흐름과도 궤를 같이 한다.  어느 도시보다도 뛰어난 자족기능을 갖춘 것도 특징이다.

분당은 지하철 분당선이, 판교는 신분당선이 각각 지역을 남북으로 가로지르고 있는데, 이들 노선과 얼마나 근접한지 여부에 따라 집값이 갈리고 있다.

◆ 분당 신도시, 이매·서현·수내·정자역 반경 3㎞ 이내 단지들이 시세 선도

분당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동부에 19.6㎢ 규모로 조성돼 있는 1기 신도시로, 국내 신도시들 중 세종시를 제외하고 가장 면적이 넓다.

1989년 계획 인구 39만명을 넘여 현재 약 5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조성 30년이 다 돼가는데도 여전히 실거주 여건이 우수한 신도시들 중 하나로 손꼽힌다.

분당이 수요층의 각광을 받게 된 것은 단연 강남권으로의 뛰어난 접근성을 갖춘 점이 한몫 했다.  경부고속도로가 도시를 종단하며, 분당선, 신분당선도 통과해 서울 강남 및 수도권 전역으로의 이동이 쉽다.

분당 입주 초기부터 거주해 왔다는 서현동 S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분당은 1기 신도시들 중 유일하게 강남권과 가장 가깝고, 고소득 수요층을 충족시킬만한 업무시설, 고급 편의시설 등이 형성되면서 자연스레 강남 대체 주거지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특히 분당 부동산 시장의 핵심은 단연 분당선과 신분당선 역세권 라인이다. 

이매동 K중개업소 관계자는 "분당구청을 중심으로 위치한 수내역과 서현역, 또 신분당선 환승역인 정자역 부근은 일대 시세를 선도하는 역세권"이라며 "이들 역세권을 중심으로 형성된 수내동, 이매동, 금곡동, 정자동, 서현동 아파트값이 가장 높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내동 일대는 '양지마을', 서현동은 '시범단지', 정자동의 경우 '느티마을', '상록마을' 및 고층 주상복합 단지들이 시세를 주도한다..

수내동 '양지마을 5단지 한양' 전용면적 134.55㎡는 작년 초 9억원대에 매물이 나왔으나 '9·13 대책' 직전에는 11억원대에 실거래가 이뤄지며 7개월 만에 2억원 이상 올랐다. 다만 현재는 정부의 고강도 규제 여파로 거래가 뚝 끊긴 상태다.

또 서현동 '시범 한양' 전용 84.99㎡는 지난해 초 시세가 7억 초반대였으나 9·13 대책 무렵에는 9억8000만원까지 거래되기도 했다. 이 단지는 현재 호가가 고점 대비 5000만원 정도 빠졌다.

이들 단지는 작년 9월 대책 직전까지 아파트값이 고공 상승세를 보이다 이후 소강상태를 보인 서울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다만 분당 상권의 경우 예전과 비교하면 활기를 다소 잃은 상태다. 정자동 일대 N중개업소 관계자는 "신분당선이 생기면서 전통적으로 인기가 높았던 서현역 상권이 타격을 입었다"며 "서울 강남을 다이렉트로 잇는 교통망이 조성되면서 '상권 빨대효과'가 발생, 수요층이 분당에 머무를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도시가 노후화되면서 아파트 리모델링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정자동 L중개업소 대표는 "현재 분당 내에서 '느티마을 3·4단지', '무지개 4단지', '한솔마을 5단지' 정도가 도시계획 심의가 완료된 상태이며, 나머지 단지들도 이들 단지의 사업 추진 추이를 살피고 있는 상황"이라며 "분당 단지들 대부분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으로 추가 이득을 확보하기 어렵다. 다른 도시보다 리모델링에 관심이 높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판교역 전경. [사진=김충범 기자]


◆ 판교역 인근 단지가 판교 대장주 역할…동판교와 서판교 격차도 상당

판교는 성남시 분당구 일대 백현동, 삼평동, 운중동, 판교동에 8.9㎢ 규모로 조성돼있는 2기 신도시다. 분당과 접해 있으면서 8만7000여명의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도시로 계획됐다.

판교는 도시가 경부고속도로를 축으로 동서로 나뉘어 있다. 동측에 위치한 백현동, 삼평동은 동판교, 서측의 운중동, 판교동은 서판교로 불린다. 분당과 마찬가지로 경부 라인 축에 위치하고 신분당선이 통과해 교통 여건이 우수하다.

판교 역시 분당처럼 역세권 일대가 지역 부동산 흐름을 좌우한다. 특히 신분당선 판교역의 경우 20분도 안 돼 서울 강남권에 닿을 수 있다.

삼평동 일대 P중개업소 대표는 "판교역과 가까울수록 비싼 단지라고 보면 된다. 백현동 '푸르지오 그랑블' 아파트를 대장주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 인근의 '봇들마을 7단지'나 '봇들마을 8단지'도 시세를 선도하는 단지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판교역 서측에 위치한 푸르지오 그랑블은 전용 105.13㎡가 작년 5월만 해도 15억원 안팎에도 매물이 출시됐지만, 9월에는 무려 17억원에 실거래되며 4개월 만에 2억원이 올랐다. 이는 3.3㎡(1평)당가로 환산하면 무려 4359만원 선으로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과 맞먹는 수준이다.

또 봇들마을 8단지는 전용 101.82㎡의 경우 작년 1월 12억원에서 같은 해 9월 16억8000만원으로 무려 5억원 가까이 뛰었다.

동판교와 서판교의 현재 분위기는 2006년 분양을 시작했던 당시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S중개업소 관계자는 "동판교는 판교역을 중심으로 아파트가 조성돼있고, 판교테크노밸리를 비롯해 현대백화점, 알파돔시티 등 편의시설이 풍부하다"며 "반면 서판교는 대규모 고급 단독주택, 타운하우스 비중이 높고 동서를 가로지르는 57번국도를 중심으로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동판교가 주거·상업·문화 기능을 원스톱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수요층에게 각광을 받는다면, 운중천, 금토산 등 녹지가 전체 면적의 60%에 달하는 서판교는 쾌적한 주거환경을 선호하는 수요층이 찾는 편"이라며 "실제 2006년 분양 당시에는 서판교를 찾는 계층이 더 많았고, 전반적인 시세도 동판교보다 더 비쌌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 두 지역의 아파트 시세만큼은 '동고서저' 현상이 뚜렷하다. 실제 KB국민은행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서판교인 운중동과 동판교인 백현동의 경우 2017년 2분기 각각 3.3㎡당 2493만원, 2789만원 선으로 가격차가 30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1년 후인 작년 2분기에는 2664만원, 3481만원으로 800만원 이상 갭이 벌어졌다.

J중개업소 대표는 "현재와 같이 격차가 벌어진 것은 동판교에 신분당선 및 테크노밸리가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동판교의 경우 테크노밸리의 고액 연봉 직장인들의 배후 주거단지로 자리 잡고 있으며, 면면을 살펴보면 대출에 의존하지 않고 상당한 현금 보유력을 가진 계층도 상당수"라고 했다.

그는 "다만 올해 준공될 판교제2테크노밸리가 서판교 지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서판교가 동판교를 따라잡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 전경. [사진=김충범 기자]


실제로 판교가 다른 신도시들과 차별점을 보이고 있는 요소는 단연 직주근접 기능으로, 그 중심에는 판교테크노밸리가 자리한다. 정보통신기술(ICT), 생명공학기술(BT), 콘텐츠기술(CT) 관련 기업 및 연구소 등을 집약한 테크노밸리는 입주기업의 연매출만 70조원에 달하며, 7만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P중개업소 관계자는 "네이버, 카카오, NC소프트 등을 비롯, 다양한 스타트업 기업들로부터 발생하는 경제 효과가 도시 전체의 동력 역할을 하고 있다"며 "6개월 전만 하더라도 테크노밸리 반경 2㎞ 내로 오피스 공실이 눈에 띄었는데 이제는 찾기 어렵다. 강남 공실률이 7~8% 수준인데, 일대는 2% 내외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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