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 KT 화재, 원인과 대안] [①지상좌담] "안전비용 요금전가는 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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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
입력 2019-01-0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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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재난 전문가들 ‘관리부실’ KT 책임론엔 반박여지 없어

  • - 피해자에 손해배상, 책임 소재 규명 등 추후 대책에 관심

왼쪽부터 이영주 서울시립대학교 소방방재학과 책임교수 겸 도시방재안전연구소 부소장, 이창우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박청웅 세종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최재명 목원대학교 융합컴퓨터미디어학부 교수/재난관리전문가.[사진=개인제공]


시민들은 KT 아현국사 화재로 '통신마비'라는 새로운 형태의 재난을 목격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빠른 유·무선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IT 강국이라는 자부심이 이 순간 무너졌다.

정부는 부랴부랴 제2의 아현사태를 막기 위한 '통신재난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통신사 간 백업설비 구축 시기와 방식, 그리고 통신망 피해에 따른 손해배상 규정 등에 대한 개선책이 빠졌다. KT의 관리부실 책임에 대해서도 현 단계에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린 시정명령이 전부다. 

본지는 학계 전문가들을 지면으로 초청, KT 아현국사 사태를 계기로 기업의 안전불감증 문제를 짚어보고, 제2의 통신재난을 막기 위한 대안을 들었다.

도시방재안전연구소 부소장인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책임교수,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그리고 재난관리전문가로 활동 중인 최재명 목원대학교 융합컴퓨터미디어학부 교수가 이번 지상좌담에 참여했다.

Q 아현국사 화재 당시 문제점은.

이영주 교수= 소방대가 현장에서 통신구 화재진압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아현국사 내 방화관리자 또는 관계자의 협력, 지원에 문제가 있었다. 화재현장에서 소방대가 도면을 요구했음에도 도면이 제공되지 못했다.

이창우 교수= 화재발생 사실을 인지한 후 초동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화재감지기가 작동하고 화재발생 사실을 인지한 것이 오전 11시인데 119에 신고조차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11시 12분경 지나가는 행인에 의해 신고가 이뤄졌다.

박청웅 교수= 근무자가 한 명 있었다고 한다. 화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원이 없었던 게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Q 유력한 화재원인은 무엇으로 추정하는가.

이영주 교수= 지하 통신구의 경우 화재(발화)의 위험성이 매우 낮은 공간으로, 해당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점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발화장소는 통신구 내부라는 감식 결과 등으로 볼 때, 통신구 내에서의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본다.

이창우 교수= 내부적 요인으로 전기설비 이외의 에너지원이 존재하지 않는데, 전기적인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 이유다. 참고로 통신선로에서의 발화는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박청웅 교수= 누전으로 인한 가능성이 보인다. 이는 관리가 전혀 안 됐다는 것이다. 핵심은 관리부실로 인한 전기적인 요인이다.

Q 화재를 빨리 진압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우 교수= 통신구는 한 번의 사고로 통신이 마비되며 통신 마비가 가져오는 2차 피해가 매우 큰 시설로, 통신 선로의 이중화를 통해 한쪽에서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통신 선로를 통해 통신이 마비되는 것을 막아야 2차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최재명 교수= 5G시대, 초연결사회 등으로 통신시설·통신속도 등은 많이 발전했지만, 정작 그 시설들을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 소방시설들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화재, 연기 등의 각종 센서를 활용한 통신구, 공동구 등의 모니터링(관리) 시스템 있었다면 조금 더 빨리 화재를 진압할 수 있었을 것이다.

Q 아현국사 안전점검일지가 작성되지 않았다.

이창우 교수= 안전점검일지가 없다는 것은 평소 안전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당연히 KT 측의 과실이라고 볼 수 있다. 안전에 대한 인적·물적 투자는 경제적인 투자라기보다 소비적인 투자라는 생각을 갖는 점이 문제다.

박청웅 교수= 아현국사 책임자의 안전의식이 전무했다. 직원들의 안전관리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책임자의 대단한 실책이다. KT 경영 책임자의 의식 부재가 문제다.

Q 과기부 전수조사 결과 서울에 D등급 통신시설 82곳이나 있다. 단순히 스프링클러나 CCTV를 설치하는 선에서 위험요소 차단할 수 있나.

이영주 교수= CCTV를 설치한다 해도 실시간 관제(모니터링)가 이뤄지지 않으면, 고양 저유소 화재처럼 사실상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오히려, 통신구 내의 화재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관리적인 측면에서의 강화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박청웅 교수= 스프링클러 설치작업이 비용이나 물리적인 측면에서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물론 필요한 작업이지만 이보다 설치가 원활한 연소방지시설(물로 방화벽을 형성해 일부분만 분사하는)을 100m마다 촘촘히 설치하는 등의 방식을 권하고 싶다. 이 밖에 지하구에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일정 구간마다 맨홀을 만드는 등 소방청과 긴밀한 협의가 필요해 보인다.

Q 정확한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책임 소재를 어떻게 가려야 할지.

이영주 교수= 통신사업자인 KT는 원인과는 상관없이 국가기반시설임과 동시에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특성상 해당 시설과 서비스의 포괄적 안전 및 기능유지의 책임과 의무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창우 교수= 화재원인이 밝혀지지 않더라도 발화부는 어느 정도 밝혀졌으며, 발화부의 지배영역이 KT이므로 KT에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KT가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박청웅 교수= 간접적인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를 면밀하게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통신재난 역시 피해보상 범위를 규정에 넣어야 한다. 기업들이 피해보상 범위를 이번 기회에 검토하고 정부가 주체가 돼서 확실하게 결론지어야 한다.

Q 기업과 정부의 후속대응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이영주 교수= 이미 정부가 통신재난 대책을 발표했다. 무리하게 소방시설 적용 등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원인에 대한 명확한 규명 없이 대책을 제시하는 것은 정확한 병을 모른 채 무작정 보약만 먹이는 것과 같다.

이창우 교수= 모든 재난이 그렇듯 화재 또한 예방과 대비를 잘하더라도 사고를 없앨수 없다. 다만, 기업에서 스스로 예방, 점검 및 유지관리를 통해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면 사고율을 줄일 수 있다.

박청웅 교수= 기업에서는 안전에 투자하는 것이 이익을 가져오는 것이라는 개념을 가져야 한다. 안전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이용요금 증대로 이어진다는 것은 핑계다. 안전도 투자라는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경영 책임자들은 안전에 대한 책임성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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