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정부 100주년]종착지 충칭서 민족 단합 꿈이 실현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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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칭(중국)=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9-01-0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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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우 합작으로 통합 임시정부 출범

  • 文 충칭방문 직후 남북관계 급물살

  • 기해년 한반도 평화정착 원년 돼야

독립운동가 이달 선생의 딸인 이소심 여사가 중국 충칭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재호 기자 ]


베이징에서 비행기로 3시간을 날아가 도착한 중국 서부의 대도시 충칭.

비가 흩뿌리는 장베이(江北) 국제공항을 뒤로하고 시내의 한 호텔로 급하게 향했다.

호텔 로비의 커피숍에서 만난 독립운동가 이달(李達) 선생의 딸 이소심(李素心) 여사는 80세 고령임에도 정정해 보였다.

그녀의 뇌리 속 부친에 대한 기억 역시 또렷했다.

북만주 지역의 독립운동 단체 신민부와 조선의용대, 광복군 등에서 활동한 이달 선생에게 1992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다.

1930~40년대 항일 투쟁 동지들의 면면이 흥미로웠다.

이달 선생은 후일 광복회 회장을 지낸 이강훈 선생과 주중 일본공사 아리요시 아키라를 암살하려다 실패했다. 이소심 여사는 "부친과 함께 암살 계획을 수립했던 동지들 모두 무정부주의를 표방했다"고 회고했다.

조선의용대에 합류한 뒤에는 대표적인 좌파 독립운동가 김원봉의 비서를 맡을 정도로 신임을 얻었다.

안중근 의사의 5촌 조카이자 광복군 장교 출신으로 육군사관학교 교장, 초대 독립기념관 관장 등을 지낸 안춘생 선생과는 둘도 없는 지기였다.

이달 선생은 1942년 충칭에서 세상을 떠났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터였던 충칭으로 애국지사들이 몰려들었다.

좌우 이념의 구분 없이 조국 독립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무정부주의자들도 함께했다. 당시 충칭은 그런 공간이었다.
 

1940년부터 광복 직전까지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로 사용된 중국 충칭시 위중구 롄화츠 38호의 현재 모습(왼쪽)과 복원된 청사 내 주석 판공실에 걸려 있는 김구 주석과 김규식 부주석의 사진. [사진=이재호 기자 ]


1919년 4월 상하이에서 처음 수립된 임시정부는 일제의 탄압에 유랑을 계속하다가 1940년 충칭에 정착했다.

이듬해인 1941년 말 좌파 계열 정당인 조선민족혁명당이 임시정부에 참여키로 하면서 민족 단합이 본격화하기 시작한다.

1942년에는 조선의용대가 광복군에 합류했다. 의용대를 이끌던 김원봉은 광복군 부사령관에 취임했다.

절정은 1943년 10월 제35차 의정원 회의에서 이뤄진 의석 배분이었다. 김구의 한국독립당에 24석, 조선민족혁명당에 12석, 조선민족해방동맹과 조선무정부주의자동맹 등에 12석이 배분됐다.

좌우 합작으로 이념적 균형을 이루면서 마침내 명실상부한 통합 정부가 출범하게 됐다.

2017년 12월 중국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충칭 임시정부 청사에 들렀다. 방명록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우리의 뿌리입니다. 우리의 정신입니다'라고 남겼다.

문 대통령은 "2019년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고 곧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라며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기억해야 나라도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충칭 방문 직후인 지난해 초부터 남북 관계가 급격히 해빙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4월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 선언'이 잇따라 발표됐다. 민족의 화해와 협력, 평화와 번영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2003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이 여사는 "감동스러운 일"이라고 반겼다.

기해년인 올해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2차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과정이 숨가쁘게 이어질 예정이다.

이달 선생을 비롯해 조국의 광복과 민족 단합을 위해 헌신했던 이들이 웃으며 지켜볼 일들이 많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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