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효진 "'도어락', 찍은 저만 발 뻗고 잘 수 없으니까…강심장만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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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8-12-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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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어락' 경민 역을 맡은 배우 공효진[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퇴근길 어두운 골목을 들어설 때면 저도 모르게 긴장하고, 도어락 비밀번호를 주기적으로 바꾸며, 혼자 산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남성용 구두와 속옷을 전시한다.

영화 ‘도어락’(감독 이권) 속 경민은 나 혹은 내 주변에 있을 법한 지극히 평범한 여성의 모습이다. 그가 겪는 불안과 공포가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해지는 건 우리 역시 그 끔찍한 사건들과 멀리 떨어져있지 않기 때문.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한 번쯤 겪거나 고민해보았을 문제기도 하다.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도어락’은 혼자 살고 있는 경민의 원룸에 낯선 사람의 침입 흔적이 발견되고 연이어 살인사건이 벌어지며 시작되는 현실적 공포를 담은 작품이다. 극 중 공효진은 계약직 은행원으로 근무하며 회사 근처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고 있는 여자 경민 역을 맡았다.

배우 공효진(38)은 경민이라는 인물을 통해 한국여성들이 처한 상황과 현실적인 공포를 짚어낸다. ‘예민’ 혹은 ‘유난’으로 치부되곤 하는 정당한 의심과 생존을 위한 발버둥은 공효진 덕에 더욱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표현됐다.

아주경제는 영화 개봉 전 공효진과 만나 영화 및 비하인드 스토리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나눌 수 있었다.

영화 '도어락' 경민 역을 맡은 배우 공효진[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다음은 공효진과의 일문일답이다

평소 스릴러 장르를 선호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 저를 고군분투하게 만드는 영화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미쓰 홍당무’ 때처럼 제가 책임질 게 많아서 정신을 놓을 수 없는 극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영화를 만날 때가 되었다고. 그간 연기하며 안정감을 느끼곤 했었는데 그게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독이 될 수 있는 느낌이 들더라. 오래 미루고 용기 없는 소리만 하지 말자고 맘먹었다. 작품이 배우를 만나게 되는 건 결국 운명인 거 같다. 지나고 보면 ‘아, 모든 건 얘(작품)를 만나기 위해서였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도어락’도 그렇고.

극 중 경민은 실제 공효진과는 너무 다른 성격 아닌가. 공감이 안 되는 부분들도 있을 텐데
- 다르다! 그래서 답답할 때도 있었다. 하하하. 기정(조복래 분)이 잡혔을 때 ‘또 풀려나면요?’라고 묻는데 시원하게 따지지도 못한다는 게…. 극 중 캐릭터에 실제 제 모습이 투영될까봐 열심히 가리면서 연기했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캐릭터를 연기한 소감은?
- 연기하면서도 ‘아, 답답해!’ 소리치기도 하고. 하하하. 연기하는 톤을 낮추려고 따로 후시녹음을 하기도 했었다. 보다 더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부분을 첨가하려고 노력했는데 편집이 돼서 설명이 안 된 부분들도 있었다.

실제로 경민과 비슷한 경험이나 공포심을 느껴본 적이 있나?
- 누구나 있지 않을까. TV를 보다가 갑자기 꺼지기만 해도 놀라는데.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느껴지는 환상이라고 하더라. 사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과장되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다큐멘터리를 보니 경민 같은 분들이 많더라. 어떤 분이 인터뷰하기를 ‘집에 도착해서도 10분 정도는 불을 켜지 않는다’며 ‘누군가 쫓아왔다면 몇 호인지 확인해볼까봐’라고 하는 걸 봤다. 경우의 수를 많이 두고 조심히 지내시더라. 자료를 보다 보니 그 마음이 이해가 가더라.

영화 '도어락' 경민 역을 맡은 배우 공효진[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도어락’ 각색에 많이 참여했다고 하던데
- 이권 감독님과는 데뷔작 ‘여고괴담’에서 처음 만나서 지금까지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처음 ‘도어락’ 시나리오를 받고 감독님께 ‘여긴 이래서 싫고, 저긴 저래서 싫고’ 따지면서 ‘다른 배우가 해도 되는데 왜 꼭 저여야 하느냐’고 했다. 캐릭터가 자기를 만들어 달라고 설득하는 느낌이 없었다. 누가 해도 잘 어울릴 거 같은 느낌? 흥미 없는 부분들을 바꿔서 저를 주인으로 만들기 위해서 조금씩 바꿔나간 거다.

바뀌어서 좋아진 점이 있다면?
- 디테일한 거다. 그런데 결국 보니 또 감독님 마음대로 나왔더라. 시사회 끝나자마자 감독님이 제게 ‘삐졌니?’하고 물었었다. ‘지금은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했었지. 사실 영화는 감독님의 예술이니까. 다만 조율한 과정들이 무수히 많았는데 ‘왜 나를 이렇게 괴롭혔었을까’ 싶더라.

2013년 개봉한 스페인 영화 슬립타이트(감독 하우메 발라게로)가 원작인데
- 저는 원작이 정말 재밌었다. 극적이라 (현실적으로) 체감이 잘 안 됐다. 그냥 몰입하면서 쭉 보았던 거다. 원작은 알 듯 모를 듯 정보를 다 주지 않는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극 중 범인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가 어머니를 찾아가서 날마다 범행을 고백하는데 영화 말미에는 ‘아, 이 모든 게 아들로 인해서 벌어진 일이구나’ 짐작하게 되는 거다. 모든 짐작을 자유자재로 하는 게 좋아다.

예능 출연은 물론이고 SBS ‘나이트 라인’ 홈쇼핑까지 출연해 ‘홍보 요정’이라 불리는데
- 예능 프로그램보다 홈쇼핑이 영화 이야기를 하기엔 더 좋았다. 내내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에 관해서 설명해야 하니까. 다른 예능 프로그램은 ‘영화 홍보 하는 거예요?’ 하면서 말을 못하게 하니까. 그거 하려고 나온 건데! 홈쇼핑 출연은 사실 ‘미씽: 사라진 여자’ 때부터 생각했던 건데 그때는 진행하기엔 너무 늦어서. 그래도 이번에는 미리 준비해서 홈쇼핑도 출연할 수 있었다. ‘나이트 라인’은 촬영 전에 정말 떨렸다. ‘질투의 화신’ 할 때 5개월 간 들락날락 했더니 세트가 낯설지 않더라. 편안하고 재밌게 찍었다.

오랜 시간 작품을 해보니 어느 정도 감이 오나? ‘도어락’은 어떨 것 같나
- 시간이 지나면서 ‘점수는 중요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이번 작품은 상업적인 스릴러라는 점에서 다른 작품보다 접근이 쉬울 거라고 생각한다. 공효진을 찾는 사람보다 스릴러를 찾는 사람이 더 많을 테니까. 제 예상보다 반응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다만 영화를 본 사람들이 ‘너무 무섭다’고 하니까 (성적에 관해) 기대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강력하게 홍보하면 나중에 사기 당한 기분이 들 수도 있으니까 홍보 전략을 바꿔야겠다. 영화를 찍은 저는 두 다리 쭉 뻗고 자는데 영화를 본 관객들은 괴로움에 잠을 설치면 너무 미안하니까. ‘강심장들만 보세요’라고 제안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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