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칼럼] 중국의 부채외교,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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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18-12-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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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교수l]



2013년 이후 중국이 추진해온 일대일로 구상이 수원국(受援國)의 부채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지난달 16일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CEO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부채 외교를 맹비난하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부 국가들이 인도·태평양과 그 외 여러 국가의 정부에 인프라 건설을 위한 차관을 제의하고 있음은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차관의 조건은 기껏해야 불투명한 것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이 지원하는 프로젝트는 지속 가능성이 없고 그 질이 낮은 경우도 많습니다. 게다가 조건부로 제공되어 엄청난 부채를 떠안게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과연 개발도상국의 부채 문제가 중국만의 탓일까? 그동안 미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가? 또한 미국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현재 중국의 부채외교에 대한 대부분의 비판은 올해 3월 미국의 글로벌개발센터(Center for Global Development)에서 나온 ‘정책적 관점에서 일대일로 구상의 부채 함의에 대한 검토’라는 보고서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56개 일대일로 연선국가들 중에서 지부티, 키르기스스탄, 라오스, 몰디브, 몽골, 몬테네그로, 파키스탄, 타지키스탄 등 8개국의 중국에 대한 부채가 급속히 증가하였다. 이 사실이 일대일로 구상이 개발도상국을 돕기는커녕 경제적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의 핵심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연선국가에 대한 중국의 지원 규모와 방식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중국이 유라시아와 아프리카로 진출해 전략적 거점을 확보하려는 정치적 고려가 장기적 경제성장에 필요한 인프라 투자라는 경제적 계산에 우선한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의 인프라 투자가 현지 노동력을 배제하고 저임금 중국 노동자를 대거 유입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경제적 지원이 부패하고 권위주의적 체제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데 활용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대일로 구상이 일부 연선국가 부채 문제의 근원이라는 주장은 옳지 않다. 먼저 일대일로 구상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연선국가들은 경제규모가 크지 않고 소득수준이 낮은 개발도상국이라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경제규모가 작고 소득수준이 낮기 때문에 이들 국가에서는 국제적 기준에서 크지 않은 대외투자도 대외 부채의 비중이 급속하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2017년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파키스탄 40위(3049억5200만 달러), 라오스 116위(168억5300만 달러), 몽골 135위(114억8800만 달러), 키르기스스탄 145위(75억6500만 달러), 타지키스탄 147위(71억4600만 달러), 몬테네그로 157위(47억7400만 달러), 몰디브 158위(45억9700만 달러), 지부티 174위(18억4500만 달러) 순이다. 이들 국가의 1인당 GDP도 낮은데, 파키스탄 148위(1541달러), 라오스 131위(2542달러), 몽골 117위(3640달러), 키르기스스탄 158위(1144달러), 타지키스탄 165위(824달러), 몬테네그로 76위(7678달러), 몰디브 59위(1만2527달러), 지부티 139위(1989달러)이다.

그 다음으로 일부 국가들은 중국의 지원을 받기 훨씬 전부터 심각한 부채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국가가 1982년 이후 12차례나 구제금융을 받은 파키스탄이다. 계속되는 경제 개혁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이 IMF의 지원을 받은 이유는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추진하는 데 파키스탄의 협조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2016년 IMF 프로그램을 종료했던 파키스탄은 2018년 7월 말부터 역대 최대 규모인 120억 달러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위해 IMF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과 관계 조정을 요구한 미국의 반대로 협상이 부진하자, 파키스탄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60억 달러의 지원을 약속받았다.

또한 키르기스스탄, 몽골, 몬테네그로, 파키스탄, 타지키스탄의 신용등급이 투자등급 이하(정크 본드)이기 때문에 국제금융시장에서 국채를 발행하더라도 아주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또한 라오스와 지부티는 3대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 S&P, 피치로부터 신용등급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몰디브는 투자 등급 미달로 분류되어 사실상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직접 조달할 수가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앞으로 이들 국가가 중국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지 못하게 될 경우, 미국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있을까? 미국우선주의를 고수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일대일로 구상에 대항하기 위해 ‘빌드법(BUILD Act: Better Utilization of Investment Leading to Development)을 제정하였다. 그러나 이 법에 따라 신설된 미국국제개발금융공사(USIDFC)는 600억 달러 자금을 해외에서 인프라 개발에 참여하는 미국 민간기업에 차관으로 제공하고 지분 투자를 하는 데 한정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국무부 산하 미국대외원조처(USAID)의 해외원조 프로그램 예산을 30%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을 대신해서 개발도상국의 부채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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