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똑같은 대체투자는 '노'… 틈새시장서 승부" 신준현 메리츠대체투자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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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수 기자
입력 2018-12-0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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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현 메리츠대체투자운용 대표는 "대체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아무래도 국내 시장에는 한계가 있고, 필연적으로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증권가에 대체투자 바람이 분 지 꽤 됐다. 대체투자는 전통적인 투자상품인 주식·채권에서 벗어나 사모펀드나 헤지펀드, 부동산, 벤처기업, 선박, 인프라를 투자대상으로 삼는다. 이제는 너도나도 뛰어드는 바람에 대체투자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가 됐다.

4일 아주경제가 만난 메리츠대체투자운용 신준현 대표는 그래서인지 '틈새시장'을 강조했다. 즉, 누구나 노리는 투자처만 쫓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용 좋은 美 리테일 부동산 투자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투자대상을 사무용 빌딩에서 쇼핑몰이나 아울렛 같은 리테일 부동산으로 넓혔다. 현재 담보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영화 스튜디오와 뉴욕 소호 아디다스 매장, 바하마 파라다이스 리조트에 투자하고 있다.

신준현 대표는 이런 결정을 한 이유로 "소유주 신용도"를 들었다. LA 영화 스튜디오를 소유한 곳은 칼라일이다. 칼라일은 2017년 기준으로 190조원에 육박하는 자산을 굴리는 세계적인 사모펀드 운용사다. 소호 아디다스 매장은 뉴욕에서 가장 많은 자산을 지닌 리츠회사 SL그린이 가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대체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운용사인 브룩필드가 소유한 곳이 파라다이스 리조트다.

리테일 부동산은 늘어나는 온라인 상거래 때문에 저평가돼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는 "비슷한 위험도인 사무용 빌딩 채권과 비교하면 (리테일 부동산 채권 수익률이) 1%포인트가량 높다"며 "요즘 같은 시장에서 1%포인트는 큰 차이"라고 말했다.

◆"대체투자 수요 갈수록 커질 것"

이미 대체투자는 전 세계적인 추세이고, 그 수요도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돼 부채(레버리지)를 일으켜 대체투자에 나서도 위험 대비 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가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 세계 기관투자자 755곳 가운데 약 70%가 2017년 대체투자에 자산을 배분했다.

국내 통계도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공·사모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11월 30일 기준 108조7300억원(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달했다. 2015년(53조4100억원)과 비교하면 3년 만에 두 배 넘게 불어난 것이다. 여기에 인프라나 선박에 투자하는 특별자산펀드(70조800억원)까지 합치면 설정액이 170조원을 넘어선다.

덩달아 대체투자에 나서는 자산운용사가 많아진 이유다. 그만큼 옥석 가리기도 중요해졌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경쟁사보다 앞서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 신준현 대표는 "대체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아무래도 국내 시장에는 한계가 있고, 필연적으로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도 해외 대체투자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해외 대체투자에 쓴 돈은 2013년 19조8000억원에서 올해 3분기 47조8000억원으로 141%가량 증가했다.

◆"실물자산보다 담보채권이 더 안전"

신준현 대표는 보수적인 투자자다. 일찌감치 눈을 해외로 돌렸고, 남보다 빨리 위험관리 중요성을 인식했다. 그는 "10여년을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니 고점에 대한 위험도 일찍 느꼈다"고 전했다. 그가 이끌어온 대체투자팀은 2013년부터 실물자산 대신 담보채권을 담는 식으로 투자위험을 줄이고 있다.

실물 부동산을 매입하면 만기 가격에 따라 손해를 보고 팔 수도 있다. 이에 비해 부동산 담보채권은 탄탄한 담보력과 높은 소유주 신용도(낮은 미상환 가능성)가 장점이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내년에도 담보채권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다. 아직 풀리지 않은 미·중 무역분쟁이나 미국 금리 상승, 주요국 정정불안을 감안해서다. 신준현 대표는 "고점 우려로 모두 조심하는 분위기"라면서도 "풍부한 시장 유동성을 감안하면 조정은 쉽게 오지 않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뒤집어 말하면 조정이 올 경우 실물자산을 사들이겠다는것이다. 그는 "지금 시장가격이 고점이더라도 선매입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살 수 있다"며 "현지 파트너와 조인트벤처로 선매입할 기회가 있다면 실물자산을 살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검토하고 있는 투자처는 뉴욕을 비롯한 미국 대도시와 독일·프랑스 주요도시다. 런던은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빠져나가는 브렉시트 문제로 조심스럽다. 

◆회사 이름 바꾸고 사업영역 확대

회사는 두 달 전 '메리츠부동산자산운용'에서 '메리츠대체투자운용'으로 이름을 바꿨다. 신준현 대표는 "사명에서 '부동산'이 업무영역을 한정하는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인프라 부문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는 "북미와 유럽에서 노후 인프라를 교체하고 확장하는 수요가 커졌다"며 "해당국가 정부는 긴축정책으로 투자에 한계가 있고, 민간기관 참여가 많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올해 3월 폴란드에 위치한 'A2 섹션' 고속도로에 대한 선순위 대출채권에 약 1000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러시아 모스크바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잇는 중요한 고속도로다. 그는 "대체하기 어려운 구간에 참여한 파트너 신용도도 양호해 사업 안정성이 높았다"고 전했다.

추가 투자는 더 지켜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대체투자시장은 폐쇄적이고 진입장벽도 높아서다. 신준현 대표는 이를 '이너서클(권력 핵심층)'에 빗댔다. 어지간해서는 주로 거래해온 투자자나 자산운용사를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장벽을 넘으려면 시간을 두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는 "해외 부동산 투자는 10년 이상 해왔고, 뉴욕을 비롯한 핵심 투자처에서는 우리가 알려져 있다"며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보다 사명변경을 계기로 해외 인프라 쪽에서 신뢰를 쌓을 것"이라고 밝혔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당분간 난이도가 낮고 안전한 거래에 참여하면서 인지도를 높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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