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G20 미중 양국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양국의 속내는?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교수
입력 2018-11-30 05: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사진=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교수]


주요 20개국(G20) 회의 미·중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G2 국가의 무역마찰이니 그에 따른 경제 파급이 전방위적으로 커져갈 수밖에 없다. 곧 다가올 미 연준의 금리정책과 미·중 정상회담의 향배에 따라 글로벌 경제가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국의 입장에서는 미·중 간 무역마찰로 인한 내부 경제상황 악화, 그로 인한 증시 하락, 민영기업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 확산 등으로 인해 이번 G20 미·중 정상회담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강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그것을 노리고 지속적으로 중국을 흔들고 있다. 지난 9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2차 미·중 외교안보대화에서 미국은 남중국해와 타이완 문제, 신장·위구르 자치구 인권 문제 등 다양한 이슈를 던지며 중국을 괴롭혔다. 지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성명 채택 불발을 놓고도 중국의 책임이라며 대립각을 세웠고,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비판하며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에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을 자제할 것을 요청한 것도 그러한 심리적 협상전술이라고 보여진다.

중국 속담에 '취옹지의부재주(醉翁之意不在酒)'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술에 취하는 뜻은 술에 있지 않다'는 말로 딴 속셈이 있거나 안팎이 다름을 비유하는 말이다. 한 마디로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의 주도권 다툼이 이번 미·중 양국 간 무역마찰의 핵심이고 본질인 셈이다.

미국의 속내는 단지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 아니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리더십과 세계경제 패권에 중국이 도전장을 냈으니, 이번 기회에 중국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꿈꾸는 군사 패권, 과학기술 패권, 문화 패권, 금융 패권, 즉 중국몽(中國夢)을 포기하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정리하면 첫째, 중국정부의 금융과 정책적 지원을 받아 성장한 국유기업들을 해체하고자 할 것이다. 국가자본주의(State Capitalism)에 의해 성장한 국유기업들이 글로벌 공정무역을 파괴하고 있다고 외치며, 이에 대한 강력한 수정과 변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다. 둘째, 환율 조작과 글로벌 공급사슬로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였고, 그로 인해 엄청난 외환보유고를 축적했으며, 이런 막강한 자본력으로 금융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을 글로벌 시장에서 고립시키고자 할 것이다. 우선 중국 금융 서비스시장의 개방을 강력히 요구하며,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4조4000억 달러에 이르는 대중무역적자를 금융시장에서 만회하려 할 것이다. 셋째, '중국제조 2025'로 요약되는 중국 기술패권 야망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할 것이다. 지난 11월 6일 트럼트 대통령은 중간선거 이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버려야 한다"고 대놓고 얘기한 바 있다. 제조강국이 아니라 그냥 제조대국으로만 남아 있으라는 소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이번 정상회담에 중국이 어느 정도의 선물을 가지고 왔는지 한번 지켜보겠다는 심산이다. 선물의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떠한 선물을 준비했고, 내가 원하는 선물인지 한번 보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속내를 중국이 모를 리 없다. 다급한 중국 입장에서는 미·중 무역마찰의 속도를 완화하고, 포괄적인 화해를 도출하기 위해 최대한 성의를 보일 것이다.

중국의 속내도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지난 11월 초 상하이에서 개최된 제1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CIIE)에서 총 578억 달러(약 65조원) 규모의 계약이 성사된 부분을 강조하며, 중국은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한 지속적인 수입확대 및 대미투자 노력 부분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킬 것이다. 둘째, 중국도 위안화 국제화를 통해 금융강국을 꿈꾸고 있기 때문에 부분적인 금융시장 개방 시나리오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단시일 내에 자본시장 및 외환시장을 자유화하게 되면 시장의 파급이 크기 때문에 점진적인 개방 플랜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중국제조 2025 포기의 미국 측 압박에 중국은 직접적인 대응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제조강국과 기술강국의 꿈은 포기할 수 없는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자존심이자 미래중국의 청사진이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제시한 국가 어젠다가 타국에 의해 수정 변경된다는 것은 결국 공산당의 정치적 리더십 몰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결코 굴복하거나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문제가 되고 있는 미국 기술유출 및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유감표시와 제도적인 보완 정도의 대안을 제시할 가능성은 있다.

종합하면 이번 G20 정상회담의 획기적인 빅딜 성공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단지 치킨게임이 아니라 대립완화 수준의 모양새만 연출될 수도 있다. 미국의 실리와 중국의 명분이 만나는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중요해 보인다. 결국 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박과 함께 국내경제 하방이라는 대내외적인 어려움에 직면한 중국이 미국에 어느 정도의 실리를 줄 것이냐에 따라 회담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미국 또한 중국에 그에 맞는 명분을 주지 않는다면 결국 이번 회담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겉으로 미국의 승리처럼 보이지만, 아직까지는 미·중 무역마찰 이후 미국의 무역적자·재정적자는 더 늘어났고, 중국의 대미 수출은 줄어들지 않는 형국이다. 과거 역사에서 보았듯이 중국은 내부 결속력을 다지며 이번 회담을 자력갱생의 좋은 기회로 삼으며 끝까지 미국에 결사항전할 수도 있다. 그게 중국식 특유의 사회주의이다. 그것은 미국도 원치 않을 것이다. 미국의 경제적 실리와 중국의 정치적 명분의 교집합을 찾는 정상회담이 되길 기대해 본다.
 
박승찬 소장/교수
중국 칭화대 경영학 박사
전)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 경제통상관
전) 미국 듀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환교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