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4차산업혁명시대, 편의점의 변화 속에 나타난 빅데이터와 소셜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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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입력 2018-11-1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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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개인적으로 수업 중 경영전략과 관련된 부분을 이야기할 때 빼 놓지 않는 사례가 바로 편의점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의 편의점은 1982년 모 유통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편의점이 보편화된 것은 1988년부터이다. 결코 짧지 않은 역사 속에 기존의 유통산업이 고전하는 사이 편의점은 꾸준한 매출신장을 가져왔다. 이러한 성장에 있어 1인가구의 증가 및 가정편의식의 변화 등 사회환경적 변화가 주된 이유로 제시되지만, 또 다른 이유는 환경적 변화 대응에 따른 끊임없는 전략 변화에서 비롯되었다.

하바드 비즈니스 스쿨의 마이클 포터 교수는 경쟁이 심화된 산업군 내에서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본원적 전략의 형태로  원가우위, 차별화, 그리고 집중화를 제시하였다. 초기 편의점의 전략은 이 중 집중화로 대표되었다. 당시의 편의점은 동네 슈퍼보다 상품의 가격도 비쌌고, 상대적으로 작은 점포의 특성상 소위 잘 팔릴 것 같은 상품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보니 편의점은 슈퍼가 문을 닫은 이후에 야식을 먹을 때나 찾던 곳이었다.

하지만, 과거 우리나라가 국가부도위기였던 때, 한 연예인을 모델로 한 캐릭터 빵이 대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다. 기억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당시 이 빵의 위력은 대단하였다. IMF이후 많은 기업들이 부도위기에 몰려 있던 상황에서 이 빵의 제조사 역시 법정관리 상태였다. 하지만, 최초 캐릭터 빵의 출시와 TV광고의 효과를 통해 해당 빵은 잘 팔릴 때 월 매출이 40억원에 이르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부도위기에 놓여있던 회사는 살아날 수 있었다. 이후 편의점을 중심으로 인기 아이돌,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의 스티커가 포함되어 있는 다양한 캐릭터 빵이 이어졌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빵은 여전히 주력 상품은 아니었다.

최근 편의점이 마케팅의 최전선으로 인식되면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의 심화는 집중화와 더불어 편의점을 더욱 빠르게 차별화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이로 인해 과거 커피, 라면, 삼각김밥으로 대표되던 편의점의 히트상품은 소비자들의 이목을 잡기 위한 단독 상품 개발은 물론 구매욕을 이끌어 내는 브랜드나 스타 및 아이돌들과의 협업을 이끌었다. 이는 과거 편의점에서 식사대용으로 판매하던 라면, 삼각김밥을 넘어 이제는 도시락을 선호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 도시락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김치찌개, 순대국밥 같이 기존 음식점에서만 먹을 수 있던 음식까지 도시락으로 나왔다.

이제는 하다하다 일부 방송국 관계자와 연예인만 접할 수 있었던 소위 ‘인기가요 샌드위치’를 편의점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인기가요 샌드위치는 ‘인기가요’ 녹화장인 SBS 공개홀 매점에서 판매되는 제품으로 아이돌 가수들이 해당 제품에 대한 맛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세간의 관심을 불러모았다. 생방송날 하루만 판매하는 제품이기에 일반인들은 먹지 못하는 이 제품을 모 아이돌그룹이 팬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해당 샌드위치를 나누어 주면서 퍼진 입소문으로 모 편의점에서 해당 제품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판매 결과는 놀라웠다. 불과 3개월이 채 안된 시점에서 해당 샌드위치는 편의점의 모든 먹거리를 통틀어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이러한 인기에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홍보도 한몫 했다. ‘샌드위치 먹으려고 데뷔 준비했던 분들은 그냥 편의점으로 오면 된다’는 소셜미디어 홍보는 아이돌을 좋아하는 10대와 20대 사이에서 입소문을 이끌어 냈다. 편의점에서 잘 구매되지 않던 샌드위치가 편의점의 최대 히트상품으로 이어져 오던 삼각김밥을 넘어선 것이다.

종종 편의점의 성장을 환경변화에 따른 유통점의 변화 정도로 치부하는 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급속한 성장은 빅데이터 및 소셜미디어의 활용에 따른 전략변화 속에 나타난 결과이다. 우선 다시 말해 고객에 대한 가장 많은 데이터를 확보한 곳이 바로 편의점이며 이를 통해 매출로 연결하고 있는 곳이 편의점이다. 우선 편의점에서 일을 해 본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고객은 잘 모르는 POS(Point of Sale) 단말기의 키보드에 고객의 성별과 나이대를 입력하는 버튼이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이 어떠한 상품을 찾고 구매하는지는 전부 데이터화 되어 입력된다. 기업은 쌓인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함으로써 지속적인 전략적 변화를 가져왔다.

혹시 자녀나 조카 등 어린이와 함께 편의점에 가면, 수십번 왔어도 한번도 보지 못한 듯한 상품을 아이는 이미 손에 들고 사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보분석은 제품의 진열에도 영향을 미쳤다. 성인의 눈높이와 아이의 눈높이의 차이에 따라 매장의 상품 진열이 달라진다. 뿐만 아니라 성별, 나이에 따른 판매 상품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서 예상치 못한 연관상품을 찾아내게 되었고, 진열위치의 조정과 같은 이러한 소소한 변화는 편의점 매출상승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

상대적으로 협소한 점포의 특성 속에 편의점 비즈니스는 과거 슈퍼와 같은 유통채널과는 완전히 다른 채널로 변화하였다. 이는 홍보 및 마케팅 채널에서도 나타난다. 모든 영향력이 전단지와 TV로 대표되던 그때와 달리 소셜미디어는 전에 없던 채널의 변화를 가져왔다. 그에 따라 기업도 되살릴 수 있었던 대형 스타를 앞세운 브랜드의 영향력보다 이제는 인플루언서(Influencer, 영향력 있는 개인)의 영향력이 더욱 높아지는 시대가 되었다. 그 중심에 소셜미디어가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몰이 중인 핫(hot)한 간식부터 처음 본 식품까지 편의점 식품에 대한 이들 인플루언서의 리얼 후기는 성장의 한계에 부딪친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 유통업체들의 고민을 더욱 깊어지게 하고 있다. 미래의 잠재 고객인 젊은 층은 온라인 쇼핑에 익숙할 뿐만 아니라 스타들을 앞세운 대형 브랜드의 영향력보다는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모 연구소의 설문결과에서 10대와 20대의 젊은 층에서는 인플루언서가 알려주는 정보는 연예인보다 더 신뢰하는 정보로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편의점의 전략적 변화 속에서도 이미 빅데이터와 소셜미디어는 많은 영향을 미치는 주된 동인이된지 오래이다. 아직도 4차산업혁명은 언제 일어나는 것인지 물어보는 분이 종종 계시다. 이미 우리 주변에서 4차산업혁명은 훨씬 이전부터 진행중에 있다. 다만, 수면 위에 유유하게 떠있는 백조처럼 큰 움직임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미 수면 아래에서는 분주히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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