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발견]24. 술 취하지 않는 행복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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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환 기자
입력 2018-11-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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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니엘 슈라이버 '어느 애주가의 고백'

[사진=아이클릭아트 제공]

# 술은 경고의 목소리를 튕겨 내는 방어막을 곧잘 치곤 한다. 언제나 술을 마셔야 하는 이유를 대는 것이다. 다음 잔을 마셔야 할 이유는 늘 충분하다. 자신이 문제가 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과잉 논리로 무장하지만 사실 우리가 문제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는 그다지 많은 논리가 필요 없다. 저절로 중독자가 되는 건 아니다. <어느 애주가의 고백(다니엘 슈라이버∙스노우폭스북스), 47쪽>

기자와 술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취재원 관리'라는 이유로 잦은 술자리를 갖습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술을 마시는 선후배들도 많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자신이 술을 제어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놓인 상황 탓에 어쩔 수 없이 마시는 것이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세우지만 습관처럼 술을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술자리가 없으면 불안해합니다. 술을 조절하기는커녕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술에 의해 삶이 지배를 당하고 있는 셈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우리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우리나라 알코올 사용 장애 유병률은 13.9%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한국 위에는 헝가리(21.2%), 러시아(20.9%), 벨라루스(18.8%) 단 세 곳에 불과합니다. 남성의 알코올 사용 장애 유병률은 21.2%에 달합니다. 알코올 의존증도 5.5%로 전 세계 평균 2.6%보다 2배 이상 웃돕니다.

술에 의존하는 것은 고달픈 현실과 멀어질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술은 사람을 착각하게 만듭니다. 술에 취했을 때 기쁨, 즐거움, 노여움, 슬픔 등의 감정은 평소보다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술을 마심으로써 점점 현실에서 멀어져 행복감과 해방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현실과의 끈이 끊어집니다.

다만 이는 잠시뿐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는 깨질 것 같고 속은 메슥거립니다. 전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불안감과 수치심이 밀려옵니다. 점점 술이 깨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오면 더 큰 상실감이 찾아옵니다. 그렇게 또다시 술을 찾습니다.

술에 취하지 않고도 즐거운 일이 얼마든지 많습니다. 술로 인생을 낭비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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