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발견]42. 부모 잘못 만난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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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환 기자
입력 2019-06-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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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M. 데 바스콘셀로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 나는 모든 것을 집 밖에서 배웠다. 집에서는 나 혼자 눈치껏 행동해야 했기 때문에 실수하기 일쑤였고 그 때문에 걸핏하면 매를 맞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를 때리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사고뭉치라는 것을 알아챘는지 누구나 나를 볼 때마다 망나니라느니, 나쁜 놈이라느니, 억센 털 러시아 고양이 같은 놈이라느니 하며 욕을 해댔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J.M. 데 바스콘셀로스, 동녁)-

개인적으로 가장 가슴 아픈 말은 '부모를 잘못 만난 죄'입니다. 살아가는 데 있어 유일하게 선택 가능성이 '영(0)'인 것이 부모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를 잘 만난 덕분에 사랑 속에서 크면 다행이지만, 부모를 잘못 만난 탓에 어린 시절부터 불행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다른 곳도 아닌 가정에서, 그것도 부모가 자녀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7개월 된 한 여자아이가 부모로부터 일주일 넘게 방치된 끝에 숨졌습니다. 특히 이 아이의 부모가 딸이 숨진 사실을 알고도 친구를 만나 PC방과 술집에 갔다는 사실이 알려져 큰 충격을 줬습니다. 지난 1월에는 한 엄마가 딸이 오줌을 못 가린다는 이유로 화장실에 4시간 동안 가둬 목숨을 잃게 한 사고도 있었습니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학대로 목숨까지 잃는 아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아동학대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2만4433건의 아동학대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30명이 사망했습니다. 전체 아동학대의 75%가 부모에 의해 일어났습니다. 문제는 이런 학대가 한 번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학대의 굴레 속에 빠진 아이들이 적지 않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입니다. 단지 부모라는 이유로 자기 자녀에 대해 함부로 해도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동학대는 단지 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입니다. 적어도 '부모를 잘못 만난 죄'라는 말이 없어지길 바랍니다.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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