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이 기업의 생산‧분배 과정 직접 개입하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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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18-11-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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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의 생산‧분배 이후 복지정책 시행해야”

  • 韓경제, 선진국 진입-중진국 함정 기로…성장세 회복해야

  • 박재윤 전 재무부 장관 인터뷰

박재윤 전 재무부 장관은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성장세 회복”이라며 “재정지출을 과감히 늘려 기업투자를 자극할 수 있는 부분에 투입하고, 금융정책도 확장적으로 펼쳐서 내년 성장률을 2.9%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 = 현상철 기자]


“(문재인정부의)최근 경제정책을 보면, (우리 경제의)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어렵게 하고 있다.”

박재윤 전 재무부장관은 본지 창간 11주년을 맞아 진행한 특별 인터뷰에서 한국경제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박 전 장관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할 요인을 찾기 매우 어렵다”며 “시대적 여건에 맞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 한국경제는 선진국 진입과 중진국 함정이라는 갈림길에 서 있다”며 “성장률을 3%대 이상으로 유지해 국민소득을 높이지 않으면 영원히 중진국권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전 장관은 문민정부 시절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통상산업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거쳐 금융통화운영위원회(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경제원로다. 지금은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와 지식사회포럼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성장세 회복”이라며 “재정지출을 과감히 늘려 기업투자를 자극할 수 있는 부분에 투입하고, 금융정책도 확장적으로 펼쳐 내년 성장률을 2.9%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박 전 장관은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장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기 힘들다고 평가하면서 “(현 정부의)소득주도성장 정책처럼 정부가 기업의 생산과 분배 과정에 직접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임금인상이나 정규직 전환, 일자리 창출 등을 기업에 요구하는 방식으로 기업활동에 개입하면 안된다는 의미다.

이어 “기업 차원에서 생산과 분배를 이룬 후에 복지정책을 시행,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전 장관은 “경제활동이 공정하게 이뤄지면 성장세 회복은 용이해질 것”이라며 공정경제 정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 성장세 회복 시급…소득주도성장, 기업의 생산‧분배과정 직접 개입 안돼

박 전 장관은 한국경제의 가장 시급하고 긴요한 과제는 ‘성장세의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성장세를 회복하기 위해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을 단기적으로 확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전 장관은 “어느 정도의 적자재정을 감당해서라도 재정지출을 과감히 늘려, 기업투자를 자극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며 “외국자본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금리인하와 기업에 대한 금융기관 대출 확대를 포함한 확장적 금융정책을 펼쳐 내년 경제성장률을 2.9%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단 확장적 재정정책은 혁신성장과 함께 추진돼야 버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고, 성장세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전 장관은 “경기확장적 정책은 다른 한편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의 창출을 위한 구조적 혁신정책과 병행돼야 한다”며 “구조적 혁신정책이 전제돼야만 확장정책이 거품경제를 불러오지 않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기업이 연구개발투자를 확대하고, 기업구성원의 지식력을 높이기 위한 연수를 대대적으로 강화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의 지식력 제고를 위한 시민연수를 실행하는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은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는 정책추진 방향에 다소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 전 장관은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임금인상‧근로시간 제한‧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일자리 창출을 기업에게 요구하는 등 기업 차원의 생산과 분배 과정에 직접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업 차원에서의 생산과 분배가 이루어진 후에 소득과 재산에 대한 과세와 소득보조금 지급 등 복지정책을 시행, 무소득층을 포함한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이고자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정경제에 대해서는 “정부의 공정경쟁정책은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며 “사실 정부가 기업과 개인의 경제활동이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보장해 주면, 한국경제의 성장세 회복은 매우 용이해 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단 “공정경쟁의 필요성은 대기업의 경우 더 크지만, 정부의 공정경쟁정책은 대기업에게만 요구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공정하게 요구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재윤 전 재무부 장관.[사진 = 현상철 기자]


◆3%대 성장궤도 잃으면 ‘중진국 함정’ 빠질 수도…정부 경제정책 성장률 향상 기대 어려워

박 전 장관은 “한국경제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며 자칫 우리나라가 중진국 함정에 매몰될 수 있다고 크게 우려했다. 이를 벗어나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향후 성장률을 3%대로 끌어올려 국민소득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박 전 장관은 최근 한국경제 상황에 대해 “저성장세를 역전시켜 성장세를 회복‧유지함으로써 머지않은 장래에 선진국권으로 진입할 것인가,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의 저성장세를 헤어나지 못하고 지속함으로써 이른바 중진국함정에 매몰되고 말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1983~1987년 고도성장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11%에 달했다. 그러나 2013~2017년에는 성장률이 3% 수준에 머물렀다. 5년 마다 1.1%포인트씩 지속적으로 하락한 셈이다.

박 전 장관은 “올해는 2.7%로 더욱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내년에는 2.9%, 2020년의 3.1%, 2020년의 3.3%, 2021년의 3.3%로 제고해 이후 2030년까지 연평균 3.3%의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며 “3%대 성장을 지속함으로써 1인당 국민소득을 2013~2017년 평균 2만7671달러에서 2026~2030년 평균 4만1229달러로 높이지 않으면, 한국은 중진국권에서 영원히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박 전 장관은 성장률이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낮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경제의 성장률을 2.8%로 전망하고 있지만, 국내 연구기관이 전망하고 있는 대로, 2.7%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IMF는 내년 한국경제의 성장률을 2.6%로 더욱 낮춰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여러 상황을 볼 때 앞으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할만한 요인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성장률 반등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경제정책과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및 미국의 통화 긴축을 꼽았다.

박 전 장관은 “국내적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주52시간 근무제‧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 등 최근 경제정책이 기업의 투자와 생산을 늘려, 성장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을 기대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무역분쟁이 당분간 심화될 것으로 보이고, 대부분의 선진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그동안 펼쳐오던 금융‧재정의 확장정책을 안정 또는 축소정책으로 바꾸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로 인해 한국의 수출호황도 내년엔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박 전 장관은 혁신을 바탕으로 한 성장동력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 전 장관은 “한국경제의 성장세가 계속 추락하는 것은 이런 단기적 대외요인들 때문만이 아니다”며 “발전단계와 시대적 여건에 맞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한국경제가 만들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 전 장관은 “과거 성장동력은 선진외국의 기술을 효과적으로 습득해 싼 임금을 바탕으로 저가‧고품질의 수출을 가능케 만든 ‘근면성’이었다”며 “이제는 높은 소득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선진보다 한걸음 앞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 고가‧고품질의 수출을 가능케 하는 ‘지식력’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필요하게 됐다”고 했다.

박 전 장관이 말하는 ‘지식력’이란 혁신성장과 궤를 같이 한다. 그는 “‘지식력’이란 ‘정보를 이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말한다”며 “정보력과 창의력, 그리고 이들을 뒷받침하는 협력을 합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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