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 칼럼] 다함께 잘사는 포용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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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 기자
입력 2018-11-0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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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진 정치부장]

“국민 단 한 명도 차별받지 않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내년 예산안을 설명하는 국회 시정연설에서 자신의 국정철학이자 정책 방향인 ‘포용국가’ 비전을 이렇게 정리했다.

지난 주 만난 민주당의 한 중진 여성의원은 문재인정부의 ‘포용국가’ 핵심은 한마디로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참 명쾌했다.

문 대통령의 연설을 다시금 꼼꼼히 들여다보았다.

“국가가 국민의 삶을 전 생애에 걸쳐 책임지고,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개인이 일 속에서 행복을 찾을 때 우리는 함께 잘 살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바꿔야 합니다. 사회안전망과 복지 안에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공정한 기회와 정의로운 결과가 보장되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이며, 우리 정부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입니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유명한 경제학자이자 노동당 소속인 윌리엄 베버리지에게 복지국가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연구하도록 지시했다.

마침내 1942년 겨울, 베버리지는 영국의 100년 대계를 그려낸 보고서를 발표, ‘가난한 사람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줘야 한다’고 적시했다. ‘사람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국가에서 보호하고 돌본다’는 뜻의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그 유명한 말도 여기에 쓰였다.

이에 각종 사회복지 제도가 추진되면서 급격한 산업화와 전쟁으로 인해 온갖 사회적 불안에 시달리던 영국 국민들은 삶을 국가가 보장해줄 것이라는 큰 기대감을 갖게 됐다.

차별의 반대말은 평등이다.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가정에 아동수당을 지급한다. 또 오는 2020년까지 국공립유치원을 40% 가까이 늘릴 계획이다.

모든 아이들은 태어난 후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하며, 사회의 첫 출발선인 보육기관에서부터 균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뜻에서다.

정부는 또 ‘국민 전생애 기본생활보장 3개년계획’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문재인정부가 추구하는 복지국가 모델은 이른 바 ‘한국형 노르딕(북유럽)’이다. 노르딕 모델은 시장경제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부담-고복지의 사회보장체계를 수립했다. 세계에서 가장 살고 싶은 나라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노르딕 국가들이 차지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스웨덴의 예를 들면 스웨덴 국민들은 부유층은 60%, 저속득층도 29%의 세금을 낸다. 복지국가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은 많이 낸 만큼 다시 복지를 통해 돌려받는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 국민은 실직과 병으로 소득이 없을 때 본인이 낸 세금으로 국가가 일시적이나마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믿는다. 질 높은 교육도 여기에 한몫 한다. 

문재인정부의 ‘포용국가’ 비전을 사실상 설계한 성경륭 한림대학교 교수는 노르딕 모델을 우리에 맞게 변형시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르딕 모델에 작동하고 있는 원리를 △포용성△혁신성△유연성이라고 꼽았다.

재벌편향적 발전국가 모델을 받아들인 한국은 신자유주의 노선을 잘못 선택함에 따라 강자가 약자를 쥐어짜는 경제불평등과 소득양극화가 극심해졌다. 일방주의적 주입식 교육과 사교육 열풍으로 공교육의 질이 떨어졌고, 학생들의 창의성 역시 바닥을 기고 있다. 포용성과 혁신성 모두 매우 낮아진 것이다.

가장 문제는 포용국가로 가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최소화하는가이다.

노르딕 모델이든 한국형 모델이든 경제와 복지 간의 사회적 갈등 양상을 넘어서는 진정한 국민통합형 사회·경제 모델을 만들어 내려면 사회구성원이나 국민의 합의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포용국가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선 현재 2% 이하에 머물고 있는 국민의 조세부담률을  적어도 5% 정도로 끌어올려야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더 내고 더 받는다'고 할지라도 지금처럼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서민들의 조세 저항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복지국가 비전을 이념주의로 몰아가려는 기득권세력들의 반발도 불보듯 뻔하다.

이 대목에서 성경륭 교수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단순히 강자를 죽이고 약자를 살리는 개혁이 아니라 어려운 약자를 우선 살려내되 궁극적으로는 약자와 강자가 함께 사는 개혁, 더 지속가능한 공생의 개혁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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