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검인물전] 홍천 소방대원, '화염 속에서 생명을 구할 힘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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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진 기자
입력 2018-10-3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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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구하기 위해 화염에 뛰어들었다 녹아내린 헬멧을 쓰고 있는 소방관.  [사진=연합뉴스/강원도소방본부]


119소방대원이 불길 속을 뛰어들어 3세 아이를 구조했다. 구조 작업에 나선 소방관의 방화 헬멧은 뜨거운 화염에 녹아내렸다. 헬멧 앞부분에 있는 소방청 심벌마크인 황금빛 새매는 그을음과 열기에 형태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소방관의 왼쪽 뺨은 2도 화상을 입었다.

29일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홍천군 홍천읍 한 빌라 4층에서 불이 났다. 신고를 받은 홍천소방서 소방대원들이 도착했을 땐 불꽃과 열기로 내부 진입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연기가 빠질 곳이 없어 무턱대고 들어갔다간 질식할 수도 있었지만, 집에 아이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대원들은 인명구조 2개조 4명, 화재진압 1개조 2명으로 나눠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김인수 소방위와 김덕성 소방교는 안방에서 쓰러져 있는 어린아이를 발견했다. 아이는 호흡을 하고 있었으나 의식은 없었다. 대원들은 보조 마스크를 아이 얼굴에 씌우고 안고 나왔다.

여소연 구급대원은 아이의 응급 처치를 책임졌다. 아이의 의식을 확보하기 위해 산소 투여와 기도 내 흡인 등 조치를 해 병원 도착 전 아이의 의식을 확보했다.

화염에 녹아내린 헬멧의 주인인 박동천 소방장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무엇보다 아이가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라며 "정신이 없어 화상을 입은 줄도 몰랐지만, 치료를 받고 왔으니 괜찮다"고 밝혔다.

소방대원들은 구조된 아이가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병원을 찾았다. 혹시라도 아이가 잘못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소방관의 기도 중에는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힘을 저에게 주소서'라는 구절이 있다. 소방대원에게 구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해 12월 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숨졌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대원들은 한 명이라도 더 구하지 못한 사실에 괴로워하며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충북도소방본부는 제천 화재 참사에 출동했던 소방관 205명 가운데 81명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40% 비율이다. 심리 상담과 약에 의지해 생활하는 소방대원은 생각보다 많다.

지난 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의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8년 전국 소방공무원 정신건강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한 전국 소방대원 4만5719명 중 10.7%인 4874명이 '최근 1년간 자살 생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권 의원은 "국민 안전을 위해 늘 격무로 고생하는 재난 현장 대응 대원들이 일상에서도 고통 받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소방대원은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헌신과 희생으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애쓴다.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헌신의 무게를 덜어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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