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금값보다 비싼 ‘종자’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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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18-10-2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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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국 50조원 규모 시장 선점 위해 규모화 나서

  • 한국은 아직 걸음마…2022년 세계 13위국 도약 목표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의 '수출전략형 종자개발 성과 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이 다양한 품종의 토마토를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올해 6월 미국의 종자기업 몬산토(Monsanto)는 독일 기반의 다국적 화학‧제약 기업인 바이엘(Bayer)에 매각됐다. 바이엘은 2년간의 구애 끝에 인수대금 총 630억 달러(약 67조원)를 들여 인수절차를 마무리했다.

독일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2014년 기준 세계 종자시장 규모인 450억 달러(약 51조원)보다 더 많은 자금을 쏟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종자는 ‘농업의 반도체’로 불린다. 어느 종자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식량의 생산량과 품질이 결정된다.

생명과학 분야 연구개발(R&D)부터 농업‧농식품에 이르기까지 전후방 산업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 금값의 두세 배를 웃도는 종자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미래 성장산업으로서 가치를 알아보고, 유수의 글로벌 다국적 기업은 일찍이 규모화에 나섰다.

한국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내수규모는 1%에 불과하고, 관련 정책을 본격 추진한 것도 6년이 채 안됐다.

세계 주요국이나 글로벌 기업과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우리 전통음식 ‘김치’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배추‧무‧고추는 오랫동안 연구한 분야라 국내 종자기업의 강점이자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지난 제1차 종합계획을 통해 관련 연구센터 등 종자산업 기초 인프라도 구축했다. 목표는 2022년 세계 13위권의 종자 수출국 도약이다.

◆세계는 총성 없는 종자전쟁…‘50조원’ 시장 주도권 치열

2005년 247억 달러(약 28조원)였던 세계 종자시장은 기후변화와 생산성 향상에 대한 요구 등으로 10년 만에 450억 달러로 급성장했다. 그러다 2016년에는 372억 달러(약 42조원)로 규모가 축소됐다.

이는 종자가격이 소폭 하락한 영향을 받았지만, 글로벌 거대 종자기업이 경쟁업체의 인수합병을 적극 추진한 결과이기도 하다. 최근 5년 동안 81건의 인수합병이 진행됐다.

소수의 공룡기업은 인수합병을 통해 독과점 체제를 빠르게 형성해 가는 중이다. 상위 10대 다국적 기업은 세계 종자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들 중 ‘바이엘(독일)-중국화공(중국)-다우케미컬(미국)’ 3대 거대기업의 경쟁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6월 사이에 △다우케미컬은 듀폰 △중국화공은 신젠타 △바이엘크롭사이언스는 몬산토를 흡수했다.

이들이 합병에 나선 이유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원가절감 △종자 특허권 활용 △이종업체와의 파트너십 등으로 농산물의 재배‧유통‧가공 과정까지 업무범위를 확장,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거대화‧규모화‧과점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향후 글로벌 거대기업으로의 편중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50조원에 달하는 세계 종자시장을 둘러싼 ‘종자전쟁’의 서막이 펼쳐진 것이다.

자색 무 '보라킹'[사진 = 농식품부 제공]


◆2022년 세계 13위국으로 도약

세계 종자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내수규모는 1% 내외로 미미하다. 이는 육종 역사가 짧고 국내 종자기업의 규모가 작은 탓이다.

외환위기 당시 우리 종자기업이 외국계 자본에 매각돼 국산종자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35%까지 하락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반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신품종 출원 건수는 전년대비 6% 증가한 694품종으로,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 회원국 74개국 중 7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종자수출액은 5854만 달러로, 2013년 4124만 달러와 비교해 41.9% 증가했다.

이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 중인 ‘골든 시드 프로젝트(GSP)’ 사업이 조기에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GSP사업은 전략적 수출‧수입대체 품종 육성을 위한 연구개발 과제다. 지난해 GSP 사업 관련 품목의 수출은 2447만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41.8%를 차지한다.

농식품부는 GSP 사업을 통해 금값의 3.8배인 미니파프리카 종자 국산화에 성공한 바 있다. GSP 사업의 또 다른 성과는 ‘로열티대응연구사업’을 추진, 로열티 지불액을 최근 5년 동안 27.2%나 줄인 점을 꼽을 수 있다.

동시에 농식품부는 종자산업을 미래농업을 선도하는 성장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2013년 종자산업법을 개정하고, 5년마다 ‘종자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수립‧추진하고 있다.

1차 종합계획 기간(2013~2017년)에는 종자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방사선육종연구센터 설립 △민간육종연구단지 조성 △종자산업진흥센터 지정 등 종자산업 기초 인프라를 구축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리 종자산업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민‧관‧학이 상호 협력해 민간기업의 품종개발 R&D 역량을 강화하고, 산업 전반의 인프라를 정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수출확대와 업체 규모화 맞춤형 지원에 초점을 맞춘 제2차 종합계획을 추진 중이다. 목표는 2022년까지 종자수출 목표 2억 달러 달성과 세계 13위권의 종자수출국 도약이다.

농식품부는 이를 위해 개발된 품종의 해외유통채널을 확보하고, 국제종자박람회 개최 및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등과 연계한 시장 개척 활동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앞으로는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보다 규모 있는 업체를 육성하고, 육종 노하우를 보유한 개인 육종가는 품종보호 제도를 통해 지식재산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며 “규모화‧전문화로 상호 협력해 성장하는 우리나라만의 고유 산업구조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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