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검인물전] 김현종 본부장, 밥맛 떨어지는 장사치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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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진 기자
입력 2018-10-1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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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개정안에 대해 사전 설명하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연합뉴스]


"어떠한 협상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본원칙은 이익의 균형입니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상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017년 8월 취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세계 통상의 틀이 바뀌었는데 예측 가능한 대응방식으로는 총성 없는 통상전쟁에서 백전백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4~2007년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칠레 FTA, 한·유럽 자유무역연합(EFTA)을 성사시킨 장본인이다. 엄밀히 따지면 취임사가 아닌 10년 만의 복귀사였다.

그가 통상교섭분야에 총대를 멘 것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16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스위스에서 귀국해서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근무하고 있었을 때 (당선인 시절) 노 전 대통령에게 연락을 받았다"며 "대통령이 애국적 분노를 가지고 있고 역사에 대한 안목과 통찰력이 있어서 첫날부터 딱 통했다"고 소개했다.

이 인연이 문재인 대통령까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참여정부 때) 한·미 FTA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빼놓을 수 없다"며 "본부 내에서 평가가 좋았다. 충분한 검증과 실력을 인정받게 한 후 본부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문 대통령은 정부 출범 첫 통상교섭본부장으로 김 본부장을 발탁했다. 첫 임무는 한·미 FTA 개정 협정이었다.

김 본부장은 지난 3월 청와대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와 저는 같은 로펌에서 근무했다. 사실 처음부터 궁합이 잘 맞는 건 아니었다"며 "첫째 화상회의가 끝난 뒤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미국 기자들에게 '저 밥맛 떨어지는 김현종 본부장 때문에 술 한잔해야겠다'라고 말했다"며 한·미 FTA 개정 협정 일화를 소개한 바 있다.

그는 페이스북에 "국익과 관련한 통상 협상에서는 절대 지지 않고, 10원 한 장 손해 보지 않는 '장사치 아저씨'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한국의 통상교섭은 어려운 숙제다.

이번 한·미 FTA 개정은 대체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ISDS) 소송 남용을 막을 장치를 마련했고, 철강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의 적용을 면제받아 관세장벽을 허물었다. 미국은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철폐 시기를 2021년에서 2041년으로 늦추고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에 맞춘 수출 차량 대수를 업체당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2배 늘렸다.

장사치는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고단함과 비굴함도 가볍게 여기고 실리를 챙긴다. 만약 김 본부장이 이런 장사치라면 손님에게 ‘밥맛 없다’는 말은 들을지언정 폐업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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