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협상' 현빈 "손예진과 '호흡' 못 나눠 아쉽다…멜로로 재회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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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8-10-0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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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협상'에서 민태구 역을 맡은 배우 현빈[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현빈(36)은 오랜 시간 멜로·로맨스 장르의 강자로 군림해왔다. MBC 드라마 ‘아일랜드’, ‘내 이름은 김삼순’, KBS2 ‘그들이 사는 세상’, SBS ‘시크릿 가든’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백마 탄 왕자님들을 연기하며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현빈은 오래전부터 대중들에게 백마 탄 왕자님이 아닌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부단히 애써왔다.

자신이 백만장자라 믿는 정신병자 만수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나는 행복합니다’, 중국배우 탕웨이와 호흡한 ‘만추’, 저예산 독립영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액션 사극 영화 ‘역린’ 등을 통해 연기적·장르적 스펙트럼 확장과 도전을 거듭해온 것이다.

영화 ‘협상’(감독 이종석) 또한 그의 도전과 시도의 일면을 볼 수 있는 작품. 태국에서 벌어진 사상 최악의 인질극을 막기 위해 협상가 하채윤(손예진 분)이 인질범 민태구(현빈 분)에 일생일대의 협상을 시작하는 영화를 통해 현빈은 데뷔 후 처음으로 악역을 맡게 되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가진 현빈의 일문일답이다

영화 '협상'에서 민태구 역을 맡은 배우 현빈[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악역 변신이 눈에 띄었다. 여러 생각이 교차할 것 같은데
- 개인적으로 민태구는 (관객들에게) 낯선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받아주실지 모르겠다. 악역을 맡고 우려를 느끼기보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기대가 더 컸다. 우려라고 한다면 관객들이 생각하는 저에 대한 이미지가 있을 텐데 오차범위가 다를 수 있으니까. 그 점이 궁금하긴 하다.

대중이 기대하는 현빈의 이미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기대보다는 제 작품 중 가장 많이 좋아해 주셨던 게 로맨틱코미디·멜로 장르니까. 그런 지점에 대한 이미지를 원하시지 않을까.

기존 시나리오 속 민태구가 현빈을 만나며 조금씩 변화했다고 하던데
- 감독님께서 제게 ‘태구가 나쁜 놈이기는 하나, 그 안에서 연민을 느끼게 하고 싶다’고 주문했다. 무작정 나쁜 놈이라면 보는 이들이 연민을 느끼지 않을 것 같아서 감정 묘사, 변화 등에 신경을 썼다. 웃기도 많이 웃고, 상대마다 다른 화법 등을 통해 태구의 변화나 성격을 드러내려고 했다.

영화 ‘공조’ 이후 제작사 JK필름과 재회하게 되었다
- 상업적 요소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작 노하우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국제시장’을 통해 이원 촬영의 방식을 터득하신 팀이기 때문에 걱정이 많지 않았다.

협상가 채윤과 인질범 태구는 영화 말미까지 모니터를 통해서만 호흡한다. 배우에게도 새로운 방식인데
- 물론 처음 접하는 촬영방식이라 걱정과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국제시장’이 (이원촬영 방식을) 먼저 시도했고, 이종석 감독님도 (‘국제시장’의) 조감독 출신이니 잘 아실 거란 믿음이 있었다. 또 협상이라는 소재, 도전에 대한 기대와 재미도 느꼈던 것 같다. 모니터만 보면서 연기해야 한다는 것도 신선하지 않나.

상대 배우와 ‘호흡’하는 게 아니다 보니 감정전달이 어렵지는 않나?
- 감정전달이 기존 작품들과 아주 달랐다. 인이어(in-Ear, 인이어 이어폰 모니터링 시스템)를 통해 상대의 호흡을 보고 작은 모니터로 보니까 모르고 넘어가는 부분도 있다.

영화 '협상'에서 민태구 역을 맡은 배우 현빈[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정된 공간에서 연기를 펼친다는 것도 어려운 점이었을 것 같다
- 민태구의 세트장은 열악해서…. 하하하. 몇십 명의 스태프가 좁은 공간 안에 들어가야 하니 답답하기도 했다. 모니터하러 2층에만 올라가도 공기가 다르게 느껴지더라. 하지만 관객들은 스크린을 보며 이 답답함을 느끼지 않길 바랐다.

공간이 좁을수록 치밀하게 동선을 짜야 했겠다
- 계산해야 하는 지점이 많았다. 동선이며 소품, 태구의 표정이나 말투 같은 것들을 치밀하게 짜놓았다.

촬영방식이 낯설지만, 그로 인한 장점도 분명 있었을 것 같다
- 분명 있다. 교류하지 않은 상태에서 즉각적으로 오는 반응이 좋았다. (손)예진 씨뿐만 아니라 경찰청장(유연수 분), 국정원 직원 등과 대화할 때 현장에서 애드리브를 했는데 그런 것들이 좋은 시너지를 냈다.

철저하게 계산 하에 연기하는 것을 즐길 것 같았는데, 즉흥적인 연기 또한 불편하지 않은가 보다
- 불편하지 않다. 드라마를 하면서 (즉흥적 연기를) 배웠던 것 같다. 드라마는 순발력이 필요한 지점이 있다. 그런 부분이 영화할 때 도움이 많이 됐다.

애드리브한 부분들을 구체적으로 말해준다면?
- 신문사 사장에게 ‘일어나봐요’라는 말을 ‘스탠드 업(Stand up)'이라고 바꾸거나, 국정원 말투를 흉내 내는 등의 부분들이었다.

영화 '협상'에서 민태구 역을 맡은 배우 현빈[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작은 모니터로 호흡하다 보니 놓친 부분들이 있다고 했었는데. 스크린으로 본 손예진의 연기는 어땠나? 가장 다른 점
- 눈이었던 것 같다. 모니터로도 눈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큰 화면으로 보니 더 세게 느껴지더라. 예진 씨가 아마 연기하기 힘들었을 거다. 태구는 하고 싶은 대로 하지만, 채윤은 태구의 것을 받아 리액션을 주로 해야 하니까. 동작도 할 수 있는 게 적지 않나. 그런 리액션 연기 등이 큰 화면으로 보니 더 좋더라.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가 좋았는데, 직접 만나는 장면이 없어서 아쉬웠다
- 저도 그렇다. 모니터로만 연기하는 게 이 영화에는 잘 맞아서 좋았지만, 상대와 호흡을 나눌 수 없었다는 건 아쉽다. 어찌나 아쉬웠는지 우리끼리 다른 장르에서 다시 재회하자는 이야기도 하곤 했다.

다시 재회한다면 어떤 장르길 바라나?
- 멜로 아니면 로맨틱 코미디로 만나고 싶다.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거듭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결국 현빈이 도달하고 싶은 이미지는 무엇인가?
- 제 필모그래피 안에서 다른 이미지, 캐릭터들이 쌓이길 바란다. 요즘 제가 영화를 선택하고 찍은 것들을 보면 오락적 요소가 강한 영화들이 주인 것 같다. 두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영화들에 마음이 간다. 현빈이라는 배우가 어떤 배우일까 생각했을 때 개인적 목표로는 ‘위안’이 되길 바란다. 짧든 길든 현실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위안을 주었으면 한다.

올해 유독 도전적인 작품들이 필모그래피를 이루게 되었는데
- 그렇다. ‘협상’을 비롯해 야귀 소재 ‘창궐’, AR(증강 현실) 소재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까지. 한국에서 시도된 적 없는 부분들이 있다. 요즘 새로운 시도에 관해 관심이 많이 간다. 잘 표현이 된다면 레퍼런스가 되는 것도 있겠고, 첫선을 보인다는 것에 대한 기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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