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로 기우나…매력 잃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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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8-10-0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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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러인덱스, 8월 고점서 1.7%↓…위험투자 성향, 美우선주의 반감 등 작용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달러 값이 지난 8월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8월 정점에서 1.7%가량 내렸다. 지난 1~8월 상승분의 3분의 1을 내준 셈이다.

올 들어 돋보인 달러 강세는 신흥시장은 물론 상품시장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금융시장 곳곳을 압박했다. 신흥시장에서는 현지 통화 가치를 추락시키며 외채 상환 부담을 가중시켰고, 원유를 비롯해 달러로 가격을 매기는 국제 원자재 가격도 떨어뜨렸다. 유럽과 일본 등 미국의 경쟁국은 달러 강세를 틈타 성장세에 가속도를 붙였다. 달러 강세에 따른 유로, 엔화 약세로 수출에서 이익을 보며 미약했던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달러가 매력을 잃고 있다고 보도했다. 달러 값 흐름이 8월 고점에서 약세로 반전됐다는 것이다. 덕분에 신흥시장엔 화색이 도는 반면, 유럽과 일본은 달러 약세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그 사이 국제유가는 지난 8월 저점에서 17% 반등했고, 구리 값도 9% 올랐다.

◆위험자산 선호심리에 달러 매력 반감

달러 값이 약세로 돌아선 건 여러 요인이 맞물린 결과다.

우선 미·중 무역전쟁 우려가 전보다 누그러진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폭탄관세를 둘러싼 미국의 단계적 접근이 궁극적으로 미·중 무역분쟁 해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촉발했다. 미·중 무역갈등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가 줄고,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확산됐다. 달러 수요가 미국 주식과 신흥시장 통화·주식 등으로 이동했고, 이는 향후 몇 개월에 걸쳐 달러에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WSJ는 내다봤다.

마크 맥코믹 미국 TD증권 외환투자전략 북미지역 책임자는 "위험자산이 (달러보다)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며 "투자자들이 다른 자산군으로 복귀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을 비롯한 다른 지역의 성장세도 달러의 매력을 반감시켰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최근 낙관적인 경기전망 아래 올해 말 양적완화 중단 방침을 재확인했다. 올 1분기 위축됐던 일본 경제도 2분기에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 선진국에서 한동안 '나홀로 성장'한 미국 말고도 투자할 곳이 많아진 셈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의 금리인상도 한물 간 재료가 됐다. 연준은 지난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올해 세 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연내 한 차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준의 금리인상은 달러 강세 재료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예상해온 일이다.

미국 은행 웰스파고 산하 웰스파고투자연구소는 최신 투자노트에서 "거시경제와 통화정책의 차이에 기반한 달러 강세는 거의 끝났다고 본다"며 연말까지 유로 대비 달러 가치가 제 자리에 머물고, 내년에는 약세로 기울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가 달러 위협

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진 것도 달러 약세의 배경이 됐다는 지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 2분기 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달러가 차지한 비중은 62.3%로 전 분기에 비해 0.2%포인트 하락했다. 달러 비중 축소는 지난 10분기 가운데 9분기에 걸쳐 일어났다.

반면 유로, 엔, 중국 위안화 비중은 높아졌다.

블룸버그는 지난 2분기에 달러 값이 급등했는데도 외환보유고 비중이 쪼그라든 사실에 주목했다. 달러가 강세일 때 비중이 낮아진 건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4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는 이유에서다.

각국 중앙은행, 국부펀드 등이 보유한 외환 가운데 달러 비중이 준 건 신흥국들이 달러 강세에 맞서 환율방어에 나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달러 보유 위험을 의식한 결과이기도 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무엇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친성장 정책에 따른 재정적자 과잉 우려가 달러 보유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의 마르코 콜라노빅 투자전략가는 최신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주의 외교정책이 장기적인 '탈달러화'의 촉매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적과 동맹을 가리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 무역전쟁, 제재 등을 둘러싼 불만과 우려가 달러에 집중됐던 보유외환의 다변화 바람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역설하지만, 그의 정책은 달러를 위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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