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엔터프라이즈] 전환점 선 신탁사 "치열한 경쟁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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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18-09-2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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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달 부동산 신탁회사 신규 인가 추진 발표…지각변동 예고

  • LF 등 대기업 신탁사에 눈독

  • 공모리츠부터 금융까지…"영토 넓혀라"

HHI 지수(Herfindahl-Hirschman Index): 시장집중도를 판단하는 대표적 지수. 각 참가자들의 시장 점유율(%)의 제곱의 합으로 계산. 미국 법무부, 공정위 등에서 시장집중도 판단시 활용. HHI <1500 : 집중되지 않은 시장, 1500≤HHI<2500 : 다소 집중, 2500≤HHI : 매우 집중.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



부동산 신탁업 시장에서 전쟁이 시작됐다. 당장 올해 안으로 신규 플레이어들이 신탁사 시장으로 속속들이 진입할 예정이다. 여기에 대기업인 LF가 코람코자산신탁 인수에 눈독을 들이는 등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반면, 부동산 시장의 호황이 곧 막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기존 대형 신탁사들은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차입형 토지신탁에 집중한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정부가 적극 드라이브를 거는 공모 리츠를 비롯해, 금융업, 인프라, 정비사업 등 다방면으로 사업영역을 성큼성큼 넓혀나가겠다는 전략이다.

◇ 별들의 전쟁 '서막'

단단했던 신탁사 진입장벽이 10년 만에 허물어진다. 지난 2009년 무궁화신탁과 코리아신탁 인가 이후 11개사 체제를 유지해 온 신탁업권에 신규 플레이어 진입이 예고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당장 내달 중 부동산 신탁회사 신규 인가 추진 방안을 발표할 방침으로, 우리은행 ,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굵직한 금융사들이 신탁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줄곧 올해 안으로 신탁사를 신규 허가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실제로 금융위가 외부 전문가들로 꾸린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는 26일 ‘보험업과 부동산신탁업에 대한 경쟁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신규 허가를 위한 신호탄으로, 위원회는 “현재 부동산 신탁은 경쟁이 충분하지 않은 시장”이라고 못 박았다.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신규사 진입에 서둘러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LF그룹 등 자본이 풍부한 기업들이 신탁사에 눈독을 들이는 점도 변수다. 패션기업인 LF는 최근 코람코자산신탁 인수와 관련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LF는 코람코 창업자인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보유한 지분 등을 포함한 지분 46%에 대한 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인수금액은 16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거래가 이뤄지면, LF는 코람코자산신탁의 100% 자회사인 코람코자산운영도 인수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패션업이 본업인 LF가 부동산이나 금융에 대한 전문성이 전혀 없는 점에 비춰, 부동산신탁업과 얼마만큼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표한다. 반면, LF의 풍부한 자금력과 코람코자산신탁의 수익성이 결합하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도 있다. 신한금융그룹도 업계 6위인 아시아신탁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협상을 하고 있다. 아시아신탁 인수가 무산되면 신규 신탁사를 설립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

 

신탁업권 ROE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


◇ 눈부신 성장, 계속 이어질까

신탁업권은 최근 몇 년간 부동산 시장 호황을 타고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전업 부동산신탁사의 영업수익 규모는 2017년도 기준 1조 325억원에 달하며, 최근 5년간 연평균 21%씩 확대됐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2017년도 기준으로 각각 6705억원과 5047억원을 기록했다. 이 역시 최근 5년간 연평균 35%씩 증가했다. 2017년도 영업이익률은 65.1%에 이르며,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은 924%로 11개사 모두 적기시정조치 기준(150%)을 크게 상회한다.

금융위는 이러한 눈부신 성장이야 말로 업권 내 경쟁이 부족한 데 따른 것으로 본다. 지난 10년간 따뜻한 온실에서 파이를 나눠 먹었다는 시각이다. 무엇보다 차입형 토지신탁을 주목한다.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의 ‘보험업과 부동산신탁업에 대한 경쟁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차입형 토지신탁은 금융업권을 통틀어 가장 낮은 경쟁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됐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대형사들이 압도적 경쟁 우위를 가지고 있어, 대형 4개사의 과점체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위원회는 “차입형 토지신탁의 경우 금융업권 중 가장 낮은 경쟁도를 보이고 있는 바, 이 분야에 대한 신규진입을 통한 경쟁촉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영업수익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탁보수의 규모는 2017년도 기준 6886억원을 기록했다. 대형사인 한국토지·한국자산·대한토지 등 대형 3사의 경우 전체 영업수익 중 차입형 토지신탁과 신탁계정대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상회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융사가 신탁업에 진출하면, 여신과 신탁 기능이 합해져 어마어마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보수적 성향인 은행에 비해 기존 부동산 업무와의 시너지와 정보력으로 무장한 증권사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시장 개방 초반에는 관리형신탁 위주로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차입형 신탁은 사업성 분석·위기관리 능력을 비롯해 개발 과정 전반에서 위탁자·시공사·협력업체·관공서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이해 조정능력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섣불리 진출하기는 어렵다.

기존 신탁업권은 새로운 플레이어의 진입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특히 관리형신탁 등 비차입형(비토지신탁) 사업에 집중해 온 아시아·코리아·무궁화·국제 등 후발 신탁사들의 위기의식이 크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신탁사가 들어오면 비차입형 사업을 두고 낮은 수수료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치열한 경쟁이 붙을 것이다”며 “보수 경쟁은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사들의 마음도 편치 않다. 금융산업 경쟁도 평가위원회가 차입형 토지신탁의 경쟁을 독려한 만큼, 토지신탁의 문이 활짝 열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과거 사례를 볼 때 새로 인가 받은 신탁사들에는 2년간 토지신탁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이번은 다를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신탁업이 대외적으로 자본투하대비 이익률이 높은 사업으로 알려져, 기존 신탁사에 눈독을 들이는 등 신탁업에 진입하려는 회사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의 시선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단기 호황에 힘입어서 이익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신탁업에 대한 이해 없이 무턱대고 진출해서는 경쟁력을 갖기 힘들 것이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토신, 한자신 등 거대 신탁사들도 차입형 토지신탁에 따른 리스크가 늘었다는 지적이 많은 상황에서 새로운 신탁사들이 참여해 차입형 사업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준비 없이 차입형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시공사, 시행사는 물론이고 분양을 받은 일반 소비자들한테 위험이 전가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탁업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



◇ 공모리츠부터 금융업까지, 신사업 진출 가속화..“영토 넓혀라”

신탁업을 이끌어 온 주요 대형업체들은 차입형 토지신탁 등 주요 사업에서 강세를 유지하고 동시에 사업 영토를 넓히는 데 주력하겠다는 포부다. 업계 1위인 한국토지신탁의 올해 사업 전략을 통해서도 이를 파악할 수 있다. 한토신은 ▲도시정비사업, 리츠 성장동력 확보 ▲토지신탁 지역별, 상품별 차별화 및 선별 수주 ▲ 선제적/집중적 리스크 관리(Risk Management) ▲ 사업영역 확대를 위한 유관산업 진출 가속화 등을 영업 전략으로 세웠다.

기존에 해온 리츠AMC를 강화해, 공모리츠 진출, 임대사업 관련 리츠 비중 확대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또 차입형 개발신탁과 관련해 분양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보다 경쟁력 높은 지역에서 사업을 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도 골몰하고 있다. 임대관리나 금융업으로의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한토신 관계자는 “꾸준히 해왔을 뿐만 아니라 또 제일 잘 할 수 있는 사업인 차입형 토지신탁을 차별화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고 말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최근 코람코자산운용을 통해 인프라 부문 진출을 위한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맥쿼리인프라투융자회사(MKIF)의 운용사를 맥쿼리자산운용에서 코람코자산운용으로 교체하는 안이 최근에 부결돼, 첫 시도가 무산되긴 했으나 코람코자산신탁은 향후에소 코람코자산운용과 함께 인프라 부문으로의 진출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코람코는 최근 인프라 부문의 전문가로 통하는 전응철 대표(전 미래에셋대우 본부장)를 영입해, 간접투자를 인프라 영역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가져가고 있다. 인력 구성이 완성된 만큼, 인프라 개발 영역 진출에 더해 신탁사와 부동산간접투자 간 시너지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고심하고 있다.

KB부동산은 책임준공 확약형 관리신탁에 집중할 계획이다. 책임준공 확약형 신탁은 시공사 부도 등으로 인해 기한 내 건축물을 짓지 못할 경우 부동산 신탁사가 대신 준공하는 것이다.

신탁방식 재건축도 신탁업권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 사업을 두고 11개 신탁사 간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자, 신탁사들이 정비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차입형 토지신탁 등 기존 사업 영역에서 11개 신탁사들이 피 튀기는 경쟁을 벌인다”며 “수수료 덤핑이 예사로 일어나다보니 수익을 많이 남기기 어려운 환경이다”고 말했다.

한국자산신탁(한자신)은 지금까지 총 12개의 재건축을 수주해, 예상보수가 1687억원에 달한다. 한자신은 여의도 지역에서만 시범·수정·광장아파트의 재건축을 수주했고, 이곳들에서 나오는 예상 보수만 800억원을 웃돈다. 한토신도 재건축 12곳을 수주했고 예상보수는 1185억원에 달한다. 이 외에도 KB부동산, 코람코자산신탁 등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여의도 지역에서 두드러진다. 한자신은 단독 시행자로 여의도 시범아파트, 여의도 수정아파트, 여의도 광장아파트 등 6곳을 수주했다. 이들 여의도 3개 사업지의 신탁보수만 800억원을 웃돈다.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KB부동산도 마찬가지다. KB부동산은 여의도 한양아파트, 공작아파트, 대교아파트와 함께 성수동 장미아파트 등 4건을 사업시행자 방식으로 수주했다.

현재 국내 주택시장에서 준공 30년 이상인 아파트는 무려 109만호로, 전체의 12%에 달한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재건축 초과 이익환수제 등 잇단 규제를 도입해 재건축 시장이 침체될지라도, 중장기적으로 볼 때 재건축은 진행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문성과 자금력을 가진 신탁사의 정비사업 참여를 통해 사업진행에 어려움을 겪던 사업장, 특히 소규모 사업장들이 사업에 탄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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