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북3성 경제에 '봄날'오나…수십조원 민간투자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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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8-09-0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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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북3성 투자 기피'는 옛말

  • 랴오닝성 지난달 48조원 민간투자 유치

  • 경직된 국유기업 경제 개선 노력도…경제성장률도 서서히 회복중

중국 동북3성 경제성장률[자료=국가통계국]


“중국에서 투자를 할 때는 산하이관(山海關)을 넘으면 안 된다(投资不过山海关)”는 말이 있다. 산하이관은 만리장성 동쪽 끝 관문으로 허베이성 북동쪽에 위치한다. 한마디로 랴오닝(遼寧)·지린(吉林)·헤이룽장(黑龍江)성, 이른바 동북 3성에 투자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만큼 동북 3성은 중국에서 투자를 기피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국유기업 경제 구조로 돌아가서 비즈니스 환경이 열악한 데다 경제 발전 속도도 더뎠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동북 3성 경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며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국유기업 주도의 동북 3성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은 건 민영기업이다.

중국 경제지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는 최근 수천억 위안 민간투자가 '촹관둥(闖關東)'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촹관둥은 ‘관둥(오늘날 동북3성) 지역으로 들이닥쳤다’는 뜻으로, 1800년대 말 산둥(山東)·허베이(河北) 지역에 대형 가뭄과 홍수가 이어지자 한족들이 땅이 비옥하고 물자가 풍부했던 동북 3성 지역으로 대규모 이민 행렬을 이어간 것을 표현한 말이다. 동북 3성에 민간투자가 밀려오고 있다는 걸 ‘촹관둥’이라 표현한 것이다. 

◆하루에 48조원어치 민간투자 계약 체결

동북 3성 '맏형'이라 불리는 랴오닝성 경제가 가장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지난 8월 29일 랴오닝성 선양(瀋陽)에서 열린 ‘2018년 중국 500대 민영기업 회의’가 대표적이다. 이 자리에서는 민영기업 투자를 랴오닝성으로 유치하기 위한 각종 홍보 활동이 이어졌다. 500대 민영기업이 랴오닝성과 모두 76개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체결액만 2956억 위안(약 48조2000억원)에 달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랴오닝성 소재 국유자동차 기업 화천(華晨)자동차 치위민(祁玉民) 회장은 직접 수백명의 민영기업인에게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며 "국내 우수 민영기업과 손잡고 혼합소유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혼합소유제 개혁은 민간기업이 국유기업 투자에 참여하도록 해서 국유기업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일종의 국유기업 민영화다. 

랴오닝성 정부는 경직된 국유기업 중심의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중국 국내 최초로 경영환경건설감독국이라는 부처를 설치한 게 대표적이다. 또 ‘랴오닝성 비즈니스 환경 개선 조례’를 제정, 비즈니스 환경 개선을 위한 지방정부 차원의 전문 법규를 처음 마련했다.

국무원에서도 지난해 초 다롄(大連)·하얼빈(哈爾賓)·창춘(長春) 등 동북 3성 13개 도시를 동북 지역 민영경제 개혁 시범도시로 선정, 동북 3성 경제 개혁·개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전국 평균 웃도는 민간투자 증가율

랴오닝성 경기 회복세는 각종 통계수치에서도 드러난다.

올 들어 1~7월 랴오닝성 전체 민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2.3% 늘었다. 이는 중국 전체 민간투자 증가율인 8.8%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민영기업이 랴오닝성에 투자한 프로젝트는 674건으로, 투자액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0% 가까이 급증한 1137억9000만 위안에 달했다. 

1~7월 랴오닝성 산업생산 증가율도 10.1%로, 전국 3위를 기록했다.

랴오닝성 상반기 산업생산액과 공업기업 이윤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3%, 79.3% 늘어나며 전국 3, 4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도 전년 동기 대비 14.1% 늘어난 32억1000만 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랴오닝성 국내총생산(GDP)은 2조3942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 2016년 마이너스 성장세에서 플러스 성장세로 전환됐다. 올 상반기 GDP 증가율은 5.6%로 지난해 말보다 1% 포인트 넘게 늘었다.  

랴오닝성 이외에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의 상반기 GDP 증가율은 2.5%, 5.5%로, 지난해 말보다 오히려 둔화됐다.  다만 최근 지린성·헤이룽장성 공업기업 이윤이 전년 동기 대비 20~30%씩 증가하는 등으로 미뤄볼 때 서서히 경제에 온기가 돌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국유기업, 북한리스크 딛고 활력 찾을까 

과거 동북 3성은 신 중국 수립 이후 1990년대까지 중공업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고속 성장을 이뤘지만 2000년대 이후 산업 구조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침체에 빠졌다. 

2016년 랴오닝성 GDP는 전년 대비 2.5% 감소하며 중국 31개 성·시·직할시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의 지방정부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는 발표는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라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경기 둔화에 따른 동북 3성 인구 유출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에만 동북 3성에서 모두 35만명의 인구가 줄었다. 

북한 리스크가 일부 동북 3성 경제 발전의 장애물로 작용한 측면도 어느 정도 존재한다.  자오광위안(趙光遠) 지린사회과학원 도시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한반도 정세가 호전되면서 동북 3성 지역 경제발전에 기회를 가져왔다"며 "향후 이 지역 발전 전망에 대해 신중한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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