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일상에 스며든 침묵의 살인자 ‘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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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진 기자
입력 2018-08-2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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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진 라돈침대 회수현황 공개 및 소비자 피해보상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가구업체 에넥스는 6년 전 판매한 매트리스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라돈이 검출되자 지난 27일 자발적 리콜을 실시했다. 해당 제품은 2012년 8월부터 4개월간 판매한 ‘앨빈 쿠션헤드’로, 현재는 단종된 상태다. 에넥스는 홈페이지에 리콜 안내문을 게재하고 별도 페이지에서 리콜 접수를 진행 중이다.

천연방사성물질인 라돈은 보통 암석·토양 중에 높게 존재하며, 주로 건물 바닥이나 벽의 갈라진 틈을 통해 실내로 유입된다. 침대에서 검출된 라돈의 경우, 매트리스 속커버나 스폰지 안쪽에 도포된 음이온 파우더의 원료가 바로 모나자이트다. 그런데 천연 방사성 핵종인 토륨과 우라늄이 함유된 모나자이트가 붕괴되면서 토론과 라돈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가 1년 동안 자연적으로 흡수하게 되는 방사선량은 약 3mSv인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관리법’을 통해 가공제품의 방사선량 안전기준을 1mSv/년으로 지정하고 있다. 

문제는 라돈이 인체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1급 발암물질이란 점이다. 라돈은 호흡을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오면 원소가 쪼개지면서 방사선의 일종인 알파선이 나오는데, 이것이 폐 조직을 파괴하고 폐세포 내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켜 폐암을 일으킨다. 라돈의 농도와 계산법에 따라 다르지만 라돈의 폐암 발생률은 3~14%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에 따르면 매년 라돈에 따른 폐암 사망자만 2만1000여명에 달한다.

지난 4개월간 침대 매트리스에서 라돈이 검출된 곳은 3개 회사에 이른다. 지난 5월 대진침대에서 라돈이 검출돼 수거·폐기된 지 두 달 만에 까사미아의 일부 매트와 베개에서도 연간 피폭선량을 초과한 라돈이 검출됐다. 한달도 못 넘기고 에넥스 매트리스에서도 검출되자, 소비자들 사이에선 라돈 포비아(공포증)까지 확산될 정도다.

대진침대를 시작으로 라돈 충격이 확산되자, 가구업계는 재빨리 ‘선 긋기’에 나섰다. 고객 안심을 위해 제품에 대한 안전성을 강조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들 업체는 자체적으로 자사 제품의 라돈 수치 측정시험을 의뢰하고 공식 홈페이지 또는 언론을 통해 그 결과를 공개했다. 그럼에도 라돈 검출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단종된 제품에 대한 조사는 간과했기 때문이다. 라돈이 검출된 제품들은 모두 6~7년 전 판매된 제품으로, 현재는 판매하지 않는 제품이다.

라돈이 검출된 제품은 판매된 지 수년이 지났기 때문에 이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오랜 시간 방사능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침대가 얼굴을 포함해 우리 신체와 많은 시간 접촉하는 내구성 제품임을 고려할 때, 모나자이트로 인한 라돈 및 토론의 내부피폭 위험성이 존재할 수 있다.

까사미아가 2011년 판매한 토퍼 제품을 지금까지 사용했다면 7년간 1.52mSV 라돈에 피폭된 셈이다. 단순히 제품을 회수하고 리콜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업계는 소비자를 라돈 공포로부터 구하려면, 전방위적인 위험관리에 나서야 한다. 판매 중인 제품뿐만 아니라 기존에 판매했던 모델도 전부 조사하고 안전성 검증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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