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외계어로 쓰는 증권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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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국 기자
입력 2019-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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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에이션 멀티플 확장이 가능하다." 취재하는 곳이 증권가로 바뀐 지 한 달쯤 됐다. 증권사 보고서에 나오는 단어는 여전히 외계어처럼 어렵다. 맨 처음 좌절시켰던 말이 '밸류에이션 멀티플 확장'이다. 보고서를 여남은 차례 읽었지만 당최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다른 기자에게 물어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증권사 직원에게 질문하니 "밸류에이션 멀티플 확장은 가치평가 배수(배율) 개선"이라고 얘기해 주었다. 구체적으로는 수익이나 자산에 견주어 보여주는 기업가치(주가) 평가지표가 좋아진다는 뜻이다. 즉, 기업가치 개선 정도로 바꾸어 써도 그만이다.

이번에는 인도 주식시장을 분석한 보고서가 괴롭혔다. "12MF PER이 5년 평균치를 상회했다." 그래도 PER은 검색하면 금세 주가수익배수(배율)라고 나온다. 12MF는 무엇인지 다시 증권사에 물었더니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배수라고 알려주었다.

이런 불만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증권가뿐 아니라 법원이나 관청, 병원처럼 '전문용어'를 자주 쓰는 곳마다 비슷한 불만이 제기돼 왔다. 그런데 안 바뀐다. "아는 사람만 보아라" 또는 "몰라도 그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러기 어렵다.

증권사 보고서를 믿는 투자자가 많은 것도 아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얼마 전 증권사 보고서에 대해 내놓은 통계가 눈에 들어왔다. 통계는 2017년 9월 이후 1년 동안 주요 증권사에서 펴낸 보고서를 대상으로 삼았다. 보고서가 제시한 투자의견을 보면 매수가 76%인 데 비해 매도는 2%에 그쳤다. 목표주가와 실제주가도 20% 넘게 차이가 났다.

더욱이 외국계 증권사보다 국내 증권사가 매도 의견에 인색했다. 매도 비율을 보면 국내 증권사가 0.1%, 외국계 증권사는 13%였다. 오죽했으면 국내 증권사에 대해서는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쓰고 매도로 읽는다"고 지적할 정도였겠는가.

증권사 보고서는 정보력에서 약자인 개인투자자 눈높이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안 보아도 그만'이라는 식이면 투자자가 늘어나기도, 주식시장이 살아나기도, 증권사가 커지기도 어렵다. 더 많이 읽기를 바랄수록 더 쉽게 써야 한다. 증권사 보고서에서 외계어부터 없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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