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너의 결혼식' 김영광 "우연은 곧 나…매 순간 '감정' 동일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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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8-08-27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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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너의 결혼식에 '우연'역을 열연한 배우 김영광이 1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영화 ‘너의 결혼식’(감독 이석근)은 멜로의 장르를 빌린 주인공 우연(김영광 분)의 성장 드라마다.

꿈도 미래도 없던 한 소년이 고등학교 시절 첫눈에 반한 소녀를 따라 진로를 정하고 또 새로운 꿈을 품으며 조금씩 자라나게 되는 과정은 여느 멜로와는 다른 새로운 결을 보여준다.

우연의 모든 젊은 날이 승희를 중심으로 흘러가고, 그와 멀어지고 가까워지는 과정 및 떠나보내게 되는 과정을 통해 진정으로 성장하게 되는 우연의 모습은 관객들의 마음에 큰 파장을 남긴다.

이는 배우 김영광(31)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영화의 시선이자 중심인 우연은 자칫 이기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선택을 거듭하지만, 김영광이 가진 천진함과 솔직함이 인물을 더욱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한다. “우연이 곧 나”라는 생각으로 인물에 가깝게 밀착했다는 김영광과 영화 그리고 연기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만난 김영광의 일문일답이다
 

영화 너의 결혼식에 '우연'역을 열연한 배우 김영광이 1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영화는 어땠나? 주연배우로서 만족스러웠을까?
- 저는 굉장히 좋게 봤다. 영화 촬영하는 동안 행복했던 감정들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긴 것 같다. 내내 웃으면서 보았다.

최근 영화계는 로맨스 가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한 가운데, 로맨스 영화의 주연이 된 것은 배우에게도 큰 의미일 것 같다
- 대작들 사이에서 로맨스 영화로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이 작품을 통해 로맨스 영화가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

10대부터 30대까지, 우연의 모든 성장 과정이 그려진다. 우연을 표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무엇인가?
- 우연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연스러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첫날, 첫 촬영 신이 승희와 대판 싸우는 장면이었다. 하하하. 그 장면을 찍을 때, 감독님께서 ‘우연이는 김영광 자체였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그때부터 우연의 감정이 아닌 나의 감정을 먼저 떠올렸다. 내가 좋았을 때, 슬펐을 때, 화가 났을 때 어땠을까? 어떤 표정일까? 어떤 마음일까 등등.

그렇다면 우연이 곧 나라고 느꼈던 순간도 있을까?
- 영화의 도입부, 고등학교 신을 찍을 때부터였다. 순간순간 제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했는데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너무 즐거워하시는 거다. 우연이와 점점 가까워지는 걸 느꼈고 연기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우연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하느냐 보다 나의 감정을 어떻게 잘 표현하느냐가 우선이었던 것 같다.

영화 너의 결혼식에 '우연'역을 열연한 배우 김영광이 1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우연의 선택은 자칫 이기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었다. 우연을 호감으로 비치게 하는 김영광만의 방법이 있었다면?
- 방법까지는 없었다. 극 중 승희와 산토리를 찾아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시나리오에서는 눈이 마주치고 그에게 키스하는 거였다. (이 당시 우연은 여자친구가 있는 상태) ‘아, 여기서 키스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영 씨랑 저랑 그 신을 이야기하면서 ‘두 사람은 여기에서 키스하지 못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감독님께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말씀드렸고, 키스신은 빼는 거로 결정했다. 그런 식으로 조금씩 우연의 감정을 절제해나갔다.

감독님께서 두 배우의 의견을 잘 받아들여 주셨나보다
- 잘 받아주신다. 처음 미팅 때부터 ‘우연이가 이런 점이 좋고, 이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잘 받아주셨다. 많은 걸 맡겨주셨고, 매 테이크마다 다르게 가기도 했는데 감독님께서 좋아해 주시고 바로바로 피드백을 주셔서 신선한 장면들이 많이 나왔다.

서로 의견이 다를 땐 어땠나? 조율하는 과정은?
- 물론 감독님과 의견을 다를 때도 있었다. 저는 매번 연기를 다르게 해왔는데, 끝맺음이 없다고 할까? 그냥 마구 연기하다 보면 감독님이 잘라주시겠지 했는데, 연기하고 퍼즈를 걸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거다. 갑자기 연기하다가 멈추는 게 어색하기도 했었는데. 하하하.

평소에도 매 신 연기 표현을 다르게 했었나?
- 보통은 그렇지 않다. ‘너의 결혼식’은 많이 이해해주셨고 또 그런 식으로 하자고 먼저 제안해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다. 더 편안하고 적극적이었다고 할까? 순간적인 자극에 반응하니까 매번 똑같아질 수가 없다. 더 좋은 부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런 순간적인 반응이 에너지가 있더라.

‘피 끓는 청춘’ 이후 박보영과 재회했는데
- ‘피 끓는 청춘’ 이후에 따로 연락하거나 만나지는 않았다. 그랬는데도 다시 만났을 때 어색하지 않더라. 작품을 위해 만났을 때 친해지는 과정이 필요한데 우리는 그런 것이 필요 없었다. (박보영은) 연기도 너무 잘하지만,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 편안하게 만들어주었고, 제가 우연스러울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친구들과의 케미스트리도 인상 깊었다
- 근남(강기영 분)부터 수표(장성범 분), 공자(고규필 분)까지. 4인방 합이 정말 좋았다. 리딩하고 미팅하고 회식하면 4명이 앉아서 영화 속 친구들처럼 어울린다. 개성이 잘 나타나서 어떤 신을 두고 ‘어떻게 하면 더 재밌을지’ 함께 고민했다. 비슷한 또래라서 정말 고등학교 친구들처럼 어울렸다.

영화 너의 결혼식에 '우연'역을 열연한 배우 김영광이 1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번 작품으로 첫사랑을 떠올릴 법했는데
- 아픈 첫사랑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깊은 사랑을 해서 어떤 감정을 느꼈었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한 게 정말 사랑이었을까?’ 하는 의문 정도 남는 거다. 그래도 굳이 떠올리자면, 영화처럼 순수하고 예쁜 첫사랑이 있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는데 제가 반장을 좋아했는데 정말 예쁘고 공부도 잘하던 친구였다. 그 친구와 짝꿍을 하고 싶어서 선생님께 구구절절 편지를 썼었다. ‘이 친구와 앉으면 공부를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신기하게도 선생님이 바로 짝꿍을 바꿔주셨다. 그 친구가 수학을 정말 열심히 잘 가르쳐줬었고 시험을 잘 보면 선물도 준다고 약속했었다. 그런데 막상 시험날이 되니 아는 문제인데도 막히는 거다. 그렇게 열심히 했었는데. 그래서 시험 보다가 막 울기도 했었다. 하하하. 그렇게 열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고, 솔직하게 감정 표현을 했던 걸 기억해보면 참 예뻤던 것 같다.

김영광이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인가?
- 우연에게 사랑은 무엇이다, 정의하기 쉬운데 김영광에게 사랑을 정의하는 건 조금 힘든 것 같다. 하하하. 상대를 좋아하면 카메라처럼 그 사람에게만 포커스가 맞춰지는 것 같다.

최근 김영광이 가장 골몰하는 것은 무엇인가?
- 깊이다. 어떤 이야기를 끌고 갈 때, 더 어른스러워 보이는 것들 혹은 깊이 있는 것들에 대해 고민한다. 우연은 귀여운 면모들이 있으니 연기에 있어서 아직 어려움이 없는데 조금 더 깊이 있는 연기를 해야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 생각이 많아진다.

김영광이 가진 배우로서의 무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웃는 얼굴? 제 생각에 ‘너의 결혼식’을 할 수 있었던 건, 해맑게 잘 웃어서인 것 같다. 원래 성격도 우연이와 닮았다. 별일 아닌 것도 크게 웃어버리니까. 그런 부분들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아서 하나의 무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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