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민연금 지속 위해 인상 불가피”…온라인선 ‘폐지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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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기자
입력 2018-08-20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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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문위, 보험료율 2~4.5% 인상 개편안 발표…“기업·근로자 수용 의문”

  • 사회적 합의 강조하던 정부, 부정적 여론에 부담

[연합뉴스]


‘한 번 엎지른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는 우려는 현실이 됐다.

정부가 추진 중인 국민연금 개혁은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지만, 이를 거부하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국민연금 제도 개편 자문을 맡은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는 국민연금 재정 안정과 제도 지속을 위해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개편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강조해온 정부로서는 이번 자문안 활용에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지난 17일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개최된 ‘국민연금 제도 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에서는 재정추계위·제도발전위·기금운용발전위 등 3개 위원회 자문안이 발표됐다.

공청회 주요 쟁점은 자문안에 포함된 ‘보험료율 인상’이었다. 자문위원회는 재정안정화를 위해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자문안에 따르면, 인상안은 두 가지(가·나)로 나뉜다. (가)안은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5%로 인상하고 보험료율을 9%에서 11%로 인상하는 방안을, (나)안은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고 내년부터 10년간 단계적으로 보험료율을 13.5%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그러나 공청회에 나선 토론자들은 한목소리로 인상 방안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사회정책본부장은 “기업 입장에선 이미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경영에 압박을 받고 있다”며 “내년엔 건강보험료율까지 소폭 오르게 되는데,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을 기업이나 근로자가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지역가입자를 대표한 남찬섭 동아대 교수도 “소득이 안정돼 있지 않고 가계 부담이 극심한 20~30대로서는 보험료 인상을 수용하기 어려워할 것”이라며 “보험료가 높다는 해외국가는 필수재화인 주거·교육에 대한 부담이 낮기 때문이다. 보험료 인상에 앞서 국민생활 여건부터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창률 단국대 교수는 “국민이 보험료 부담에 대해 아깝게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료를 올리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의심스럽다”며 “보험료 인상이 아닌 다른 대안이 없는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균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 위원장이 1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 중 국민연금 제도 개선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정수 기자, leejs@ajunews.com]


악화된 여론 반응도 정부로선 큰 부담이다. 이번 공청회에서 발표된 자문안은 기존에 드러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험료 인상 가능성이 언급된 후 국민청원게시판과 각종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포털사이트 등에선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쏟아졌다.

19일 현재 온라인에서는 국민연금 폐지론이 거세다. 공무원·사학·군인 연금부터 개혁하거나 통합 운영하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 제도 개편 소식이 알려진 지난 10일 이후 19일 현재까지 국민연금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은 3300여건에 육박한다. 촛불집회를 열자는 의견이 나올 정도다. 

이런 비난여론에 대해 김상균 제도발전위원장은 “보험료율 인상을 억제하면서 연금 수준을 (미래 환경에 맞게) 올려나갈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한다”며 “저부담·고급여로 부조화적인 현행제도에 대한 개편이 상당기간 지연돼 와 보험료율을 급하게 올려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답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무리하게 재정추계를 추진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문안에 따르면, 재정계산위는 2088년까지 70년에 대한 재정추계를 진행하면서 2057년에 적립기금이 소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제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은 “70년 이후까지 예측하는 것은 과하다”고 꼬집었고, 정광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처장은 “기금 고갈 공포 마케팅”이라고 언급했다. 남찬섭 교수는 “국민연금 재정추계처럼 가정하면 삼성은 더 빠르게 고갈될 것이므로, 재정문제로만 집착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했다.

‘연금지급 보장’ 명문화도 쟁점사안 중 하나다. 자문안에서는 명문화하지 않는 현행 유지방안이 제안됐다. 그러나 공청회 토론자 상당수는 ‘명문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는 향후 다가올 국민연금 수급 가능성에 불안을 느끼는 여론 사이에서도 제기되는 문제다.

국민연금은 국민노후소득 보장과 소득계층·세대 간 소득 재분배 역할에 중요한 국가운영시스템이다. 이에 정부는 오는 10월 말 ‘제4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을 국회에 제출하기 앞서 국민의견을 계속 수렴한다는 입장이지만, 반발이 거세 험로가 예상된다. 그간 정책 안정화를 추진해온 국민연금공단의 홍보 노력 등이 사실상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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