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베트남 마약중독, 강력한 처벌보단 체계적인 예방·치료가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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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18-08-1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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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트남, 마약 유통 범죄에는 '사형' 처벌…단, 치료·예방책은 재활센터가 전부

지난 12일 베트남 마약 중독 재활센터를 탈출해 거리로 나온 마약 중독자들.[사진=VN익스프레스]


지난 12일 베트남 남부 띠엔장성의 한 마약 중독 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던 환자 200여명이 난동을 일으키고 집단 탈주해 전 세계가 경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베트남 현지 매체인 VN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재활센터 직원들과 갈등을 빚던 일부 마약 중독자들이 칼과 벽돌 등의 흉기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려 다른 환자들을 선동해 집단행동을 일으켰다.

현지 경찰 관계자는 “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던 마약 중독자 200여명이 집단 이탈했으며, 100명가량이 웃통을 벗고 거리를 활보해 주민들이 공포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13일 탈주한 대부분의 환자가 재활센터로 돌아왔지만, 아직 18명에 이르는 마약 중독자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아 추적 중이다.

최근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 전체가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오래 전부터 마약 중독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지만, 마약 퇴치 및 중독 예방에 대한 정부의 정책 효과는 미미했다. 베트남은 마약 유통 범죄에 ‘사형’이라는 엄격한 처벌을 내리고 있지만, 마약 뿌리 뽑기에는 애를 먹고 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베트남의 마약 중독자 수는 22만여명으로 대부분이 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활센터를 찾는 마약 중독자 중에는 가족의 손에 이끌려 입원하거나 자발적으로 재활을 택한 사람도 있다. 자발적으로 재활센터를 찾은 중독자 수의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마약 중독을 스스로 극복하려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탈출을 감행했을까.

현지 사회는 이번 마약 중독자 탈주 사건의 발생 원인으로 정부를 지목한다. 효과가 거의 없는 재활방식, 센터 직원들의 억압과 차별에 마약 중독자들이 분노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재활센터 치료 방식의 효과가 거의 없고, 재발률이 높다고 지적한다. 그런데도 베트남은 대체약물 투약 없이 단번에 마약을 끊는 이른바 ‘콜드터키(cold-turkey)’ 방식으로 중독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재활센터에 입소한 한 중독자는 “센터에서의 생활은 지나치게 엄격하다”며 “일부 직원은 우리를 하루 3시간 동안 무릎을 꿇게 하고, 구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마약 중독에 빠진 우리의 잘못도 있지만, 억압이 너무 심했다”고 주장했다. 

각종 범죄를 일으키는 마약은 퇴치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사형 등 강력한 처벌 중심의 공급 차단 정책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베트남 정부의 강력한 공급 차단 정책에도 마약 문제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이젠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예방, 치료 중심의 정책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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