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대책 1년] 강남 집값은 못 잡고, 강북은 밀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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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입력 2018-08-0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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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책 후 1년간 서울 아파트값 6.99%↑…대책 전 1년간 상승률(4.74%)보다 2%p 웃돌아

  • 여의도·용산 개발로 서울 집값 강세 예상…지방은 상승 동인 없어 '양극화' 심화될 것

[사진=아주경제 DB]


문재인 정부가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8·2 부동산 대책(이하 8·2대책)'을 내놓은 지  만 1년이 지났지만 서울 집값은 아직 잡히지 않고 있다.

강남권의 경우 안전진단 강화, 초과이익 환수 등 재건축 시장에 집중된 규제로 투기수요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집값은 또다시 꿈틀대고 있다. 오히려 풍선효과로 강북권에 수요가 몰리며 집값 불안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잇다. 특히 용산, 여의도 등 개발 호재까지 더해진 일부 지역은 강남 못지않은 집값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대로 지방은 수요가 아예 자취를 감추며 침체가 가속화하는 양극화 양상이 두드러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8·2대책 직전인 2017년 7월 말부터 지난달까지 1년간 6.99%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8·2대책 이전 1년 상승률(4.74%)보다 2% 포인트 이상 더 오른 것이다.

특히 서울 △강남(10.17%) △강동(9.93%) △서초(7.24%) △송파(13.31%) 등 강남 4구 아파트 가격은 10.39%나 급등했다.

서초구 서초동 N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에 가려져서 그렇지 일대 일반아파트는 8·2대책 이후로도 꾸준히 가격이 올랐고, 찾는 손님도 늘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입지 및 인프라가 특별히 좋은 단지는 대책 강도와 상관없이 대기수요가 꾸준히 형성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의 S공인중개사는 "올해 4월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는 확실히 수요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오른 호가가 쉽게 빠지진 않는 추세"라며 "자금 사정이 나쁘지 않은 상당수 집주인들은 굳이 매도하지 않고 기다리면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북지역은 지난 4월 양도소득세 중과 이후 한때 주춤했던 강남권과는 달리 1년 내내 강세가 이어지며 상승폭이 확대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특히 △종로(6.9%) △중구(8.22%) △용산(9.1%) 등 강북 도심권은 지난 1년간 8.41% 뛰며 평균치를 웃도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일대 인기는 다주택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로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자는 수요층이 증가한 데다, 이들 지역의 개발 호재가 풍부해 향후 시세 여력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은 아파트 가격이 8·2대책 이후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대책 전 1년간 0.01% 올랐던 지방 아파트값은 대책이 발표됐던 8월을 제외하면 매월 하락세를 보이며 대책 후 1년 동안 -1.99%를 기록했다.

지방의 경우 국지적 개발호재로 최근 수년간 물량 공급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는데, 지역 구별 없이 일괄 고강도 규제로 구성된 8·2대책으로 인해 매수심리가 급격히 위축돼 시장이 완전히 가라앉은 것이다.

업계는 이 같은 양극화 양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핵심 지역인 여의도·용산에 대한 개발 계획이 최근 발표됐고, 8·2대책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서 집값이 다시 한 번 자극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계속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 추가 대책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다만 재건축 가능 연한을 늘리거나, 지방 일부 지역 규제를 풀거나, 다주택자를 압박하기 위한 임대주택 등록 의무화 시기를 앞당기는 등 시장 안정화를 위한 카드를 언제든지 꺼내들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부동산 거래시장의 트렌드를 바꿨다는 점, 또 재건축 시장을 규제해 어느 정도 안정시킨 점 등으로 미뤄볼 때 대책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하지만 서울의 경우 여의도·용산 개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기대심리 등이 작용해 좀처럼 수요가 꺾이지 않을 것이다. 최근 1년간 흐름처럼 최소한 강보합세를 보이거나 그 이상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지방은 현재로서는 가격이 탄력을 받기 어려운 구조다. 양극화 양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시장 전체 투자 과열 심리를 진정시켰다는 점, 갭 투자가 상당히 근절된 점 등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특히 정부가 시장이 잡히지 않을 경우 지속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시그널을 확실히 보낸 점도 8·2대책의 성과라 할 수 있다"면서도 "과도한 규제로 시장에 매물이 돌지 않다 보니 매물 가격이 그대로 시세로 굳어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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