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수 없는' 정치자금법…노회찬 죽음에 '개정'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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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입력 2018-07-2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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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역 의원에만 유리…원외 인사 합법적 자금모집 불가

  • 상한액 올리고 정치적 약자 후원금 모금 통로 열어줘야

2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회찬 같은 사람에게도 불법을 강제하고 있다.”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비극적인 죽음을 두고 정치자금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제정됐지만, 오히려 불법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현행 정치자금법은 지난 2004년 개정안의 골격을 유지하고 있다. 2002년 대선의 ‘차떼기’ 사건 이후 국민적 개혁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당시 개정된 정치자금법 주요 내용은 △법인 및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금지 △정당 후원회 금지 △정치자금 기부 실명제 및 정당 회계보고 등이다. 핵심 원칙은 ‘돈은 묶고 입은 푼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당후원금은 부활했으나, ‘돈을 묶는다’는 원칙은 여전히 확고하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 기부를 받는 통로와 상한액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 있는 길은 후원회뿐이다.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은 선거가 없는 해에 정치자금을 모을 수 없다.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중앙당 △국회의원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자 △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 등이 후원회를 지정할 수 있다. 

후원회를 통해 모금할 수 있는 금액의 상한선도 정해져 있다. 국회의원의 경우 선거가 없는 해에 1억5000만원,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원까지 모금할 수 있다.

현역 국회의원이 아닌 예비후보자는 1억5000만원이 상한선이다. 개인이 정치인 1명에게 기부할 수 있는 금액 상한선은 500만원이며, 법인 및 단체의 기부는 금지된다.

문제는 현행 정치자금법의 ‘돈을 묶는다’는 원칙이 국회의원이 아닌 정치인이나 정치신인 등 정치적 약자들의 정치 활동을 크게 위축시킨다는 데 있다. 노 원내대표의 죽음도 여기서부터 시작됐다는 분석이 많다. 

노 원내대표는 유서에서 총선을 앞둔 지난 2016년 3월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으로부터 2000만원씩 두 번에 걸쳐 400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청탁도,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면서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절차를 밟아야 했으나 그러지 않았다”고 후회했다.

최병천 민주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회계처리를 안 했다는 것은 받은 돈 4000만원을 1억5000만원에 포함하지 않았다는 얘기”라며 “국회의원 선거에는 2억~4억원이 들어가는데 1억5000만원 한도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전 바른미래당 노원병 당협위원장도 같은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 전 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현역이 아닌 사람이 정치자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선거 때밖에 없는데 그 당시에 노 원내대표가 그 법을 몰랐겠느냐”면서 “제도가 사람을 죽였다고, 극단적으로 그렇게까지 말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정치자금 모금 상한액을 현실적 수준으로 상향하고, 현역 국회의원이 아닌 정치적 약자에게도 정치자금을 합법적으로 모금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최 연구위원은 “현행 정치자금법은 돈 없는 사람이나 인맥이 좋지 않은 사람은 정치를 못 하도록 운영되고 있다”면서 “현역 정치인과 낙선한 정치인, 청년-여성 예비 출마자들도 불법을 저지르지 않도록 ‘정치자금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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