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속 이야기] 국내 최초 실내 테마파크에서 벌어진 '너구리 전쟁'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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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18-07-1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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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월드 어드벤처 터줏대감 '로티', 한때는 저작권 시비의 주인공

  • 수차례 수정 요구에 원작자 두 손 들자 다른 디자이너에 제작 의뢰…법정 공방의 결말은?

[사진=연합뉴스]

 
1989년 7월 12일. 국내 최초 실내 테마파크 '롯데월드 어드벤처'가 문을 열었다. 롯데그룹이 6000억원을 들여 만든 이곳은 연건평 2만1000평으로, 당시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13개의 놀이기구, 10곳의 관람 시설과 80개의 식당·판매시설을 구비한 초대형 테마파크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사람들은 기꺼이 거금을 지불하고 꿈과 모험을 구매했다. 짜장면 한 그릇이 700원이던 시절 롯데월드 입장료는 어른이 4500원, 자유이용권은 1만3000원에 달했다.

인파가 몰리는 만큼, 롯데월드의 너구리 마스코트 로티와 로리도 덩달아 인기를 끌었다. 개장 이후 29년째 롯데월드의 주인공 자리를 지키고 있는 로티와 로리. 한때 이들은 '너구리 전쟁'으로 불리는 저작권 시비의 주인공으로 법정에 서기도 했다.

발단은 1987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장을 앞둔 롯데월드는 디즈니랜드의 미키마우스처럼 테마파크를 대표할 수 있는 캐릭터를 공모했다. 당선작은 디자이너 정연종씨의 너구리 캐릭터. 너구리는 동북아시아에 주로 서식하기 때문에 한국의 고유성을 살릴 수 있다는 이유로 채택됐다.

이후 롯데월드는 정씨에게 수차례 캐릭터의 수정을 요구한다. 원안이 외국의 유명 캐릭터인 펠릭스와 비슷해 저작권 분쟁이 일어날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29점의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보완 요구가 계속 이어지자 아예 손을 들었다. 롯데월드 역시 캐릭터를 사용하지 않기로 정씨와 합의했다.

그러나, 롯데가 다른 디자이너에게 너구리 캐릭터 제작을 의뢰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지금의 마스코트가 탄생했는데, 얼굴은 다르지만 턱시도를 입은 채 오른손에 지팡이를 쥐고 있는 모습이 정씨의 작품과 꼭 닮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분개한 정씨는 롯데월드를 상대로 저작물 사용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1심과 2심의 판결이 완전히 뒤집어지면서 법정 공방은 지루하게 이어졌다. 1992년 대법원은 마침내 롯데월드의 손을 들어줬다. “캐릭터는 기업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광고가 주된 목적이므로 캐릭터를 의뢰한 기업이 그 변경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너구리 전쟁은 이렇게 4년 만에 마무리됐지만, 이 사건을 기점으로 생소했던 지적재산권이 널리 알려지게 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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