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유로존' 이번 위기도 넘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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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기자
입력 2018-06-0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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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 들어서 부채위기 불안 커져

  • 스페인 소수당 정권 출범에 분리주의자들 재부상 우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1일(현지시간) 불신임안이 통과된 후 의회를 떠나고 있다. 스페인 하원은 이날 라호이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국민당(PP)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전체회의 표결에 부쳐 가결했다. 새 총리는 페드로 산체스 사회노동당 대표가 맡게 됐다. [사진=AP·연합뉴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2012년 이후 다시 위기를 맞이했다. 지난주 유로존 3, 4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정치적 혼란에 휩싸이면서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유로화는 물론 주식시장도 하락세를 보이면서, 브렉시트 뒤 공동체 봉합에 노력하고 있던 유럽연합(EU)이 또다시 큰 타격을 입게 됐다고 외신은 일제히 진단했다. 

이에 따라 최근 통화가치 급락으로 아르헨티나, 터키,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들의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남유럽발 위기가 글로벌 경제 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2년 유럽은 이른바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을 포함해 이른바 PIGS(Portugal, Ireland, Greece, Spain) 위기를 겪은 바 있다. 이들 국가의 부실 은행, 압도적 채무, 재정적자 등이 유럽을 뒤흔들었다. 

이로부터 6년이 지난 뒤 PHIGS로 불리는 폴란드, 헝가리,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이 여전히 문제의 뇌관이 되고 있다. 오늘날 이들 국가가 처한 문제점은 보다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문제점은 기성정치에 대한 반감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특히 최근에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정치 상황 급변이 불안을 높였다. 

서유럽 최초로 포퓰리즘 정부가 들어선 이탈리아는 유로존 균열의 가장 큰 축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 새 총리가 된 주세페 콩테 교수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반감이 심하며, 유럽연합 정부와 척지게 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지난 3월 4일 선거에서 국민들은 이탈리아는 물론 EU의 기성정치권에 맞서는 오성운동과 동맹당에 표를 몰아주었다. 이들 당의 성격은 다소 다르지만, EU에 적대적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앞서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들 정당이 제시한 내각 명단을 거부하면서 이탈리아 금융시장은 국채가격 급락 등 진통을 겪었다. 이후 대통령이 포퓰리즘 정당들에 새로운 내각을 구성할 시간을 주었으며, 이후 포퓰리즘 내각이 들어서게 됐다. 금융시장은 일단 무정부 상태를 벗어났다는 데 안도하고 있지만, 향후 전개 상황에 대한 우려도 크다.

오성운동과 동맹당이 내세우는 공공지출 증대와 감세는 유연하지 못한 노동시장과 2조1000억 유로 빚 더미를 지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시행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정책이라고 외신은 지적했다. 이탈리아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32%에 달하는 막대한 빚을 지고 있으며, 이는 EU가 권고하는 채무 상한선 60%의 두 배가 넘는다. 

때문에 유로존의 다른 국가들은 이탈리아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3일 독일의 주간신문인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존탁스자이퉁과의 인터뷰에서 하나의 통화를 쓰는 유로존이 부채를 나누는 공동체는 아니라고 못박았다. 메르켈 총리는 "나는 새로운 이탈리아 정부에 대해 열린 자세로 다가갈 것"이라고 했지만, 이탈리아는 현재 유로존 공공부채의 23.4%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유로존 GDP의 15.4%에 달하는 것이다. 

경제 규모가 그리스의 약 10배에 달하는 이탈리아의 채무불이행 사태는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많은 국가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한편 스페인은 6년 전에 비해서 금융부문의 건전성은 많이 완화된 상황이다. 실업률은 낮아졌고, 신용도도 올랐으며, EU에 대해서도 친화적이다. 그러나 1일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1년 만에 또 불신임 투표에 직면하면서 증시 등 금융시장의 불안은 커졌다. 

물론 우파 국민당 정부가 실각하고 정권을 잡은 중도좌파 사회노동당(PSOE)의 페드로 산체스 차기 총리가 새롭게 취임하면서 분위기는 다소 안정됐다. 그러나 소수 의석으로 내각을 이끌게 되면서 정치적 혼란은 커질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페인은 이탈리아와 달리 새 정부가 들어서 시장 친화적이면서도 친EU 정책을 이어갈 수 있지만, 총선 등으로 인한 정치적 공백과 분리주의자들과의 갈등이 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총리 불신임에서 힘을 쓴 카탈루냐 분리주의자들이 신임 산체스 총리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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