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봄이온다·上] (르포) "OOO 외제 화장품 사고파는 장마당" 북한 시장경제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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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둥(중국)=배인선, 서울=윤이현 기자
입력 2018-05-3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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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장마당 대형화·조직화…시장시스템 갖춰

  • 단둥서 왕성히 활동하는 북한 개인 무역상들··· "과거엔 상상도 못해"

  • 대놓고 '개혁·개방' 외치는 북한

  • 경제발전에서 소외된 농촌 주민도

“북한 사람들이 뭘 많이 사가요?”
“화장품이요. 특히 프랑스 OOO 브랜드요.”

최근 북한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는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내 최대 번화 쇼핑거리인 신류(新柳)의 한 대형 백화점 관계자와 나눈 대화다.

이 관계자는 유명 외제 화장품 브랜드 이름을 언급하며 "특히 주로 찾는 건 스킨케어 제품”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해당 브랜드 스킨케어 라인 가격은 100위안에서 300위안대(약 5만원) 제품이 주를 이룬다. 북한 노동자 평균 월급이 약 20달러(약 2만원) 정도라는 걸 감안하면 꽤나 사치품이라 할 수 있다.

◆고가 외제 화장품 사고파는 북한 '장마당'

사실 고급 외제 '살결물(스킨)'과 '물크림(로션)'은 중국 '장마당(시장)'에서 인기리에 팔려나가는 품목 중 하나다. 

북한경제 전문가인 김영희 박사는 “북한에 장마당이라는 체계가 형성된 지 벌써 2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며 "19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진 장마당은 점차 대형화·조직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록 합법은 아니지만, 북한 당국에서도 단속만으로는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눈 감아주는 형태로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박사는 “장마당의 유지는 북한 주민 생존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면서 “정부의 배급을 못 받는 상황이 지속되니 북한 주민들도 더 이상 식량 배급에 목매지 않고 각자 장마당을 통해서 살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시장 시스템과 가격도 안정됐고, 대북제재 속에서도 장마당은 전혀 흔들림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왕성히 활동하는 북한 개인 무역상들··· "과거엔 상상도 못해" 
 

단둥에서 물자를 가득 실은 트럭이 중조우의교(구 압록강대교)를 건너 북한 신의주로 향하고 있다. [사진=유세웅 기자]


장마당의 '큰손' 중 하나가 북·중 교역으로 큰돈을 번 무역원이다. 북·중 거래의 80%가 이뤄지는 단둥은 북한 무역상의 주요 활동지이기도 하다.

최근 찾은 단둥 중조우의교(구 압록강대교) 옆 커우안(口岸, 국경통과지점) 뒤편 출입국 검문소에는 신의주에서 건너온 승합차나 소형버스에서 ‘김일성 배지’를 단 북한 사람들이 내렸다. 예닐곱명씩 무리를 지어 서 있는 이들은 대부분이 중년 남성, 여성이었다. 커다란 종이박스를 들고 내리는 모습이 영락없는 무역상이었다.

김 박사는 "과거엔 국가 통제 아래 놓인 무역 상사원들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엔 북한 정부에서 외화벌이를 장려하고 있어서 개인 무역상들도 자본금을 모아 일종의 협동조합과 같은 무역회사도 만들어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은 중앙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고 기업끼리 인수합병도 진행할 수 있다”며 “무역 협동조합은 국가기업이익금, 법인세도 내는 등 일종의 자본주의 기업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북한 정부의 태도 변화를 주목했다. 

랴오닝성 선양(瀋陽)시 한인회장을 지냈던 박영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선양협의회 회장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거래를 하면서 북한의 변화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중국을 왕래하는 북한 무역상들에 따르면 과거엔 시도때도 없이 정치국에 불려가 사상교육을 받았지만 요즘은 이런 강제성 교육이 많이 뜸해졌다”고 전했다.  또 그는 "과거엔 북한 업체와 사업차 미팅을 가질 때 1명의 사업 실무자와 정치국에서 파견한 2명의 감시자가 한 개조로 방문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은 실무자 혼자 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사업의 효율성을 따지고 불필요한 인력낭비를 하지 않겠다는 북한 당국의 의지로 보인다”고도 해석했다..

◆대놓고 '개혁·개방' 외치는 북한

지난 14일부터 10박 11일간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당 참관단에서도 북한 정부의 전향적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참관단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경제발전과 개혁·개방을 학습하러 왔다"고 말했다. 개혁·개방은 한때 북한 지도부 사이에서 금기시됐던 단어다. 

김영희 박사는 북한의 개혁·개방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2년 개인·기업의 경제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단행한 ‘6·28 방침’을 예로 들며 두 가지 측면에서 획기적인 시도였다고 평가했다.  첫째는, 국영 협동농장의 수를 줄이면서 개인이 관리하는 형태로 농업 생산성을 제고하고, 둘째는 기업 경영에 자율성을 부과해 기업이 독자적으로 생산 계획을 수립하고 판매하도록 해 자체적인 영리활동을 장려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북한은 이듬해 11월에는 5개 경제특구와 13개 경제개발구 계획을 선포하며 적극적인 경제발전도 추진했다.

김 박사는 “최근엔 북한 내부에서 외자 유치를 위한 법적인 제도를 보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외국 투자자들의 안전보장과 인프라 구축 등 환경 제공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고 분석했다. 즉, 대북제재가 풀리고 갈등이 완화되면 북한의 개혁·개방 관련 정책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펼쳐질 것이란 이야기다. 

◆경제발전의 그림자··· 빈부격차

북한 내 계획경제와 시장경제가 혼재하는 만큼 빈부격차 문제를 피해갈 수는 없는 듯 보였다. 단둥 시내에서 약 50㎞ 떨어진 타오화다오(桃花島)에서 유람선을 타고 압록강 저편으로 바라본 평안북도 삭주군 농촌 주민들의 삶은 여전히 고달파 보였다.
 

압록강 건너로 바라본 북한 삭주군. 비포장 도로 탓인지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흙먼지가 자욱히 날렸다. [사진=유세웅 기자]


비포장 도로인 탓인지 이따금씩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흙먼지가 자욱하고, 먹을 것이 부족한 주민들이 벌목·개간을 하면서 나무 한 그루 없는 벌거숭이 산 천지였다. 압록강변에서 주민들이 머리를 감거나 빨래를 하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평양 사람들이 고급 주택에 살면서 스마트폰을 쓰고 외제 화장품을 바를 때, 농촌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곤궁한 삶을 이어가는 듯 보였다.

압록강 변에서 머리를 감는 북한 주민의 모습. [사진=유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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