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 폭파] 2·4·3번 갱도 순차 폭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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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계리=공동취재단·박은주 기자
입력 2018-05-2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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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과 5개국 국제기자단이 폭파로 무너진 2번 갱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모인 5개국 국제기자단이 24일 오전 풍계리에 도착, 5시간 여에 걸친 핵실험장 폭파를 참관했다. 

전날인 23일 원산역에서 특별열차를 타고 풍계리로 향한 취재진은 8시34분께 풍계리에 도착한 뒤 갱도 옆 공터에서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의 사전 브리핑을 들었다. 부소장의 계급은 상장으로, 우리 식으로는 소장에 해당되는 직급이다. 

부소장은 "핵시험장 폐기는 시험장에 있는 모든 시험 갱도들을 폭발의 방법으로 붕락시키고 갱도 입구들을 완전 폐쇄하며 모든 관측소들과 지상 구조물들을 철거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며 "동시에 연구자들과 경비소문들을 전부 철수시키고 핵실험장 주변을 완전 폐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2번 갱도 첫 폭파···2∼6차 핵실험이 이뤄진 '핵심 시설'

첫 일정은 2번 북쪽 갱도 폭파로, 11시부터 시작됐다.

기자단은 폭파를 보기 위해 서쪽 산 중턱(해발 1300m 정도) 간이 관측소로 올라갔다. 2번 갱도는 북한의 지난 2∼6차 핵실험이 이뤄진 곳으로 풍계리 핵실험장의 핵심 시설로 꼽힌다.

11시 직전 북측이 "촬영 준비됐나"라고 묻고 기자단이 "촬영 준비됐다"고 답하자, 북측의 "주의. 3,2,1"이라는 구호와 함께 폭파가 시작됐다.

이에 해발 2205m 만탑산을 흔드는 묵직한 굉음과 함께 입구에 있는 흙, 부서진 바위가 쏟아져 나왔다.

입구 쪽에서 첫 폭음 이후 안쪽으로 들어가며 2번 정도 폭음이 울렸다. 입구 위에서 4~5m 정도가 무너져 내렸다.

15초 뒤에는 관측소도 폭파됐다.

굉음과 함께 짙고 엄청난 양의 연기가 계곡을 뒤덮다가 바람을 따라 계곡 아래로 내려갔다. 이어 연기가 걷히자 관측소에서 부서져 나온 나무파편들로 가득한 모습이 확인됐다.

폭파 직후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는 "오전에 예견했던 북쪽갱도 입구와 측정실 폭파가 아주 성과적으로 끝났다"며 "전문가에 따르면 폭발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갱도 입구는 완전히 막혔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이 관계자는 "벽에 다이너마이트 박고 무너지도록 했다. 총 8개의 폭약을 심었다"며 폭파 과정을 설명했다.

폭파 직후 일부 기자들은 현장을 답사하기도 했다.

가까이 가보니 흙, 바위조각더미가 무너져 내리면서 입구가 완전히 봉쇄된 듯했다.

2번 갱도 관측소 또한 목재조각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문틀만 남고 문짝 창틀은 모두 날아갔다.

다만 2번 갱도 관측소 뒤편 기자단을 위해 특별히 만들었다는 화장실만은 건재했다.

첫 폭파 이후에는 점심식사와 3번 남쪽 갱도 참관, 브리핑 등을 들은 뒤 3시간 이후 두 번째 폭파가 이뤄졌다. 

1시47분께 동쪽 산 중턱에 있는 두 번째 관측소에 도착했다. 4번 갱도와의 거리 300m 정도로 추정되는 관측소다. 
 

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 작업을 했다. 5개국 국제기자단이 폐기되는 갱도 중 가장 큰 규모의 4번 갱도를 취재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오후에는 4번·3번 갱도 연쇄 폭파 

2시17분께 두번째로 4번갱도가 폭파됐다. 15초 후 단야장이 폭파되고 폭파 직후 위쪽 흙들이 쏟아져 내렸다. 토사와 암석파편들이 앞길 아래까지 쏟아져 나와 길목을 막았다. 

곧 이어서는 1개동 1초 간격으로 생활건물 5개동이 폭파됐다. 연속적으로 큰 굉음과 함께 거대한 구름이 일어났으며 구름 걷히고는 목재 잔해만 남았다.

세번째로는 4시께 3번 갱도와 관측소 폭파가 이뤄졌다.

기자단 관람석과 갱도와의 거리는 500m 정도였다. 꽝하는 소리와 함께 흙과 바위파편이 쏟아져 내렸다.

입구 쪽 소리는 크지만, 화강암지대 깊은 곳에서 나는 폭발소리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30분이 넘도록 돌들이 흘러내렸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3번 관측소도 폭파 후 목재 잔해만 남았다. 

마지막으로는 미처 폭파 못한 2개 동 막사(군건물)를 추가로 폭파했다.

북측이 "모두 성과적으로 끝났다", "축하한다"며 무전을 주고받는 모습도 보였다. 

풍계리에 있는 4개 갱도 가운데 1번 갱도에 대해 폐기 절차가 이뤄졌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1번 갱도는 1차 핵실험이 진행된 곳으로, 이미 방사능 오염에 따라 폐쇄된 곳이어서 북한이 이날 별도의 폭파 절차는 진행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모든 폭파 일정이 끝난 후 4시53분께 기자단이 3번 갱도 앞에 모여서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의 성명을 들었다. 

부소장은 "24일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있게 담보하기 위해 공화국 북부 핵시험장을 완전히 폐기하는 의식을 진행했다"며 "방사선 물질 누출 현상이 전혀 없었고 주위 생태 환경에 그 어떤 구성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는 게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어 "지상의 모든 관측설비들과 연구소들, 경비 구분자들의 구조물들이 순차적으로 철거되고 해당 성원들이 철수하는 데에 따라 핵시험장 주변을 완전 폐쇄하게 된다"며 "투명성이 철저히 보장된 핵시험장 폐기를 통하여 조선반도와 세계평화와 안정을 위해 길르고 있는 공화국 정부의 주동적이며 평화애호적인 노력이 다시 한번 명백히 확증됐다"고 밝혔다. 
 

북한이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이 핵시험장의 폐기 방법과 순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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