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운전대 잡자 中 당혹... 종전선언·평화협정 개입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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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기자
입력 2018-05-1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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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시진핑 긴급회담 존재감 과시

  • 대만문제 등 美에 보여주기식 의도 있어

  • 이면엔 美中 패권경쟁 얽혀 치열한 싸움

  • 평화협정으로 많은 것 바뀔 것...주한미군은 평화유지군으로

(왼쪽부터) 이성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홍석훈 통일연구원, 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 연구위원, 서정경 성균중국연구소 교수 [사진=성균중국연구소 제공]


‘차이나 패싱’과 ‘종전선언’은 최근 한반도 정세 변화의 핵심 키워드다. 전문가들은 지난 두 차례의 북중정상회담 등 남북 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모든 행동이 차이나 패싱 견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중국의 역할이 ‘종전선언’ 이후부터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9일 ‘한반도 정세 변화와 중국’ 주제로 열린 성균중국연구소 특별 간담회에서 “최근 두달 간 한반도 상황과 관련한 중국의 모든 행동을 이해하는 키(key)는 차이나 패싱”이라며 “중국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차이나 패싱의 강도는 한국이 느끼는 것보다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북핵 문제 해결의 주체자가 한국과 미국으로 변경되는 것을 중국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이 예정된 상황에서 마치 새치기를 하듯 기습적으로 북한과 회담을 진행한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이 연구위원은 “차이나 패싱은 단지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남북 문제 개입을 미국과 경쟁 구도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10년간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줄곧 중국 책임론을 생산해냈다. 오바마 정권 때까지는 뒷짐지고 북핵 문제에 관여하지 않은 소위 ‘전략적 인내’가 유지되다 트럼프 정권 이후 북핵이 고도화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개발되자 전략적 인내는 종말을 맞이했다.

그러는 와중 트럼프가 중국과의 상의 없이 북미회담 선언을 하자 중국은 당혹감과 배신감을 느꼈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그는 “중국은 미국이 등을 떠미는 바람에 북중관계가 훼손되는 희생을 감소하며 대북제재를 행사했는데 갑자기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의 주체자로 나서는 것이 못마땅할 것”이라며 “한반도 문제가 중국과 동의 없이 현상 변경되는 것을 매우 우려해 궁극적으로 ‘차이나 패싱’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연구위원은 차이나 패싱으로 대두되는 중국의 행동이 미중 패권경쟁과도 얽혀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미국은 수 차례 대만 문제를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하나의 중국 정책은 준수할 필요가 없다”고 도발하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대만 여행법을 허가하고 잠수함 기술을 전달 하는 등 미중수교 이후 가장 활발히 대만과 교류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중국의 기습적인 북중정상회담 감행은 대만문제 등을 의식한 ‘보여주기식’의 뜻도 있다”며 “다시 말해 한반도문제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북핵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 미중 패권경쟁이라는 지정학적 저주에 빨려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역설했다.

다만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서정경 성균중국연구소 교수는 남북의 단일화도 염두에 둘 것을 충고했다. 그는 “현재 한반도 정세를 평가하고 전망하는데 강대국의 불확실성도 매우 중요한 요인이지만 지금처럼 남북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향후 주변 4대 강국에 비해 그 힘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종전선언이 포함하고 있는 의미와 더불어 그 전·후 미중의 역할과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 연구위원은 종전선언 이후 평화협정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중국이 종전선언부터 관여할 경우 과도기적인 조치를 하는데 있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국은 한국전쟁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평화협정 체결 시에는 당연히 주체자가 돼야 하지만 종전선언은 다르다"며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주체를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 평화협정 체결 시에는 중국이 개입되는 것이 좋을 수 있지만 종전 선언은 다른 문제”라고 밝혔다.

종전선언은 국제법적으로 전쟁상태에 있는 한반도 안보 상황을 전쟁이 끝난 상태라고 공표하는 선언이다. 그러나 법적 효력이 없는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정전협정의 법적주의를 모호하게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종전선언에서 평화협정 체결로 가는 과정에는 조약이나 협정의 체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이 연구위원은 강조했다. 그는 "남북 정상이 올해 내에 종전선언을 하기로 했는데 이것의 이면에는 종전선언 이후 평화협정으로 가기 전까지 과도기적인 기간에 관리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이에 대한 과도기적인 조치로 "북한군과 유엔군이 맺은 군사정전위를 남북 평화 관리 기구로 전환하고 정전협정 관리권의 전체 또는 일부를 한국 합참이 인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홍석훈 통일연구원도 "남북간의 종전선언은 그야말로 선언적 의미로 이후 미국과 중국 등을 포함한 평화협정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지게 될 것" 이라며 "평화협정을 통해 남북 관계가 적성국에서 변화되면 현재의 주한미군도 평화유지군으로 성격이 바뀌고 북미 간 연락사무소와 대사관이 생기는 등 대북 관계 등 모든 판이 새롭게 짜여질 것"이라고 이 연구위원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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