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검인물전] 한영탁, 누리꾼은 그를 '투스카니 의인'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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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진 기자
입력 2018-05-1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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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도끼 은도끼 전래동화의 현대판 버전


12일 오전 11시 30분쯤 부슬비가 내리는 제2서해안고속도로 하행선에 코란도 한 대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차량은 중앙분리대를 긁으며 1.5㎞나 달렸다.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멈출 낌새가 보이지 않자 서행하던 다른 차량의 운전자들이 119에 신고하기 시작했다. 이때 투스카니 차량이 속도를 올려 코란도를 추월해 앞서 달리기 시작했고, 자기 차량을 들이받도록 코란도 앞에 멈춰 세웠다. 이윽고 코란도는 투스카니에 부딪혀 2~3m를 앞으로 더 전진하다가 멈췄다.

투스카니에서 나온 운전자는 크레인 기사인 한영탁씨(46)였다. 코란도 운전자는 평소 지병을 앓았고 전날 과로로 몸 상태까지 안 좋아져 운전 중 잠시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차를 세운 한씨는 의식을 잃은 운전자를 깨우기 위해 창문을 강하게 두드렸지만 반응이 없자 다른 운전자에게서 구한 망치로 창문을 깨 운전자를 구할 수 있었다. 이 모습은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담겼다.

 

사고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한영탁씨. [사진=유튜브]


지금은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이라면 기자가 아닌 누구라도 인터넷이라는 공개된 디지털 공간에서 말하는 시대다. 유명 자동차 커뮤니티에 '고속도로 사고에서 의인을 봤다'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오자 누리꾼들도 '투스카니 의인'이 나타났다며 이 시장 저 시장 옮겨 다니며 물건을 보여주던 보부상처럼 훈훈한 소식을 옮기기 바빴다. 이윽고 해당 소식은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까지 올랐고, 그제야 기자들도 관심을 보였다.

한씨와 오랜 세월 동고동락하며 함께 일한 이상열 크레인 기사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한씨가 건강하다고 밝혔다. 또한 자신의 블로그에 "한영탁 그가 있어 자랑스럽습니다. 몸 괜찮아질 때까지 휴가라고 생각하고 집에서 쉬라고 하니깐 오늘도 출근했네요 ㅠㅠ"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경찰은 한씨의 용기와 희생으로 대규모 인명 피해를 불러올 뻔한 연쇄 추돌사고를 막았다며 한씨에게 표창을 수여하기로 했고, 현대자동차는 한씨의 파손된 차량이 자사 브랜드임을 알고 수리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씨는 "크게 망가진 상태가 아니다. 차량 수리를 위해 보험사에 사고 접수를 해뒀다. 괜찮다"며 정중히 거절하고 "내 차 피해는 생각하지 않고 한 일이다. 코란도 운전자로부터 '감사하다'는 전화를 받은 것으로 충분하다. 올해 고교 3학년인 딸과 아들이 아빠의 행동을 자랑스럽게 생각한 것으로 만족한다"고 밝혔다. 마음 따뜻한 한마디에 현대자동차는 아예 신형 벨로스터 차량을 지급하기로 했다. 누리꾼은 "'금도끼 은도끼' 전래동화의 현대판 버전"이라며 다시 한번 난리가 났다. 

지금 시대는 유명세를 측정하는 척도, 기사가 퍼지는 방식, 홍보 방법도 모바일 중심으로 바뀌었다. 실시간 검색어는 이슈를 읽는 초침 역할을 한 지 오래다. 하지만, 과거 활기찬 시장에 보부상이 그랬던 것처럼 모바일 중심엔 여전히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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