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37억 들인 내곡도서관 '반쪽짜리' 운영, 왜?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백준무 기자
입력 2018-04-13 17:2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시범운영' 기간 중 오후 4시부터 문 여는 내곡도서관

  • 학부모·주민 갈등 사이에서 서초구청 "최선의 방법 고민 중"

12일 현재 서울 서초구에 있는 내곡도서관은 오후 4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임시 운영되고 있다. [사진=백준무 기자]


지난달 20일 문을 연 서울 서초구 내곡도서관. 일반 구립도서관처럼 생각하고 아침부터 찾아간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이곳을 이용하려면 오후 4시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실제로 도서관의 입구에 붙은 '임시 운영' 안내문에 따르면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후 4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된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다른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오전 9시부터 문을 연다.

건립 한 달, 37억6000만원을 들여 지은 도서관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내곡도서관이 있는 곳은 바로 내곡중학교 교정, 정확히는 강당 동 건물 2·3층이기 때문이다.
 

12일 오후 내곡도서관 내부. 내곡도서관은 내곡중학교 강당 동 건물 2, 3층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백준무 기자]


올해 개교한 내곡중은 2016년 설계 당시부터 '마을결합형학교'로 추진됐다. 학교 안팎에서 배움과 돌봄이 이뤄지도록 마을과 학교가 협력해 일체의 교육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내곡도서관 또한 이같은 사업의 일환으로 교내에 건설됐다.

그러나 막상 개교를 앞둔 시점에, 일부 학부모들은 안전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도서관에 출입한다는 명분으로 교내에 외부인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지역 주민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예전에 모 사립 초등학교에서 외부인이 교실로 침입해서 난리났었는데 제대로 관리 안 하면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학교 안으로 아무나 들어가는 건 안 될 일" 등의 의견이 나왔다. 2일 발생한 방배초등학교 인질극 사건은 이들의 목소리에 더욱 힘을 실었다.

내곡도서관의 운영 주체인 서초구청은 물론 학부모와 학교 측은 논의 끝에 1개월 동안 시범 운영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도서관은 오는 20일까지 수업이 끝나는 오후 4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된다. 또 학교 건물과 강당 건물을 잇는 구름다리 또한 임시 폐쇄하기로 했다. 이후 시범 운영의 결과에 대한 평가를 거쳐 정식 운영방안이 결정될 예정이다.

12일 오후 도서관에서 만난 한 60대 남성은 "멀리 떨어진 국립중앙도서관을 이용하다가 동네에 도서관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웠다. 그런데 오후 늦은 시간부터만 이용할 수 있어 불편하다"고 말했다. 도서관 인근에서 만난 50대 여성 역시 "구립도서관인데 구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12일 오후 내곡중학교와 내곡도서관 정문. 좌측은 도서관 입구, 우측은 학교 정문이다. 가운데는 차량 출입구. [사진=백준무 기자]


서초구청은 난감한 상황이다. 구청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어떤 게 최선의 방법인지 생각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주민들께 학교 출입문을 통해서 도서관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와 도서관 출입문은 별도로 분리돼 있고, 이용자 동선도 따로 조성했다"며 "2교대로 상시근무하는 도서관 보안관도 채용했다. 학교 주차장과 도서관 사이에 펜스까지 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 또한 "내곡도서관을 가족형 도서관으로 만들기 위해 구청 직원들이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다. 하지만 안전이 우선시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다음주 중에 민원을 제기했던 분들과 다시 논의하기 위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답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