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군정치 폐기 움직임 이어가는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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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선 기자
입력 2018-04-1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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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김정일 시대 내세웠던 선군정치 폐기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1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정기회의에서 황병서 전 군 총정치국장을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에서 해임하고 후임인 김정각을 위원으로만 임명하면서 군의 역할을 국방 분야로만 한정하는 조치가 선군정치 폐기의 상징적인 움직임이라는 해석이다.

이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협상에 반발할 수 있는 군부의 입김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평창 올림픽 기간에 방문한 북한의 특사단에 군 인사가 포함되지 않았던 것도 같은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2011년 집권 이후 2012년 농작물의 30%는 자체적인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부분적인 경제 자유화 조치에 나섰던 것도 기존의 선군정치와는 어긋나는 움직임이었다는 평가다.

군부의 경우 통제를 벗어나는 자율화와 개방은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선군정치는 1990년대 구소련이 붕괴하고 한러, 한중 수교가 이뤄지면서 북한이 외교적, 경제적으로 고립된 가운데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김정일 위원장이 국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채택돼 왔다.

군부의 주도로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매진하면서 국제적인 흐름이었던 구공산권의 국가 개방의 길과는 정반대로 폐쇄적인 길을 가면서 외교적, 경제적 고립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구소련이 무너지면서 러시아는 이전에 우호적으로 저가로 공급하던 석유 등의 지원을 중단하고 제 값을 받으려 하면서 북한의 경제난은 심화됐다. 

천안함 폭침 사건 등도 북한의 고립이 심화된 가운데 선군정치하에서 군부가 강경 대응에 나섰던 것이 원인이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선군정치의 영향은 지난해까지 지속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을 통한 긴장 고조로 이어졌다.

군부가 핵과 미사일 개발 등을 주도하면서 민간 관료의 경제개발이나 기술개발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김 위원장이 무력과 경제 강화를 동시에 병행하는 병진전략을 선언했었지만 핵 개발이 우선이었다.

북한은 그동안 경제난으로 국가의 배급 체계가 무너지면서 자체적으로 형성된 장마당을 통해 시장 경제가 도입될 수밖에 없었던 가운데 암묵적으로 이같은 시스템이 허용되면서 점차 활성화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더 이상 군 위주의 규제 방식으로는 경제난을 타개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전환이 시도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기 선군정치가 점차 쇠퇴하면서 국가 정상화와 개방을 추구하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군 위주의 국가 통제 체제에서 민간 위주의 정상 운영 국가로 전환하면서 경제 개방과 국제화에 나서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때 내려왔던 북한 특사단을 통한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의도 이같은 움직임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핵과 미사일 개발을 주도해왔던 군부로서는 핵 포기를 조건으로 하는 비핵화를 논의하는 회담에 동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선군정치 쇠퇴는 군부의 역할을 축소하면서 개방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앞 둔 한반도에는 일단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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