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릴레이 정상외교'…文 '운전대론' 역할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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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숙 기자
입력 2018-03-2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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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 대통령, 한미·한일·한중일 정상회담서 한반도 비핵화 논의

  • 4대 열강 속 외교적 입지 확보 시급…유연한 리더십 발휘할 때

문재인 대통령 취임 초기 '코리아 패싱' 등 여러 논란에도 유연한 대북정책을 통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라는 결과를 이끌어 내며 '한반도 운전대론'을 강화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17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ADEX 2017(서울국제항공우주및방위산업전시회)' 개막식에 참석, 특수비행팀의 블랙이글 조종석에 올라 엄지를 내보이는 모습.

'스트롱맨 시대'에 최후 승리를 거머 쥐는 자는 유연한 협상가일까. 

한반도를 비롯해 주변국의 정세가 격변하는 가운데,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운전대를 잡은 문재인 대통령이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문 대통령은 4월말 남북 정상회담과 5월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 사이에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 한일·한중일 정상회담 등 '릴레이 정상외교'에 나선다. 이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하루 시차를 두고, 장기 집권을 위한 초석을 다지며 한반도를 둘러싼 2기 스트롱맨의 시대가 개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시작된 제1기 스트롱맨 시대에는 김정은 조선 노동당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시진핑 국가 주석 등 어느 때보다 강한 리더십이 한반도 주변에 집결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취약한 우리의 리더십이 도마위에 오른 바 있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튼 우리 정부는 '유연한 리더십의 승리'라는 외신의 평가를 받으며 운명의 두달을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더욱 막강해진 권력을 등에 업은 중국과 러시아 지도자가 전면에 나섬에 따라,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둘러싼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4대 열강간 치열한 격전이 예상된다.

특히 한반도 문제를 놓고 미국과 일본이 한목소리를 내고, 중국과 러시아가 여기에 대립하는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커 한국은 외교적 입지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 스트롱맨 시대에도 세계정세 방향타는 문 대통령에게로 

스트롱맨 정치지도자의 공통된 특징은 군사력을 포함한 힘의 논리와 국익우선주의를 앞세워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중국과 러시아처럼 장기집권을 도모하는 것도 일관된 특징이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악재에도, 김정은 위원장과의 끈질긴 샅바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세계적으로 고립됐지만, 세계정세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는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도 비슷한 스트롱맨 리더십으로 분류된다.

반면 30%대의 지지율을 간신히 넘으며 '잔인함 봄'을 맞은 아베 총리는 북핵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제대로 낼지 미지수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무장한 주변국이 글로벌 패권 경쟁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방향타는 문재인 정부에게 들어왔다.

외신들은 5월의 북미 회담을 두고, 스트롱맨 사이에서 유연함을 잃지 않은 문 대통령의 '명석한 정치공학 작품의 산물'이라고 평하고 있다.

미국의 언론 매체 복스는 지난 11일(현지시간) '한국의 대통령이 어떻게 북·미간 전쟁의 위기를 구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 대통령을 '외교의 거장(master class in diplomacy)'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북한의 비위나 맞추려는 '유화 정책'이라고 비판했던 것처럼, 두 지도자가 북한을 어느 정도 공격적으로 다뤄야 할지 수시로 충돌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는 문 대통령의 놀라운 업적"이라고 전했다.

사실상 거친 말보다 유연한 자세로 일관되게 북한과의 대화를 주장해 온 문재인 정부의 외교력을 극찬한 것이다.

◆현 정부, 유연한 리더십으로 회담 후 상황 예측해야

현재의 정세는 '코리아 패싱'을 뒤로하고 '운전대'를 잡게 된 문 대통령에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중국은 남북한과 미국 주도로 움직이는 한반도 정세에서 별다른 역할을 못한다는 '중국 패싱'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적극 나설 전망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최근 "한반도 문제는 중국의 지혜와 노력없이 해결할 수 없다"며 중국 역할론을 내세웠다. 중국 정부는 대북 특사단 파견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문 정부 스스로의 역량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변수가 가득해 남북, 북미 회담에 대한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라는 전문가 우려도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정외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단지 '중재자'의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며 '제안자''촉진자''관리자'의 역할도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문 정부가 가용할 최정예 인물들을 지속적으로 미국과 북한에 오가게 하며 우리의 '창의적 안'을 설명하고, 미국과 북한이 합의할 공간을 최대한 넓혀줘야 한다"며 "이는 중국·일본·러시아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남북협상 진행시 최대한 단기적 성과나 과시, 국내정치적 고려 등으로 역사적 임무를 망칠 수 있는 만큼 신중히 할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지나치게 김 위원장의 절대권력을 부각하고 집중하는 우리 측의 언사는 오히려 그의 입지를 보수적으로 가져가게 할 수 있다"며 "특히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남북한간 합의가 깨지거나, 평화추진을 위한 여정이 난관에 봉착했을 때 넘겨진 결과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 시점에서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우리의 대응역량을 강화하는 국방개혁이 추진돼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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