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장애와 비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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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호 전통문화연구회 회원
입력 2018-03-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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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에서는 대부분 악사(樂師)가 시각장애인이었다. 재능도 재능이지만 생계보장 차원의 배려에서였다. 공자는 악사가 모임에 참석하면 앞장서서 자상하게 안내했다(<논어> ‘위령공’ 41장). 제자가 “(그것이) 악사와 (자리를) 같이 하는 방법입니까(與師言之道與·여사언지도여)”라고 묻자 공자가 대답했다. “그렇다. 악사를 돕는 진정한 도리다(然固相師之道也·연고상사지도야).“

범조우(范祖禹)는 공자가 이처럼 장애인, 홀아비, 과부 등을 업신여기지 않은 점을 주목했다. 그리고 모두 이렇게 하면 '세상에 어느 누구도 살기 어려운(소외된)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공자 말씀이라면 토씨 하나 안 놓치고 추종했던 조선 사회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장애인 등에 대한 차별이 가혹했다. 그게 지금도 속담 등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장애인을 비하하는 속담이 약 90개나 되고 과부, 홀아비 등을 경멸하는 내용도 이루 다 셀 수 없다. 공자와 유교를 제대로 섬기고 배웠다면 이럴 수가 없다.

어느 한국계 미국인이 부모 나라를 배우면서, 장애인 비하 속담과 욕설이 많은 걸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내남 없이 장애인의 자립을 돕고 격려하는 것이 상식적이고 당연한 미국 등 선진국과는 너무 달라 실망했다는 것이다.

지금 평창에서는 동계 패럴림픽이 열려 날마다 인간승리를 전해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장애아 부모들이 무릎 꿇고 호소했던 특수학교 신설이 예정보다 훨씬 늦어지고 있다 한다. 그 대조가 혼란스럽고 안타깝다.

누구나 죽기 전까지는 예비 장애인이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사람이기 때문이다. 장애와 비장애는 이처럼 종이 한 장 차이다. 남의 일이 아니다. 장애인에 대한 시선과 생각을 적극 교정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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