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토정비결의 참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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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호 전통문화연구회 회원
입력 2018-02-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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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보자. 渴馬上山 絶無水泉(갈마상산 절무수천)이라. ‘목마른 말이 산에 오르니 샘이 없다’ 하니 올해 고생 좀 하겠네.” “당신은 偶然西去 意外橫材(우연서거 의외횡재)라. ‘우연히 서쪽으로 가니 뜻밖의 횡재를 얻을 수’라, 괜찮은 편이군.”

정초 며칠 동안 동네 사랑방에서는 한문깨나 하는 노인이 토정비결(土亭秘訣)을 뒤적이며 각자의 한 해 운세를 풀이하면, 방 안은 희비와 설렘·기대로 엇갈렸다. 지금이야 심심풀이로 보고 가볍게 넘기지만 예전에는 거의 절대적이었다.

주역(周易)을 바탕으로 한 토정비결은 144괘로 구성돼 있다. 즉, 5000만 한국인 운세가 144가지 중 하나인 셈이라, 같은 경우가 수없이 많다는 의미다. 쌍둥이도 운세가 다른데 실제 같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또 괘사가 포괄적이고 은유적이라 애매모호하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그러나 예전에는 그런 걸 잘 알지도 못했고, 안다 해도 대수가 아니었다. 토정비결에 대한 신뢰가 워낙 높아 틈틈이 괘사를 의식하며 조심스레 행동할 뿐이었다.

주역이 특정 사안에 대한 가부와 성패를, 토정비결은 개 인의 한해 운수를 제시하는 점이 다르지만 기본 흐름은 같다. 즉, 점괘가 좋다 해서 자만하지 말고, 나빠도 희망의 끈을 절대 놓지 말라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 이유로 주역과 토정비결을 점서 아닌 수양지침서라고도 한다. 따라서 재미로 한 해 운세를 보고, 길흉을 떠나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것도 결코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농가월령가에서도 “한 해 계책은 봄에 있으니(一年之計在春, 일년지계재춘) 범사(凡事)를 미리 하라”고 당부했다. 농경시절 얘기지만 요즘이라고 다를 바 없다. 그런 뜻에서 온라인이나 길거리에서 명절 기분으로 잠깐 점을 쳐보고, 마음을 다듬는 것도 괜찮은 봄맞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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