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흥부' 정우 "故김주혁, 존재만으로도 큰 힘…닮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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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8-02-1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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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흥부'에서 흥부 역을 맡은 배우 정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정우(37)에게 영화 ‘흥부’(감독 조근현)는 여전히 어려운 작품이다. 데뷔 후 첫 사극영화에 도전, 기존 흥부의 이미지를 전복시키는 것도 숙제였지만 극 중 흥부가 느끼는 감정의 진폭을 이해하는 것은 더욱 복잡했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캐릭터를 이해하고 떨쳐내자 이번엔 갑작스러운 이별이 찾아왔다. 가장 믿고 의지했던 선배 배우인 김주혁이 그들의 곁을 떠나버린 것이다.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흥부’는 붓 하나로 조선 팔도를 들썩이게 만든 천재작가 흥부(정우 분)가 남보다 못한 두 형제 조혁(김주혁 분)과 조항리(정진영 분)를 통해 영감을 받아 세상을 뒤흔들 소설 ‘흥부전’을 집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개봉을 앞두고 아주경제와 만난 정우는 극 중 조선 최고의 천재작가 흥부 역을 맡았다. 아직까지 작품과 캐릭터, 故 김주혁과 헤어지지 못한 정우는 인터뷰 내내 힘든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문이다

영화 '흥부'에서 흥부 역을 맡은 배우 정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번 작품이 첫 사극이었다
- 첫 사극이라고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사극에 대한 궁금함은 늘 있었지만, 그것이 (작품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배우들은 늘 차별화된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기도 하다.

‘흥부’의 첫인상은 어땠나?
- 제가 알고 있는 흥부와는 180도 달랐다. ‘흥부’라는 두 글자가 주는 이미지와 전혀 다른 캐릭터라 신선했던 것 같다. (캐릭터에) 연민의 정을 느꼈고 그게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출연할 엄두는 나지 않더라. 선배님들이 하나, 둘씩 캐스팅되고 (그들이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용기를 냈다.

왜 엄두가 나지 않았나?
- 이 극을 책임지고 끌고 나가야 하는 역할이지 않나. 거기다 사극도 처음이고. ‘누군가 저를 끌어줬으면’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다 선배님들이 합류하셨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故김주혁에 관한 신뢰가 엄청난가보다
- 선배님만이 가진 힘이 있다. 현장에서도 그것을 많이 느꼈고 의지했다. 저는 시나리오를 이미 다 알고 있고 영화를 봤는데도 감정을 추스르기가 힘들었다. 처음에 참여했던 것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지게 돼 (영화를) 객관적으로 보기가 쉽지 않다. 촬영 당시도 많이 떠오르고 복합적인 감정이 밀려온다.

관객들에게도 여러 의미를 갖는 작품이 될 것 같다
- 복합적이다. 감정이…. 저도 그런데 다른 분들은 어떨지 사실 생각지 못했다.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보통 작품들을 볼 땐 관객들 반응을 예측하기도 하고 궁금해하기도 하는데 이번 작품은 아예 여유가 없었다. 정신도 없었고.

영화 '흥부'에서 흥부 역을 맡은 배우 정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극 중 흥부와 조혁의 관계가 인상 깊었는데, 조혁이 김주혁이기 때문에 더 울컥했던 순간이 있었다. 마지막 조혁의 대사가 현실과 맞물리며 깊은 울림을 줬는데
- 흥부에게 말하는 장면인데 현실과 자꾸 구분이 안 되더라. 더 슬프고 눈물이 났다.

많이 의지했나보다
- 선배님과 많은 분량을 찍었던 건 아니었다. 또 흥부라는 캐릭터가 한 인물, 한 인물을 스쳐 지나가고 매번 (인물을) 만나고, 보내고, 또 혼자만의 길을 걷는데 감정적으로 힘들었다. 그럴 때 김주혁 선배님을 많이 의지했었던 것 같다. 사실 선배님은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 연기 할 때 말하지 않아도 응원의 힘을 느끼곤 했다. 묵묵히 지켜봐 주셨고, 현장을 늘 따듯하게 해주려고 노력하셨다. 그런 모습을 닮고 싶었다. 따듯하고, 배려심이 많고, 남을 챙기고.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닮고 싶다.

그간 실존 인물을 연기해왔는데 흥부는 약간 다른 캐릭터였다
-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친근한 인물인데 영화 속 흥부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니까. 사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흥부는 김주혁 선배님이 연기한 조혁의 모습 아닌가. 놀부는 정진영 선배님이 연기한 조항리에 가깝고. 그런 반전 이미지가 참신했던 것 같다. ‘고유명사’가 아니라는 느낌이었다.

연기톤 잡는 것도 어려웠겠다는 생각이 든다. 극 초반 흥부의 심리와 후반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
- 영화에서 풀어져 있는 인물은 흥부와 선출(천우희 분), 김삿갓(정상훈 분) 정도인 것 같다. 김삿갓이나 선출은 분량이 많지 않으니까. 극의 분위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건 흥부라고 생각했다. 초반부터 극이 무거워지면 관객들이 편안하게 다가갈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연기 톤을) 조율했다. 작품마다 고민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초중반 이후부터는 그게 극 흐름이나 분위기가 있으니까 거기에 걸맞게 톤을 다르게 연기를 바꿨던 것 같아요. 하지만 톤 조절이 쉽지는 않았어요.

영화 '흥부'에서 흥부 역을 맡은 배우 정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흥부가 느끼는 감정의 폭이 좁고 깊어서 그런 것 같다. 여러 인물과 짧게 만나지만 감정은 최대한으로 끌어내야 하는 신이 대다수였으니까
- 그렇다. 그게 가장 힘들었다. 보통 캐릭터들이 시간을 두고 감정을 쌓아나가지 않나. 그럼 고민이 덜 될 텐데 이번 작품은 시간이 조금 지나면 선출이 가고, 조혁이 가고, 놀부가 떠난다. 모든 상대역이 극단적 상황을 맞는데 감정들이 조금씩 다 달랐다. 제 감정을 보여줄 시간도 없었고 주된 이야기가 아니니까. 그런 부분들이 조금 힘들었던 거 같다.

연기에 관해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스스로를 괴롭히면서 정답을 찾는 타입인가?
- 그렇다. 아직 부족한가 보다. 내공이나 경험이 더 쌓여야 되는 것 같다. 제 안에서 명분이라고 할까? 절실함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들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영화 ‘흥부’를 보는 예비 관객들에게 한마디를 전하자면
- ‘흥부’를 보고 김주혁 선배님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정)해인이, 정진영 선배님, 진구 씨, 정진영 선배님까지 모두 애썼구나 하고 생각해주시길 바란다.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좋게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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