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네이버 다국어 지도' 엉터리 중국어·일본어 표기로 외국인들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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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호·왕해나 기자
입력 2018-02-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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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에 거주하며 대학원에 다니는 일본인 유학생 O씨는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 일본어 지도를 스마트폰에 깔았다가 당황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도에 엉성하게 표기된 일본어가 자꾸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 살면서 지명을 알고 있는 내가 봐도 혼란스러운데, 평창 올림픽을 관람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 일본인이 본다면 과연 지도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 서울에 거주하는 중국인 직장인 K씨는 최근 네이버 지도 앱을 다운로드 받고 바로 삭제했다. 중국어 지도 표기가 엉망이라 전혀 도움이 안됐기 때문이다. K씨는 “지도표기의 오타는 그렇다 쳐도 영어와 중국어를 혼합한 표기는 중국 사람이 알아보기 힘들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네이버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을 위해 선보인 ‘네이버 다국어 지도’가 외국인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엉성한 외국어 표기와 기능 부족으로 졸속 서비스 논란에 휩싸였다.

네이버는 지난 달 24일 평창 올림픽에 대비한 다국어 지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는 평창 올림픽을 맞아 외국인들이 편리하게 지도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영어, 중국어, 일본어 버전의 지도를 제작해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 ‘고(Go) 평창’에 적용했다.
 

하지만 외국인 이용자들은 네이버 다국어 지도의 엉성한 일본어와 중국어 표기로 인해 오히려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일본어 지도의 경우, 지역명과 지하철역의 표기가 달라 같은 지명인데도 다른 지역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표기가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을지로3가’의 경우 지하철역은 소리 나는 대로 ‘ウルチロサムガ(우루찌로사무가)’로 표시했지만, ‘을지로3가 파출소’는 ‘ウルジロ3カ(우루지로3가)’로 다르게 표기해 같은 지명인 ‘을지로3가’가 서로 다른 지역인 것처럼 오해를 주고 있다. 종로도 ‘종노(チョンノ)’와 ‘종로(ジョンロ)’로 서로 다르게 표기해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표기법을 사전에 통일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오류다.

네이버가 일본인들의 사용성을 높이려고 했다면, 서울메트로의 지하철 노선도처럼 ‘乙支路3街(ウルチロサムガ)’로 꼼꼼하게 한자와 함께 음을 병행해 표기해야 한다. 을지로라는 지명의 표기도 하나로 통일시키는 것은 기본이다.

일본어 지도의 경우 엉성한 표기뿐만 아니라 지도 기능도 제한적이다. 스마트폰 기본운영체제(OS)가 일본어로 설정돼 있으면, 네이버 지도가 자동으로 일본어 지도를 인식하는데, 지도 관련 메뉴는 한글로 표시해 한국어를 모르면 무슨 기능인지도 알 수 없게 해놨다.

일본인 유학생 O씨는 “지명표기도 황당했지만, 일본어 지도 메뉴가 한글로 표시된 점만은 수정해달라고 네이버에 이메일까지 보냈다”며 “이렇게 지도 서비스를 할 거면 차라리 그냥 영어 지도로 보는 게 편하다”고 지적했다.
 

똑같은 을지로와 종로지만 표기가 각각 다른 네이버 일본어 지도(왼쪽과 가운데)와 영어와 한자가 혼합된 네이버 중국어 지도(오른쪽). 


중국어 표기는 더 심각하다. 정부기관이나 랜드마크, 주요 관광지는 번역이 잘 되어 있지만, 오타가 많고 중국어와 영어를 혼합해서 표기해 중국인들은 알아보지도 못한다. 예를 들어 주한 러시아대사관은 ‘Juhan俄罗斯大使馆'으로 표기했다. 주한이라는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지도에 옮겨 놨다. 상호명도 대부분 소리 나는 대로 영어로 표기하고 고유명사만 한자로 바꾸는 식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지도를 일본어로 번역할 때 지명은 한자로 표기해야 일본 관광객들이 정확히 알아 볼 수 있고, 한자와 일본어를 함께 표시하면 더욱 편리하다"며 "평창 올림픽이 코앞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는 한국의 지역명 등을 올바르게 외국어로 표기하기 위한 ‘관광용어 외국어 용례 사전’을 공개해 인터넷으로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다국어 지도 서비스는 네이버의 번역기 ‘파파고’를 통해 얻은 결과와 해당 언어 능통자의 감수를 받아 오류가 발견되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평창 올림픽 개막까지 하루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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