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최저임금의 역설…소득 높이려면 일자리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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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18-01-22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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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생활경제부 기자]

과거 중국 초나라의 장왕(莊王)은 낮은 수레가 말에 부담을 줘 수레의 높이를 높이려고 했다. 하지만 당시 수레의 바퀴는 이미 규격화 돼 있어서 함부로 바꾸기에는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부담이 컸다. 이 때 장왕을 보좌하는 손숙오(孫叔敖)라는 재상은 묘안을 하나 내놨다.

해결책은 수레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성문이나 관청의 문지방 턱을 높이도록 한 것. 턱을 높이면서 결국은 작은 바퀴를 가진 수레가 불편해졌다. 그 후 백성들은 스스로 수레바퀴를 큰 것으로 바꿨다.

최근 큰 폭으로 인상된 최저임금을 두고 안팎으로 시끄럽다. 최저인금 인상안을 결정할 때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막상 현실이 되고나니 잡음이 더 커진 모양새다.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업계 등 인건비 비중이 큰 사업체는 매일 곡소리를 내고 있다. 모두가 풍요롭게 살기위해 추진한 정책이지만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 경제성장은 일견 정의롭다. 부의 공평한 재분배는 사회적 갈등비용을 줄이고 내수경기를 활성화시킬 것이란 청사진을 제시했다. 모두가 잘 사는 사회는 아름다운 광경이다. 다만 현실은 그렇게 일차원적이지 않다.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얽힌 사회구조는 기본적으로 입체적인 형태다. 조그마한 정책하나도 큰 나비효과를 몰고 올 수 있다. 정책의 파급효과를 충분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최저시급 인상안을 결정짓기 전에 인상안을 추진한 배경을 먼저 살펴봐야 했다. 배경의 뿌리에는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깔려있다. 이들에게 좀 더 많은 소득을 안겨준다면 사회 구성원의 행복이 올라갈 것이라고 짐작한 것이다.

누구도 최저임금의 인상을 반대하진 않는다. 다만 순서가 잘못됐다. 결과를 먼저 추구할 것이 아니라 과정이 필요했다. 급격한 변화는 반드시 부작용을 동반한다.

인건비 부담을 느낀 점주는 고용을 기피했고 그나마 양적으로 보장된 일자리도 줄어만 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라간 시급 탓에 아르바이트생의 경쟁이 더 치열해져 오히려 시급이 내려가는 역설적 현상도 나타났다. 양극화를 줄이고자 시행한 정책이 양극화를 넓히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부담을 느낀다면 경영주의 꼼수영업도 늘어나게 된다. 이를 일일이 단속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의 입장은 골치만 늘어난 셈이다. 앞으로 부작용 도미노를 막아내려면 다양한 해결책도 동시에 준비해야한다. 올라간 시급만큼 어려운 기업에 혜택과 보조금을 준다면 악순환의 반복에 불과하다.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한국사회인 만큼 일자리 증대의 어려움은 이해가 간다. 그간 대기업과 경영주의 불신도 최저임금 인상에 한몫했다. 하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우선은 앞으로 남은 최저시급 인상 속도를 다시 점검해봐야 한다. 아울러 변화하는 사회구조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고민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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