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것만이 내 세상' 박정민 "'동주' 이후의 삶?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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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8-01-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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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오진태 역을 맡은 배우 박정민[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혜성 같이 등장한 신인 배우. 2016년 영화 ‘내부자들’로 남우주연상을 휩쓸던 이병헌은 시상식마다 마주치는 신인상 주인공, 배우 박정민(31)에 관한 호기심을 품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연기를 했기에 모든 신인상을 싹쓸이 하는 걸까?” 궁금증은 자꾸 커져갔고 스크린을 통해 확인한 낯선 얼굴에 대한 감탄으로 이어졌다. 이는 대중들 역시 마찬가지였을 터.

2016년 영화 ‘동주’로 영화계를 뒤흔들었던 박정민은 거침없이 필모그래피를 늘려가며 어느덧 상업영화의 주연배우로까지 성장하게 됐다. 자신만의 영역을 공고히 하는 그는 주먹만 믿고 살아온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 분)와 엄마만 믿고 살아온 서번트증후군 동생 진태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서번트증후군을 가진 천재피아니스트 오진태 역을 맡아 또 한 번 믿고 볼 만한 연기력을 선보인다.

아주경제는 올해 가장 활발한 활약을 펼칠 박정민을 만나 인터뷰를 가지며 작품에 대한 또한 자신의 연기에 대한 그의 생각을 함께 나누었다.

다음은 박정민과의 일문일답이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오진태 역을 맡은 배우 박정민[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동주’ 이후, 박정민의 삶에 변화가 있을까?
- 변한 걸 잘 모르겠다. 변한 게 있다면 전보다 일을 더 많이 하고 있다는 것? 눈에 띄게 변한 건 없어서 불안한 마음이 든다.

구체적으로 어떤?
- 일은 많이 하고 있는데 결과가 없으니까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느낌이 든다. 아직 저라는 배우를 모르는 사람들이 훨씬 많고 상업적 인식이 높아진 것도 아니지 않나. 그런데도 일만 많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했다.

영화 ‘그것만이 내세상’은 첫 상업영화다. 선택 이유는?
- 제가 선택한 게 아니라 선택해달라고 졸랐다. 하하하. 이 작품이 하고 싶었던 이유는 시나리오도 좋았고 병헌 선배님이 출연했기 때문이다. (출연) 안 하면 되게 속상할 거 같은 기분? 매니저 형에게 이 작품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졸랐었다.

서번트증후군 역할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촬영 전 준비한 게 있다면?
- 처음엔 의욕만 앞서서 어려운 역할이라 생각도 안 하고 재밌는 시나리오에 이병헌 선배님이 출연하니까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의욕만 가지고 쉽게 다가갈 만한 역할이 아니었던 거다.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가장 표현하고 싶은 건 인물이 가진 진실한 마음이어서 진태의 세계를 알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봤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시도 자체가 건방지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 분야를 몇백 년 동안 연구해도 정확한 결론이 나지 않는데 제가 뭐라고 몇 개월 만에 그들을 알고 표현하겠다고 하는 걸까? 굉장히 바보 같고 무례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의 첫 번째 마음은 그분들의 가족과 선생님, 복지사분들이 제 연기를 보고 불쾌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오진태 역을 맡은 배우 박정민[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래서 봉사 활동을 시작했나?
- 처음에는 봉사 활동도 안 하려고 했다. 그분들이 낯선 사람을 불편해하신다. 제가 연기를 잘 해보겠다고 그들을 관찰하고 그러는 건 무례한 일 아닌가. 실례가 되니까 안 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는데 진태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는 시기, 제 연기를 위해서가 아닌 그들에 대한 예의와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조심스럽게 전화를 드렸는데 바로 ‘아, 너무 좋죠’라고 하시더라. 알고 보니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작년 1학기 동안 한 반을 맡아서 친구들과 함께 생활했다.

함께 생활해본 그분들은 어땠나?
- 마음을 열어주면 그렇게 잘 웃곤 한다. 제 손을 잡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연기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그분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을 것 같은데
- 학교에서도 친구들 개개인의 특수한 행동을 연기에 갖다 쓰는 것을 삼가달라고 했다. 저 역시도 그런 부분을 지양하려고 했고. 공통적인 모습을 연기하려고 했지 그 친구들의 특징들을 포인트 삼아 연기하려고 하지 않았다.

천재 피아니스트 역할이었다. 피아노 치는 연기는 어땠나?
- 시간과 투자밖에는 답이 없더라. 하하하. 첫 미팅 때, 감독님이 ‘배우가 직접 피아노를 쳤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피아노를 잘 모르는 저는 ‘알겠다’고 했다. 잘 모르니까 연습하면 될 줄 알았지. 그대로 집에 가는 길에 피아노 학원을 등록했는데 해도 해도 안 되는 거다. 매일 7시간씩 피아노를 치는데도 잘 안 되더라. 조심스럽게 감독님께 ‘CG나 대역을 써야 할 것 같다’고 하니까, 감독님이 ‘그렇게 한다면 영화적으로 깔끔하겠지만 관객이 느끼는 에너지가 다를 것’이라고 하시더라. 저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서 다시 연습에 매진했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오진태 역을 맡은 배우 박정민[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피아노 치는 첫 촬영은 어땠나?
- 본격적 피아노 신은 한지민 선배님과 함께하는 ‘헝가리 무곡’이었다. 마침 그 곡은 연습이 많이 되어있어서 그럴싸하게 나왔다. ‘어? 이거 되는데?’ 하하하. 그 장면을 찍을 땐 대역이 대기하고 있었는데 ‘헝가리 무곡’을 친 이후부터는 대역도 빠지더라. ‘몇 번 틀릴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전체 준비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
- 촬영 전 3개월, 촬영 후 3개월. 6개월 정도 걸렸다. 매일 피아노 영상만 보고 있었다. 거의 진태였지.

그래도 짧은 시간 내에 해냈다
- 저는 음악적 재능이 아예 없다. 음표도 모른다. 피아노 건반의 위치를 외운다. 피아노 선생님이 계이름을 한글로 써주시고 몇 번째 손가락으로 치라고 써주셔서 그걸 통째로 외웠다. 놀라운 건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신이었다. 가장 연습이 길었던 곡이었다. 처음엔 해도 해도 안 되더니 어느 순간부터 되더라. 그게 신기하더라. 특히 초반 부분은 완성도 있게 칠 수 있는 정도가 돼서 오케스트라 분들도 깜짝 놀랐다. 시간 투자를 하니까 다 되더라.

서번트증후군에 천재 피아니스트 설정까지. 감정 연기도 쉽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 진태는 감정 표현에 서툰 아이다. 일반적 형태의 감정 표현이 안 되는 거다. 가끔 불안한 마음이 들면 어떤 한 가지 행위에 매달리는 분들이 있지 않나. 자동차 바퀴만 몇 시간째 본다거나 구름만 본다거나 하는 것들. 진태는 그게 피아노와 핸드폰이라고 생각했다. 감정 표현 때문에 애를 먹기보다는 박정민이라는 사람이 진태를 보고 너무 가여워서 눈물이 날 것 같은 순간들이 있었다. 그게 힘들었다. 그분들이 ‘네’라고 대답하는 건, 무조건 예스(yes)라는 것이 아니라서 상대방의 대사가 더 중요하기도 했다. 제 대사가 아니라 상대의 대사를 더 많이 보기도 했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오진태 역을 맡은 배우 박정민[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병헌과의 호흡은 어땠나?
- 평소 이병헌 선배님을 너무 좋아한다. 선배님의 영화를 안 본 게 없다. 아는 형을 만나서 영화 얘기, 연기 얘기를 하면 바로 이병헌 선배님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함께 호흡을 맞춘다는 건 상상도 못 하던 일이었는데. 존재 자체가 멀리 있는 사람이라고 할까? 정말 존경하는 배우였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우연한 기회로 만나게 돼 기쁘다. 처음엔 이병헌 선배님이 이 작품에 출연하신다고 해서 ‘선배님이? 왜?’라고 했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보니 바로 납득이 가더라.

윤여정과는 모자(母子) 연기를 했는데
- 선생님이 무서울 거로 생각했는데 정말 친절하시고 재밌으셨다. 처음 만나는 날 귀염받고 싶어서 고체 향수를 선물해드렸다. 그런데 너무 기뻐해 주시더라. 내심 기분이 좋았다. 저는 기본적으로 선배님들에게 다가가는 성격이 못되어서…. 그런데 선생님이 워낙 달변가시고 너무 재밌고 솔직하시다 보니 저도 모르게 선생님과 함께 어울리게 되더라. 보통 제가 웃고 듣는 역할이었다. 하하하. 나대지(?) 않는 모습이 짠하셨는지 아끼고 예뻐해 주셔서 다행이었다.

올해 많은 영화가 개봉하는데. 돌아보면 가장 힘들었다 싶은 캐릭터가 있었나?
- ‘변산’이었다. 캐릭터가 힘들었다기보다 그 무렵 너무 많은 작품을 소화한 게 얹혔던 것 같다. 랩이며 춤 등을 해야 하는데 ‘변산’만 찍었으면 잘 해낼 수 있었을 텐데 그간 쌓인 게 여기에서 터졌다. 지난해 고비가 있었다면 바로 ‘변산’ 촬영이었을 거다. 이준익 감독님 아니었으면 저는 병원 신세를 면치 못했을 거다.

박정민의 말처럼 2018년은 더 많은 작품으로 더 자주 만나게 될 것 같다
- 현장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 그간 짐을 짊어지려고 했다면 지금은 현장이 즐겁다. 올해 개봉할 ‘사바하’는 제가 맡은 작품 중 첫 장르 영화다. 현장에서 매번 즐거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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