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합의한 '화해·치유재단'에 박근혜 개입…“조용하게, 신속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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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17-12-2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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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합의 긍정적 면만 부각…현금 수령 망설이는 피해자들엔 수령 강요

  • 위안부 관련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추진' 사업 지원 중단도 청와대 개입

  • 여가부 "위안부 피해자들께 갈등과 심적인 고통 사죄"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른 '화해·치유재단' 설립 과정에서 “조용하고 신속하게 설립을 추진하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정부의 출연금 수령을 망설이는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정부 관계자가 현금 수령을 적극 권유한 정황도 확인됐다. 재단 설립 과정과 운영비를 지원하는 과정에서는 무자격자에게 관련 사업을 위탁하는 등의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가족부는 27일 '화해·치유재단'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기념사업'에 대한 점검·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외교부의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TF’ 결과 보고서와 함께 이뤄졌다.

화해·치유재단은 2015년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협상 타결에 따라 일본이 지급한 10억엔을 피해자 명예회복과 상처 치유에 사용할 목적으로 여가부 산하에 설립됐다. 그러나 재단 설립 후부터 위안부 피해자의 동의 없이 현금 지급을 강행한다는 등의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여가부는 지난 7월부터 TF를 구성, 재단 설립 및 운영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를 벌였다.

점검 결과 이 같은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외교부가 한·일 위안부 협상 뒤인 2016년 1월 6일 재단 소관부처인 여가부에 "조용하고 신속하게 설립을 추진하라"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전달한 후 재단 설립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여가부는 평균 20일이 소요되는 법인설립 허가를 5일만에 마치는 등 재단 설립을 적극 지원했다. 설립허가를 위해 필수적인 법인사무실의 임대차 계약도 여가부 소속 직원이 대리로 체결했다. 이는 위법은 아니지만 통상적인 직무 범위를 벗어난 행위다.

위안부 피해자 기념사업을 수행하는 민간단체에 국고를 지원할 때는 관련 사업 수행 실적이 없는데도 국고를 보조했다. 국고보조 전에 거쳐야 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심의위원회'의 심의도 받지 않았다.

현금 지급 과정에서 정부의 회유·종용이 있었다는 의혹도 사실로 확인됐다. 생존 피해자들의 면담은 개인별로 1~7차례 이뤄졌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 관계자들은 "받을 건 받아야죠. 돌아가시고 난 다음엔 해주지도 않아요" 등의 발언을 하면서 현금수령을 적극 권유했다. 또 "그나마 이번 합의에는 일본군이 관여했다는 것도 인정하고···“ 등의 발언을 통해 한·일 합의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도 했다.

또 일부 피해자는 노환이나 문맹 등으로 현금의 의미를 정확하게 인지하는지도 불분명했지만 대리자를 통해 현금 지급이 이뤄졌다. 

이날 여가부는 '위안부 관련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추진 사업' 지원 중단에도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실은 여가부에 유네스코 등재 정부 지원은 한·일 합의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에 지원해서는 안된다고 전달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한·일 합의 발표 후 재단설립과 운영과정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다"며 "현금지급 사업 집행과정에서도 할머니들께 갈등과 심적인 고통을 드린 것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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