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조고각하(照顧脚下)와 폐호자달(閉戶自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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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용 성균관대 초빙교수
입력 2017-12-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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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주용 성균관대 초빙교수

산사(山寺) 입구나 신발을 벗는 곳에는 '조고각하(照顧脚下)'라고 씌어진 문구를 볼 수 있다. 이 말은 선문답(禪問答)에서 나온 것으로, 한 수좌(首座)가 선사에게 “달마가 서쪽에서 온 뜻은 무엇입니까(如何是祖師西來意·여하시조사서래의)?”하고 물으니, 선사는 “조고각하(照顧脚下)”라고 대답했다.

조고각하는 ‘발밑을 비추어 돌아보라’는 뜻이다. 신발은 잘 벗어두었는지 돌아온 자취를 살펴보라는 것이다. 조금 전까지의 자신의 행위에 대해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윤증(尹拯)의 <명재유고(明齋遺稿)>에 의하면, 야곡(冶谷) 조극선(趙克善·1595~1658)은 “어렸을 때 스스로 일기장을 만들어두고 모든 언행을 기록해서 스스로 반성하고 잘못이 있으면 문을 닫고 스스로 종아리를 때렸다(有過則輒閉戶自撻·유과즉첩폐호자달)”고 한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스스로 징계를 하듯 철저한 자기반성만이 새로운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매일 똑같은 방식으로 실험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사람은 정신병자다”고 말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말처럼, 동일한 잘못을 반복하면서 새로운 사람이 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자인 것이다. 공자(孔子)가 제자 안회(顏回)를 좋아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잘못을 두 번 되풀이하지 않았기(不貳過·불이과) 때문이다.

이제 2017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한 해를 지내오면서 내 발밑을 보면서 반성해보고, 잘못한 것이 있다면 종아리를 때리면서 다가오는 2018년에는 좀 더 성숙된 자신을 만드는 발판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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