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불붙은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이번 대책은 당장 28일인 오늘부터 수도권 주담대가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되고 다주택자에겐 주담대가 아예 금지되는 내용이 골자다.
금융위원회는 27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다음 달부터 정책대출 총량을 기존 공급 계획 대비 25% 감축하기로 했다. 정책 대출을 명시적으로 줄인 것은 처음이다.
정책대출 비중이 큰 주택기금 디딤돌(구입)·버팀목(전세) 대출은 대출 한도가 대상별로 축소된다. 일반 디딤돌 대출 한도는 현행 2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축소되고 생애 최초 디딤돌 대출은 3억원에서 2억 4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저리로 거액을 빌려줘 집값 상승의 불씨로 지목받아온 신혼부부와 신생아 특례 대출 한도도 크게 줄이기로 했다. 신혼부부 디딤돌 대출 한도는 현행 4억원에서 3억2000만원으로 낮아지고 신생아 특례 디딤돌 대출은 5억원에서 4억원으로 1억원이나 줄어든다.
버팀목 대출의 경우 일반 대출은 현행 수도권 1억2000만원과 지방 8000만원 수준을 유지하되 청년 대출의 경우 기존 2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축소된다. 신혼부부는 수도권 3억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지방 2억원에서 1억6000만원으로 한도가 줄어든다. 신생아 특례 대출 역시 3억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서민 대출까지 과도하게 줄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자 금융당국은 “한정된 주택기금 재원을 공공임대 주택 건설 등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출 한도 축소는 이날부터 일괄 적용된다.
또 사실상 연 소득 1억원 이상, 대출액 상위 10%가 주담대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DSR 규제에서는 연 소득 1억원이면 약 6억원까지 주담대를 받을 수 있었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6억원을 30년 만기로 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매달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액이 300만원가량이다. 평균 가구 소득 대비로 보면 부담인 금액”이라며 “소득 대비 부채가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를 놓고 (기준금액 6억원을) 설정했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소득이 많을수록, 주택 매매가격이 높을수록 대출한도가 크게 줄어든다. 예컨대 2023년 기준 수도권 중위소득인 연 소득 6000만원인 사람이 서울에서 10억원의 주택을 구입할 시 대출한도는 시행 전후 모두 4억1900만원으로 변화가 없다. 하지만 연 소득 2억원인 사람이 20억원의 주택을 구입할 경우 대출한도가 13억9600만원에서 6억원으로 50% 넘게 감소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주담대 한도 제한뿐만 아니라 실거주 의무도 부과했다. 주담대를 받고 수도권 주택을 구매했다면 6개월 안에 전입신고를 해야 한다. 이 방안은 보금자리론 등 정책 대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갭투자로 활용됐던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금지된다. 신용대출 한도도 연소득 이내로 제한된다.
수도권에서 2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추가로 주택을 구입할 때는 주담대를 받을 수 없다. 1주택자가 대출을 받아 다른 집을 구매하려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주택을 6개월 안에 처분해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6개월 내 처분 조건을 위반하면 대출금이 즉시 회수되고 향후 3년간 주택 관련 대출이 제한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주택을 담보로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대출을 받을 때 한도는 최대 1억원으로, 수도권 주담대의 만기는 30년 이내로 제한한다. 단 수도권 다주택자는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도 전면 금지된다.
수도권 내 생애 최초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현행 80%에서 70%로 강화해 대출액 자체를 줄인다. 수도권 내 전세대출 보증비율은 현행 90%에서 80%로 낮아진다. 보증비율이 낮아지면 전세대출에 대한 금융사들의 대출 심사가 빡빡해진다. 보증비율 축소는 다음 달 2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하반기부터 전 금융권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기존 계획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축한다. 기존 계획 대비 연간 총량이 20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책 대출 총량과 한도도 일괄 축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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