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익의 인더스토리] 트러스트 부동산의 '오만과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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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익 건설부동산부 부장
입력 2017-12-2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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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무등록 중개업소 '트러스트부동산', 돌연 중개법인 출범 발표

  • - 사실은 2년전 등록된 자회사...법률자문-중개영업 2원체제 그대로

  • - 법률자문 서비스가 사실상 중개행위인가애 대한 본질은 호도

  • - 예견된 국민기만 스토리 구성...관객 무시하는 창의력 결핍 작가 꼴



첫회만 봐도 결말이 짐작되는 드라마가 있다. 전개가 너무 뻔해 다음 스토리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둘 중 하나다. 철저한 흥행공식을 따르거나 작가의 창의력이 바닥이거나. 관객의 수준을 무시한 결과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손바닥이 온세상을 덮을 수 있는 알바트로스의 날개라고 착각했거나, 상대인 사법부와 중개업계를 수준이하라고 무시한 경우다.

변호사 복덕방 트러스트라이프스타일(이하 트러스트부동산)이 1년 전 짐작한 스토리의 결말대로 가고 있다. 법망을 피하는 꼼수를 부리면서 상대가 그 장단에 춤을 출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트러스트부동산은 지난해 1월 출범했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매물에 대해 법률 자문 서비스를 하고 거래가 성사될 때에 한해 최대 99만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이 수수료를 부동산 중개료로 볼 것인가 법률 자문료로 볼 것인가를 놓고 중개업계와 트러스트부동산이 1년 가량 법적 공방을 벌였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선 트러스트부동산이 이겼고, 일반 재판으로 진행된 2심에서는 졌다. 국민 배심원의 입장에선 수수료의 명목이 무엇이든 보다 싼 값에 부동산 거래를 할 수 있으니 어느쪽의 손을 들어줄 지는 처음부터 정해진 것이었다. 

2심에서 진 트러스트부동산이 21일 대법원 상고 계획을 철회하고 돌연 법원의 판단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트러스트부동산중개라는 법인을 새롭게 출범시켰다고 보도자료를 돌렸다. 중개업소와 법률자문서비스를 하는 법인을 2원화해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얼핏 트러스트부동산이 사법부의 판단과 중개업계에 백기투항한 듯 비춰진다. 100% 기만이다.

트러스트부동산이 중개행위를 하고 법률서비스료란 명목으로 최대 99만원의 수수료를 받는다는 비즈니스 모델은 그대로다. 법적으로 중개법인은 공짜 서비스를 하는 무수익 법인이 되고, 법률자문 수익을 챙기는 트러스트부동산이 전체 영업활동의 수익을 챙기게 된다. 법률자문에 대한 대가를 중개수수료로 볼 것인가, 법무법인 트러스트부동산의 영업이 중개행위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는 그대로다.

더 이상한 건 새롭게 출범시켰다고 한 중개법인 트러스트부동산중개가 이미 지난해 1월에 법인 등록을 했다는 점이다.(관련기사 바로가기) 트러스트부동산의 출범 시기와 거의 동시에 별도의 중개업소 등록이 돼 있었던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이 중개법인의 영업활동은 전무하다. 법인형태로만 보면 중개-법률자문 2원 체제의 영업모델은 2년전과 지금이 동일하다. 

당시 트러스트 중개법인의 존재를 취재하면서 이 드라마의 결말을 짐작했었다. 트러스트부동산의 영업행위가 무등록 중개행위로 판결이 날 경우 중개업소를 만들어 등록 중개업소가 되면 간단히 해소될 문제였던 것이다.

2년 전 등록된 트러스트부동산중개는 이런 상황에 대비한 트러스트부동산의 히든카드였다. 예정된 카드를 이제 꺼낼 때가 됐다고 판단한 것 뿐이다. 트러스트부동산의 주장대로 법률자문서비스 회사로 판결이 나는 게 모양새는 더 좋았을 것이다. 복덕방보다는 아무래도 법무법인이 나을테니 처음부터 히든카드를 꺼낼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법을 잘 아는 변호사 복덕방이 법망을 피해갈 카드를 꺼냈다. 이제 그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는지는 중개업계와 사법부쪽의 판단과 대응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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